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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예산 줄줄이 삭감…"탈원전" 반복될까 원전업계 전전긍긍
2024/12/12 06:00 뉴스핌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원전 자금이 대폭 삭감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급선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던 원전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 정부는 '원전 생태계 복원'을 천명하며 적극적인 친원전 정책을 펼쳐 왔지만, 탄핵 정국 속에 결국 정권이 교체될 경우 이런 정책 방향이 전향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에서부터 이런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 내년도 예산안에 '원전' 삭감 반영…원전업계 "시장 활력 상실"

지난 10일 국회는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의결·확정했다. 이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보다 4조1000억원 감액한 규모의 예산안을 수적 우위로 단독 통과시켰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감액만 반영된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바 있다. 예비비와 국고채 이자상환 예산, 대통령실·검찰·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삭감해 정부안보다 총 4조1000억원을 줄였다.

여야는 본회의 직전까지 예산안을 두고 막판 협상을 이어갔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삭감한 4조1000억원 가운데 1조6000억원을 복원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역점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포함한 1조8000억원을 증액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끝내 합의가 불발됐다.

민주당은 이번 삭감안에 원전 관련 예산을 대폭 감액하는 내용을 담았다.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예산은 정부가 제출한 1500억원에서 500억원을 삭감한 1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차세대 원자로 기술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 예산은 70억원에서 7억원으로 사실상 전액 감액했다. 소형모듈원전(SMR) 제작지원센터 구축 예산 54억원은 전부 삭감했다.

원전업계는 탄핵 정국의 개막과 동시에 불거지기 시작한 업계 내 우려가 결국 현실화됐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정치 지형 격변과 함께 에너지 정책 방향도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번 예산안 처리를 통해 원전의 입지를 다시 좁히려는 기류가 읽힌다는 설명이다.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도 원전 예산이 증액은커녕 대부분 감액된 것은 현 정부가 추진해 왔던 정책과는 정반대로 다른 방향"이라며 "이런 식으로 원전에 대한 투자를 줄여가다 보면 직전 정부에서처럼 원전 관련 업계들이 점차 활력을 잃고 사장되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 '탄핵 정국' 이후 원전 지표 하락세…전문가 "정치 이념 돼선 안 돼"

앞서 원전업계는 직전 문재인 정부가 집권했을 당시 강력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사실상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바 있다.

이후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차지한 윤 정부가 원전 생태계 복원을 선포하면서 겨우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국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수주 등 여러 호재도 맞아들였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하지만 탄핵 정국이 본격화된 이후 그동안 상승 가도를 달려왔던 원전업계 내 지표들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전 관련 주들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편, 올해의 가장 큰 낭보 중 하나로 손꼽혔던 체코 원전사업 수주에 대해서는 최종 계약 불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년도 원전 예산이 다수 삭감됨에 따라 관련 업계와 시장 등은 벌써 동력을 일부 잃어버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정책 기조가 집권 정당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전은 역대 정부 등에서부터 이미 극단적으로 정치화돼 있는 상황으로, 이를 극복하고 '민생'의 영역 하에 일관된 추진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이란 기술이 정치화와 이념화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현 상황은 모두 여야 간 정치적인 양극단 구도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에너지는 '친원전'과 '탈원전'으로 나뉘는 각각의 정치 이념이 될 수 없다. 국민 삶을 위한 '민생'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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