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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1월 중순에 2400포인트마저 붕괴됐다가 최근 간신히 2500포인트를 회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등세는 미약하다. 여기에 환율마저 1400원까지 치솟으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한국과 미국 경제성장률 역전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의 수출주도형 기업이 대거 상장된 한국 증시는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해 관세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리스크로 힘을 못 쓰고 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부진도 문제다.
2023년부터 한국과 미국의 GDP 성장률은 역전됐다. 2023년에 한국이 1.4% 성장한 데 비해 미국은 2.5%로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이 추세는 2024년 1분기에 한국이 전년 동 분기 대비 3.3% 성장(미국 1.6% 성장)하며 정상화되는가 싶더니 2분기부터 다시 뒤집혔다.
2분기 한국 GDP 성장률은 2.3%인데 미국은 3.0%다. 3분기 한국 성장률은 1.5%인데 비해 미국 성장률은 2.8%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한국이 못 따라가는 형국이다.
◆ 내수침체 심각…자영업자 연체율 3배 뛴 1.56%
한국의 내수침체는 심각하다. 강남 일부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 중이지만 지방 아파트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다. PF 위기까지 겹쳐 건설업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건설업의 고용률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자영업자 폐업률도 심각하다. 그나마 양호하다는 서울마저도 올해 2분기 폐업률이 4.2%에 달한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의 0.50%에서 2년 뒤인 2024년 2분기에는 1.56%로 3배가 됐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0.2%로 위기 상황이다. 자영업자 차주(312.6만명) 중 77.6%가 개인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들의 경기전망도 최악이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12월 기업실사지수(BSI)는 97.3으로 전월 대비 반등했지만 33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다. 기업 금융 비용 경감, PF문제 완화와 자영업자에게 숨통을 터 주기 위해서라도 금리인하가 시급하다.
◆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카드 만지작…문제는 환율
2022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폭등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은 기준금리를 최고 5.5%까지 끌어 올린 후 1년 이상 유지해 왔다. 올 9월에서야 미국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5.5%에서 0.5%포인트 인하해 5.0%로 낮췄다. 11월에도 0.25%포인트 인하해 현재는 4.75%다.
한국 역시 3.5%의 높은 기준금리를 2년 가까이 유지해 왔다. 올 10월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3.5%에서 0.25%포인트 인하해 현재는 3.25%다. 현재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이는 1.5%포인트다. 지난 8월에 2.0%포인트 격차였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금리인하 여력은 충분하다.
한국은 지금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가 절실하지만 문제는 환율이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한국 원/달러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만약 환율 불안이 지속될 경우 경기침체 우려에도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가 어려워진다. 경기침체와 원화 약세 사이에서 진퇴양난이다.
당장 28일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가 논의될 전망이나 상당수의 채권 전문가는 동결을 전망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섣부른 금리인하는 원화약세를 가속화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금통위가 부득이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실제 시장금리의 움직임은 다르다. 10월말 기준 한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14%였지만 11월 26일에는 2.90%로 0.24%포인트 금리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3년물 국채도 2.93%에서 2.77%로 0.17%포인트 하락했다.
당장 28일의 금통위에서 0.2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게 시장의 움직임이다. 이는 그만큼 원화 약세를 감수하고라도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시급하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이다.
◆ 미국 물가 급등 시 한국도 금리인하 어려워
경기침체 우려로 시장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으로 미국은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11월 7일에 연준이 0.25%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오히려 11월 시장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는 지난 10월말 4.28%에서 11월26일에는 4.29%로 0.0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3년물 국채금리는 4.13%에서 4.20%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금리 상승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로 향후 국채 발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한 금리 상승이다.
또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정책 중 상당수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 금리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 인상 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따라서 미국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실제 25일(현지사각)에 트럼프 당선인이 '트루스 소셜(SNS)'에 "1월 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 부과 필요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고 올리면서 해당 국가들은 패닉 상태다. 또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10%의 추가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밝혀 중국도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미국의 국익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고율의 관세 부과가 미국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경기 부양이 절실한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금리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상승하는 건 또 다른 악재다.
태생적으로 미국 금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한국의 특성상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도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도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출경쟁력마저 약화된다. 이 역시 원화 약세 요인이라 우려가 크다.
달러 강세와 한국의 대외 경제 여건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 전망대로 환율이 1450원에 근접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이 동시에 발생할 위험이 커져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경기침체와 원화 약세 사이에 낀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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