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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대안 마련에 나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수익 창출을 도와주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까지 줄어든다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사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미국의 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1000만원)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IRA를 '뉴 그린 스캠(신종 녹색 사기)'이라고 비판하며 IRA 폐지를 주장해 왔다.
실제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보조금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외신 소식에 국내 배터리 업체는 실적 경고등이 켜졌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보조금 제도가 폐지되면 당장 영업적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사진=LG에너지솔루션] |
배터리업계는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폐지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IRA에 근거해 전기차 배터리 생산자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AMPC 덕분에 올해 3분기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660억원, SK온은 608억원의 AMPC 수혜를 입었다. 삼성SDI 역시 올해 말부터 첫 북미 생산기지인 스텔란티스와 합작 법인(JV)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어 내년부터 AMPC 수혜를 기대하던 상황이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자에 지급하는 AMPC까지 폐지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MPC 자체가 사라지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대미 투자 축소, 공장 철수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중국의 배터리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어서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반 중국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에 비춰볼 때 중국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는 환경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축소에 무게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업계 임원 역시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반대 입장을 지속하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생산자들에 대한 보조금(AMPC)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희 SK온 대표가 '인터배터리2024'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석희 SK온 사장 역시 지난 13일 AMPC 축소와 관련해 "IRA 폐지에 반대 서명을 했던 공화당 의원 18명 중 15명이 이번에 재선에 성공하기도 했다"며 "너무 지나친 가정으로 급격한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SK온 공장이 공화당 주에 있고, IRA 폐지에 반대 서명했던 18명의 하원 의원들의 상당수가 이번에 다시 재선된 것을 보면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비전 공유회를 열고 "ESS, UAM 등 비전기차(Non-EV) 사업 확대로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한 달 동안 다양한 제품으로 4건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포드와 10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유럽 상용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8일에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신흥 강자인 리비안에 67GWh 규모의 차세대 원통형 4695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 14일에는 미국 법인인 버테크가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이날에는 자율주행로봇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베어로보틱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글로벌 로봇 산업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SDI의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SBB 1.5 제품. [사진=삼성SDI] |
삼성SDI도 ESS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SK온 역시 ESS와 리튬인산철(LFP) 사업 확대를 위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2기의 정책은 사실 국내 기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며 "이번에는 잘 넘어가도 임기 기간 내에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할 수 있으니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동남아 등 신규 시장 발굴을 통해 다양한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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