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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메가박스, 급한 불은 껐다…영구채 상환 2년 연기
2024/09/09 09:12 한국경제
이 기사는 09월 06일 15: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메가박스가 심상찮다. 주말에도 영화관 좌석 절반 이상은 비어있다. 사상 최대 위기였던 코로나19 암흑기가 지나갔어도 봄날은 아직이다. 위기 징후는 회사 실적·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 부채비율은 눈덩이 적자 탓에 1600%를 넘어섰다. 이 회사가 최근 급한 불을 껐 다. 상환 압박이 커진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콜옵션(매수청구권) 시점을 2년 연 기한 것이다. 혹독한 구조조정 대책이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메가박스중앙은 2021년 12월 발행한 영구채 30 0억원어치의 콜옵션 행사 시점을 올해 12월에서 2026년 12월로 연기하기로 영구 채 투자자(세리니티제이차)와 합의했다.

앞서 메가박스중앙은 2021년 12월 특수목적회사(SPC)인 세레니티제이차를 대상 으로 300억원어치 영구채를 찍었다. 만기는 30년으로 발행금리는 연 4.4%였다. 메가박스중앙은 2024년 12월부터 이 영구채를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받았다. 세레니티제이차는 한양증권을 주관사로 이 영구채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자산을 발행했다.

영구채는 발행액만큼을 ‘자본’으로 회계처리하는 채권이다. 만기가 30년 이상인 만큼 상환 의무가 크지 않아, 자본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발행사 는 3~5년 후 콜옵션을 행사해 영구채를 상환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영구채 발행을 돕기 위해 메가박스중앙의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이 이 영구채에 대해 신용보증을 제공했다.

2022년에 흥국생명이 영구채 5억달러(약 6650억원) 콜옵션 행사 미실시로 이 같 은 관행은 더 굳어졌다. 당초 흥국생명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발행 3~5년 뒤에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는 영구채의 관행과 상반된 행보였던 만 큼 금융시장 파장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흥국생명에 콜옵션 행사를 종용하기에 이른다. 흥국생명은 '울며 겨자먹기'로 콜옵션을 억지로 행사한 바 있 다. 흥국생명 사태 이후 영구채의 콜옵션 행사 관행은 한층 굳어졌다. 사실상 3~5년 만기의 채권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메가박스중앙도 영구채 300억원의 만기가 사실상 도래하자 부랴부랴 시점을 2년 연기했다. 이 회사의 올 6월 말 부채비율이 1600%에 달하는 만큼 영구채를 갚 으면 재무구조가 한층 나빠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메가박스중앙은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에 영구채 금리를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영구채 금리를 연 4.4% 에서 연 7.5%로 높였다. 여기에 메가박스중앙의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도 이 영 구채 투자자에 자금 보충 등 신용보증을 계속 제공하기로 했다.

메가박스중앙이 급한 불은 껐지만, 나빠진 경영환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 회사는 코엑스몰지점을 비롯해 전국에 영화관 47곳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1 9로 적자가 쌓이면서 이 회사는 2020년부터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올 상반기에 도 순손실 1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말 부채비율은 1631.7%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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