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본문내용

종목정보

종목토론카테고리

게시판버튼

게시글 제목

오진(誤診) - 펌

작성자 정보

평민

게시글 정보

조회 576 2013/02/14 21:21

게시글 내용

중년여성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마취가 풀린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지고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야간 당직을 맡은 실습 4년차 일반의가 집도한 의사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불쾌한 고함소리였다. “나는 선임 수석의야. 수석의에게 오진과 실수란 없어. 끊어!” 베르너 바르텐스라는 독일 젊은 의사가 쓴 책 ‘읽기 두려운 메디컬 스캔들’의 한 대목이다.

오진과 실수는 의사의 숙명이라고들 한다. 다종다양한 병을 진단해 고치려다 보니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가끔 잘못을 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고난도 분야에서만 실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수술 합병증이나 사망위험을 줄이기 위해 하버드대 연구진과 함께 마련한 수칙도 평범한 것들이다. 수술환자가 틀림없는지 확인하라, 환자 몸속에 수술도구나 거즈를 넣지 않도록 하라, 절개 전에 항생제를 투여했는지 체크하라….

무좀약 장기복용 부작용을 간암으로 오진해 수술 직전까지 갔다든가 위암 환자의 위 대신 멀쩡한 갑상샘을 떼어냈다는 등의 실수는 이제 그리 낯설지 않다. 맹장염 오진도 흔하다. 2010년 한 대학병원에서 급성 복통으로 실려온 환자 104명에게 CT검사를 한 결과 맹장염으로 진단된 32명 중 7명만 실제 맹장염인 것으로 밝혀졌다. 첨단 의료장비를 써도 오진 우려는 상존한다는 얘기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내과의사로 이름을 날렸던 일본 도쿄대 의대 오키나카 시게오 교수는 17년 동안 오진율이 14.3%였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은 “최고 권위를 가진 의사의 오진율이 그렇게 높다니…”라며 수군거렸으나 의사들 반응은 달랐다. “역시 명의는 명의로군!”이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간에 생긴 ‘림프구양 증식증’을 암으로 오진해 간 절제수술을 한 대학병원이 피해자에게 2188만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을 받았다. 조직검사만 제대로 했어도 간을 잘라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 측 과실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2011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암 오진 피해상담은 507건으로 전년(213건)보다 138%나 늘었다. 그 중 보상으로 이어진 것은 74건에 불과했다.

오진 여부를 알지도 못한 채 넘어간 경우는 훨씬 많을 것이다. 볼테르의 말대로 ‘의사는 자기도 잘 모르는 약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멋대로 처방하고 돈과 존경을 동시에 받는 사람’이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죽어가는 사람을 혼신의 힘으로 살려내는 명의도 상당수지만 환자 입장에서 병원은 늘 ‘막막한 벽’이다. 건강검진을 자주 받다보니 아픈 곳은 갈수록 늘어나고, 한 몸 건사하며 살기도 쉽지 않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게시글 찬성/반대

  • 0추천
  • 0반대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되었다? 자세히보기 →

운영배심원의견

운영배심원 의견?
운영배심원의견이란
운영배심원 의견이란?
게시판 활동 내용에 따라 매월 새롭게 선정되는
운영배심원(10인 이하)이 의견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운영배심원 4인이 글 내리기에 의견을 행사하게 되면
해당 글의 추천수와 반대수를 비교하여 반대수가
추천수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해당 글이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댓글목록

댓글 작성하기

댓글쓰기 0 / 1000

게시판버튼

광고영역

하단영역

씽크풀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오류 및 지연이 있을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이용에 따르는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또한 이용자는 본 정보를 무단 복사, 전재 할 수 없습니다.

씽크풀은 정식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유사투자자문업자로 개별적인 투자상담과 자금운용이 불가합니다.
본서비스에서 제공되는 모든 정보는 투자판단의 참고자료로 원금 손실이 발생될 수 있으며, 그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됩니다.

㈜씽크풀 서울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70, 15층 (여의도동, 미원빌딩)

고객센터 1666-6300 사업자 등록번호 116-81-54775 대표 : 김동진

Copyright since 1999 © ThinkPool Co.,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