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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조 시장 공략 꿈이 아니다”...마약성 진통제 중독, 국내 제약사가 해결책 찾았다는데게시글 내용
MK약국 독자 여러분, 잘 지내시는지요. 어느 덧 봄날의 향기가 느껴지는 날씨입니다.
봄처럼 밝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어서 최근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성공 스토리를 전해드렸습니다. 25년 간 공들여 만든 약으로 미국 시장에서 SK바이오팜이 직접 판매에 나서 작년 4378억원(미국 기준)의 매출을 올린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셨는데요.
오늘은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가장 최근에 국내 개발 신약으로 승인받은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38번째 국산 신약으로 한국도 혁신 신약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좋은 본보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非)마약성 진통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는 게 좋겠네요. 이름 그대로 마약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진통제라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약국에서 사먹는 진통제들은 대부분 가벼운 진통을 다스리는 약들입니다. 가벼운 진통들은 생약 성분 등 마약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만든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술이나 암 통증 등 극도의 통증이 왔을때는 이 같은 약으로는 힘들고, 코데인, 트라마돌, 모르핀, 옥시코돈, 하이드로모르폰, 펜타닐 등의 마약 성분들이 주가 되는 약들이 필요합니다.
통증이 조절될 때까지 용량을 늘려가며 사용하기 때문에 통증을 다스린 이후에 중독이 되거나 불법 유통으로 인한 중독 등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2020~2021년 미국 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 10만 306명 중 4분의3이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비보존그룹의 이두현 회장은 본인이 글로벌 제약사 연구원으로 미국에서 근무하면서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피해를 직접 눈으로 지켜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통상의 신약 개발이 그러하듯이 어나프라주 또한 2008년 연구를 시작해 2023년 식약처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하기까지 총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참 여기서 이름 끝에 ‘주’가 들어간 것은 주사제 형태라는 뜻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기존 비마약성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파라아미노페놀 계열)을 사용해 경도 통증에 주로 쓰이지만 어나프라주는 수술후 통증, 암성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등 마약성 진통제가 쓰이던 중등도·중증 통증을 다스릴 수 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아직까지 약물이상 반응 등의 큰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글로벌 제약사들도 계속 실패했던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에 한국 중소제약사인 비보존제약이 성공한 것은 ‘발상의 전환’ 덕분입니다.
통증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전까지 제약사들은 이들 원인 중 하나를 통제하는 약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패가 이어졌고, 이두현 회장은 ‘두 가지 이상의 원인을 한꺼번에 공략하는 약을 만들면 더 효과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어나프라주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이 의약품의 원료로 발굴된 오피란제린은 통증의 생성과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글라이신 수송체 2형과 세로토닌 수용체 2A형을 동시에 억제한다고 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중추신경계는 물론 말초신경계에서도 통증 신호 전달을 동시에 억제하는 물질이라네요.
신약 개발에 어렵게 성공한 만큼, 이제는 잘 팔아야 합니다. 특히 비보존제약과 같은 중소형사들은 국내외 영업망이 빈약하기 때문에 혼자 힘 보다는 다른 큰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비보존제약은 지난 2024년 4월 보령과 어나프라주 상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미리 체결했습니다. 앞으로 완제품을 보령에 공급하고 양사가 유통 및 판매에서 역할을 분담할 예정입니다. 보령 외에도 다른 제약사들과 상업화를 위한 파트너십 논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네요.
문제는 해외 수출 전략 입니다. 아직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임상이 중단된 상황이며, 연내 재개를 위해 준비중입니다.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들에서는 품목 허가를 받기 위한 준비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비해 갈 길은 멀어보이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길 기원해 봅니다.
일단 관련 시장 자체는 상당히 커 보이네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퓨처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수술 후 진통제’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401억 2900만달러(약 57조원) 가량 된다고 합니다.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기관 아이큐비아가 밝힌 국내 진통주사제 시장은 1635억원(2023년 기준) 정도 됩니다.
국내사들의 신약 개발 경험과 성과는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게 사실입니다. 힘겹지만 묵묵히, 조금씩 성장해 가는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다음 주에 더 흥미로운 약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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