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전쟁’을 확장하는 가장 큰 이유로 흔히 중국에서 흘러 들어오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꼽힌다. 미국은 왜 마약 확산 차단을 위해 관세 카드를 꺼내든 것일까.

통상 전문가들 분석은 이렇다.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노동자들이 값싼 마약인 펜타닐에 대거 중독되면서 노동력을 상실한 것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펜타닐의 최대 원료 수출국이 중국이고, 이 원료를 밀반입해 펜타닐로 만들어 미국으로 넘기는 제조 기지의 상당수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있다고 보고 있다.
4일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원장은 “트럼프 정부가 펜타닐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에서 유입되는 펜타닐로 인해 트럼프의 가장 큰 지지층인 미국 노동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에 따르면 펜타닐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게 된 미국 노동자는 2022년 말 기준으로 630만명에 달한다. 이 중 60% 이상은 한창 일할 나이인 25~54세였다. 또한 18~49세 미국인이 펜타닐로 사망하는 확률은 2022년 기준으로 교통사고, 총기 사건, 자살, 암(癌) 사망자보다 많았다.
장 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의 최대 지지층을 겨냥해 그간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내세워 왔는데, 펜타닐 남용으로 미국 노동자 인구가 줄어들면 이민자 추방 정책을 계속 펴나갈 명분도 흔들리게 된다”고 했다. “미국으로선 중국에서 넘어오는 펜타닐 원료를 차단하는 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정부 통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도 “트럼프로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펜타닐 문제로 고개를 숙이거나, 마약 원료 반출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한 대규모 예산을 내놓기까진 중국에 대한 관세를 낮출 생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아편을 1㎏ 이상 밀수하거나 제조하면 사형하는 등 자국 내의 마약 사범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정책을 펴왔으나, 정작 미국으로 반출되는 마약 원료에 대해선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문제 삼을 것이란 지적이다. 허 교수는 “시진핑 국가주석으로선 그러나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해서라도 실제 펜타닐 원료 반출에 대해 사과하거나 강력한 후속 조치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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