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트럼프 2.0' 시대를 열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시작이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제약바이오 분야 정책은 1기 행정부 주요 정책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기 행정부 당시 주요 정책은 행정명령 13948과 13944 등이다. 13948의 경우, 제약기업이 메디케어에 공급하는 제약 제품 가격이 해당 기업이 공급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명령이다. 13944는 연방정부 조달 시장에서 핵심 의약품( essential medicenes)에 한해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약 품목만을 허용하도록 조치한 행정명령이다.
두 행정명령은 바이든 정부 시절 폐기됐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CDMO) 기업과 바이오시밀러 기업 등이 미국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대응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의료비 지출 규모는 2023년 기준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 GDP)의 17.6%에 해당할 만큼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약가 인하를 위한 미국 우선' 행정명령을 비롯해 '미국 환자 우선' 계획 등을 시행했다. 해당 정책은 경쟁 강화와 표시 가격 인하 등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또 제약사들의 처방의약품급여관리업체( PBM) 등에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의약품 비용 통제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미국 보건부( HHS)에서는 PBM에 대한 과도한 리베이트로 의약품 가격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바이오시밀러의 사용을 저해한다며 법안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요 정책인 감세를 통해 경기부양의 부작용인 재정적자 심화를 완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PBM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바이오시밀러 사용 확대를 촉진하는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트럼프 2기 시대의 이같은 기조가 관련 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약개발사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제약사 간 경쟁을 통한 약가인하가 이뤄지면 글로벌 제약사의 수익성에 타격이 발생해 신약 후보물질 기술도입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오히려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다.
수익성 타격에 따라 R&D 투자가 위축되면 빅파마에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이 자금을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국내 신약개발사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자체 개발 대비 R&D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국내 신약개발사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려는 '생물보안법안'이 지난해 미국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불발됐지만, 올해 재추진될 가능성이 나온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내 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해당 법안에서는 CDMO 기업 우시앱텍,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바이오 기업을 직접적으로 명시해 제재 대상으로 지목했다.
에스티팜 등 국내에서 이미 생물보안법에 따라 수혜를 입은 기업이 나온 만큼 해당 법안은 국내 CDMO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미국 현지에 공장 설립을 요구하는 등 투자와 고용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산업연구원( KIET)은 현지 CDMO 시설에서 생산된 의약품의 미국 내 유통 우선권 요구 등의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협상력을 높여두고, 대응 논리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은 "미국 내 고객사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미국 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보다는 미국 내 토종 기업이나 미국 외 유수의 제약기업과 합작을 통해 진출하거나 미국 내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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