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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프라주’ 개발 15년, 팬데믹·자금난 이긴 신약 성공기게시글 내용
이두현 비보존그룹 회장 “내년 상반기 미국 3상 재개, 파트너십·LO 등 검토”
물질 발굴부터 허가까지 15년. 제38호 국산신약으로 승인된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의 이야기다. 비보존제약을 구심점으로 한 비보존그룹의 개발 의지는 코로나19라는 악재도 막아서지 못했다.
글로벌 진통제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미국 내 임상 3상 재개도 준비하고 있다. 임상 자금확보를 위한 파트너십부터 기술수출(L/O)까지 다방면으로 글로벌 임상 전략을 타진하고 있다.
이번 국내 승인을 근거로 내년 상반기 자금을 조달해 미국 임상을 재시도한다. 경구용 비마약성 진통제로 어나프라주를 보조할 차기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VVZ-2471'의 국내 임상 2상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5년 걸린 '퍼스트인클래스' 신약개발, 진통제 시장 점령 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12일 성인의 수술 이후 중등도에서 중증의 급성통증 치료 적응증으로 비보존제약의 어나프라주를 승인했다.
16일 이두현 비보존그룹 회장(사진)은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난관도 많았지만 신규 다중 기전 퍼스트인클래스 혁신 신약을 개발한다는 오랜 염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비보존이 어나프라주를 발굴한 시기는 2009년. 이 약물의 성분인 오피란제린은 신체 말단 통각 수용기의 통증신호 발생에 직접 관여하는 '글라이신 수송체 2형(GlyT2)'과 '세로토닌 수용체 2A형(5HT2a)' 등을 동시에 억제하는 방식으로 진통 효과를 낸다.
2010년 비임상에 진입했고 2023년 11월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시 13개월이 흐르고 나서야 신약으로 이름을 올렸다. 총 15년간 이어진 대장정이었다.
이 회장은 “초기 연구를 하는 동안 75억원가량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지만 임상 때부터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다”고 말하며 과거 어려웠던 일을 회상했다. 수시로 임상을 위한 자금 조달 자구책을 마련해야 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14년 12월 에스텍파마와 비보존은 ‘비마약성 진통제 공동연구’ 업무 협약을 맺었다. 에스텍파마가 비보존 주식 57만1429주(9.18%)를 취득하는 조건이었다. 이후 에스텍파마는 지속된 지분 참여로 2015년 139만2771주(22.4%)를 추가 획득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때까지 에스텍파마의 비보존 투자 금액은 약 123억원이다. 2016년에는 텔콘이 비보존 주식 199만주(31.8%)와 신주인수권증권 200만주를 취득하기 위해 26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금 조달 이력을 발삼 삼아 어나프라주의 국내외 임상개발이 진전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로 국내 임상이 지연되고 미국 임상 3상에서 철수했을 때가 가장 큰 고비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국내 임상만 지속하는 환경이 어렵게 마련됐다. 결국 작년 2월에 공개된 어나프라주의 임상 3상 결과 1차 평가 지표인 투여 개시 후 12시간 통증강도차이합(SPID 12)을 충족했다. 해당 약물 시험군(=26.8)은 위약군(=19.9) 대비 평균 35% 높은 통증 감소를 보였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p=0.0047)가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힘입어 비보존그룹은 올해 4월 보령과 어나프라주의 국내 상업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어나프라주는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과 마약성 진통제 시장을 모두 노릴 수 있다. 이 시장은 각각 1200억원과 430억원 수준이다.
다만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비교적 통증이 낮은 소염 진통제 약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타이레놀이란 제품으로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NSAIDs)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고강도의 통증을 다스리려면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했다. 결국 비보존 측은 이 시장에서 어나프라주의 매출 신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신경병성 통증이나 암성 통증 등은 소염진통제로는 어찌할 수 없는 고강도 통증인데 기존에는 마약성 진통제로 제어해야했지만 용량에 대해 내성이 생기고 중독으로 이어졌다"며 "이런 우려가 없는 어나프라주는 고강도 통증 치료 시장의 최선의 대안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년 내 연매출 1000억원 수준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어나프라주가 고강도 통증 치료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다.
◇미국 3상 이르면 내년 상반기 재개…제형 변경 추가 물질 개발도
비보존그룹은 어나프라주의 미국 임상과 국내에서 외용제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차기 퍼스트인클래스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인 'VVZ-2471'의 개발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미국 임상의 예상 재개 시점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다. 늦어도 내년 중 임상을 재개하겠다는 목표다. 임상 비용이 국내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드는 만큼 자력 개발 말고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이 회장은 "우리가 제품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며 "이번에 승인된 어나프라주를 근거로 추가 자금조달부터 글로벌 임상을 위한 파트너십, L/O 등 다방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구용 고강도 급성 통증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VVZ-2471에 대한 국내 임상 2상도 진행되고 있다. VVZ-2471 역시 어나프라주처럼 신규 다중기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물질은 중독 증상 강화과 통증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두 가지 수용체 'mGluR5' 및 '5-HT2AR' 등을 동시에 억제한다.
이 회장은 "VVZ-2471은 차기 퍼스트인클래스 신약이다"며 "어나프라주를 보조해 시장에서 시너지를 가져갈 약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어나프라주를 스프레이나 크림 등 외용제로 바꾸려는 시도도 진행된다. 근근막통증 적응증으로 2022년에 국내 임상 2a상을 승인받았다. 해당 임상에 성공해 현재는 제형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마치는 대로 임상 3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크림형 외용제에서 충분히 깊숙이 침투해 효능을 발휘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제형을 확정하면 임상을 재개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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