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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엔高 비즈니스 ‘요즘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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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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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39 2008/11/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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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엔高 비즈니스 ‘요즘만 같아라’
‘여행업ㆍ대일 수출’ 가뭄에 단비

엔고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장면 1. 11월 5일 명동에 위치한 A환전소.

저녁 시간이 다 됐지만 일본인 관광객들 두세 명이 원화 환전을 하기 전에 환율을 표시해 놓은 게시판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엔화뿐 아니라 달러와 유로도 환전이 가능하지만, 일본인들이 전부다.

이곳 종업원 H씨는 “최근 불황에도 일본인 관광객들은 꾸준히 늘고 있어, 90% 이상이 엔화 환전을 한다”면서 “생각보다 많은 원화를 받아들어서인지 (환전하면서) 좋아하는 관광객들이 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H씨는 “한국을 떠나는 관광객들도 남아 있던 엔화를 원화로 다 환전하는 경우가 많다. 환율이 좋을 때 원화로 바꿔 놨다 나중에 다시 방문하기 위한 것”이라 덧붙였다.

장면 2. 서울 종로에 있는 창덕궁 앞에는 일본인 관광객들 수백 명이 운집해 있다. 이들을 싣고 온 버스 때문에 주변도로가 혼잡할 정도. 관광객들 앞에는 깃발을 든 가이드들이 인원을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창덕궁 측은 늘어나는 일본 관광객들을 위해 가이드가 일본어로 안내하는 차례에서 사람이 많으면 단체를 나눠 입장시키고 있다.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혜 업종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 초 일본에서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100엔을 환전하면 받을 수 있는 우리 돈은 800원 남짓이었지만 최근에는 1200~13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연초 대비 원화가치가 엔화보다 40% 정도 절하됐기 때문이다.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관련 관광 사업과 일부 수출 사업에선 불황 속에 그나마 위안을 찾고 있다. 반면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들과 일본산 원재료 부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엔고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엔고 현상이 지속된다면 원·엔 환율에 민감한 기업과 일본소비 수혜기업, 엔화자산이 많은 기업 등이 유리할 것”이라 분석했다.

엔고로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곳은 여행 업체들.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소위 ‘인바운드관광 업체’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일본인 입국자가 164만여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3%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9월 들어선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9월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은 20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5% 늘어났다. 10월 들어선 더 성장세가 가파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일본인 입국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올해 전체로는 일본인 방문자가 300만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본여행협회에서도 일본인의 한국 방문이 10월 10.4%, 11월 12.5%, 12월 68.3%씩 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인 관광객 연말에 크게 늘 듯

여행업계들도 엔고 호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여행객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가뭄에 단 비인 셈.

하나투어는 인바운드관광을 담당하는 자회사 하나투어 인터내셔널 일본팀을 강화했다. 하나투어 측은 10월 자사 상품을 통해 방한한 일본 관광객이 4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8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본인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체스투어즈는 10월에 일본인 단체여행팀을 1600팀이나 받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유류할증료와 불경기로 국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경영난 극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각 여행사들이 인바운드관광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늘면서 호텔과 카지노, 면세점 등 관련 사업들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특급호텔의 객실 투숙률은 80%를 넘어서고 있다. 웨스틴조선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숫자가 꽤 늘었다”면서 “원래 연말이 일본인 방문객 성수기라 이때에는 투숙객이 더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체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시내 중저가 호텔들은 일본인 관광객의 객실 점유율이 90%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 등에도 일본인 관광객들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택스프리(Tax free) 쇼핑’ 데스크를 통해 올해 1∼9월 세금 환급을 신청한 일본인 관광객의 상품구입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35%가량 늘고, 구입액도 44% 증가했다.

신라, 애경 등 다른 면세점들도 최근 일본인 관광객들의 구매 액수가 2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엔화가치 상승이 반갑다.’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주)는 엔고 현상이 계속 이어지며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엔화가치 상승으로 세븐럭 카지노를 찾는 일본인 고객이 늘고 사용 금액도 증가해 영업이익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 그랜드코리아레저 측은 10월까지 2853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리면서 지난해 전체 매출액 2851억원을 넘어섰다.

세븐럭 카지노를 찾은 외국인 입장객 수는 68만6000명. 국적별로는 일본인이 34만4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카지노업계에서는 환율이 100엔당 10원 상승하면 연간 매출액 10억원, 순이익 7억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랜드코리아레저 측은 엔고에 힘입어 올해 매출액 목표치 3200억원과 입장객 수 80만명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수출 업체들도 엔고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전통적으로 IT와 자동차, 조선 등 일본이 경쟁하는 업종에서는 원·엔 환율 상승이 호재로 받아들여져 왔다. 설비와 원자재 등을 일본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아 부담도 늘지만, 수출 경쟁력 면에서는 크게 나아지는 게 사실이라는 것.

코트라는 최근 원·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대일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품목별로는 기계류, 자동차부품, 무선통신기기가 약 5~10% 수출이 증가해 원·엔 환율 하락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부 일본 기업들은 한국산 수입을 늘리기 위해 현장 조사를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IT 등 수출경쟁력 도움

실제 현대· 기아차 측은 엔고를 활용하기 위해 마케팅 강화와 딜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은 물론 신흥시장에서 주력 차종인 소형 부문에서 일본차와 경쟁하고 있어 엔고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IT업종의 경우 부품 수입 등에 부담이 있지만, 디지털TV·PC모니터 등 완성품 시장에선 경쟁력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원화가 달러와 엔화에 동반 약세를 나타내면서 원가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상황.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화 약세로 제품 가격을 5% 정도 낮춰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 “경쟁업체인 일본 기업에 대비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원선 연구원은 “국제 시장에서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수출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면서 “특히 가격 경쟁이 치열한 디스플레이, 가전, 전자부품 부문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일본 소비의 혜택을 입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업체 ‘럭스걸’은 일본 사이트를 열어 3개월 만에 매출 1억원을 넘어섰다.

박정호 럭스걸 사장은 “일본 사이트를 시범 운영 중인데도 1억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면서 “엔고 현상으로 10만~20만원대의 한국 의류를 찾는 일본 구매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엔고 현상에다 중국산 물건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한국산 제품들이 더 인기를 얻는 것 같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일본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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