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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윤용선 기자] 배은망덕(背恩忘德)한 건설사

이후 8월초 철근의 주원료인 고철가격이 급등해 제강사는 적자 위기에 몰렸다. 철근가격 인상에 나선 배경이다. 정확히 하자면 8월중 가격 인상을 실시한 제강사는 철근 판매가격을 원위치 시켰고 9월들어 톤당 1만원 인상된 것이다.

제강사의 절박한 상황과 건설사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건자회는 4분기의 철근 판매가격 발표 이전까지 톤당 61만5000원의 기존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제강사들이 불응하면 집단 시위나 공정위 면담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쯤에서 묻고 싶다. 9월 철근가격이 일부 선반영 되지 않을 경우 10월의 경우 얼마를 올려줘야 할지 계산해 봤는지.

3분기 들어 국내 고철가격이 공식적으로 인상된 것만 톤당 6만5000원이다. 수입고철은 톤당 10만원까지 상승했다. 국내 고철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인상분만 반영해도 10월 철근가격은 최소 톤당 7만~8만원이 인상돼야 한다.

과연 건설사 구매담당 임원 중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건설사들은 표면 가격만을 얘기하고 있다. 제강사들이 희망하는 가격이 64만5000원인데 이것도 높다는 것이다. 과연 건설사 중 제값주고 철근을 구매하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 최근에도 몇몇 제강사들은 철근을 톤당 50만원 중반에 출하하고 있다. 연초 가공철근으로 공급하기로 약속한 장기 계약물량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50만원 중반의 철근은 없다. 최근 중국 내수 철근거래가격은 73만5000원 수준이다. 제강사가 인상한 가격도 국제 가격을 고려하면 싸다.

제강사에게도 팁을 제시한다.

동아시아 빌릿 시세는 철근용도 아닌 일반용(Q235)이 톤당 550달러(CFR)에 근접했다. 최근 환율로 환산하면 톤당 62만원이다. 동아시아에 빌릿만 팔아도 철근을 파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현재 빌릿가격 고공행진의 과실은 일본이 모두 따 먹고 있는 상황이다.

퍼줄 거 다 퍼줬는데 욕하는 배은망덕(背恩忘德)한 건설사보다 이제는 실리를 찾아가는 것도 새로운 형태의 배려(?)가 될 것이다. 그게 경쟁과 시장 논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