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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가습기살균제 국가배상책임 첫 인정 법원 앞 기자회견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
[서울 = 뉴스핌] 메디컬투데이 =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공론화된 이래 13년 만에 국가 배상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추가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면서 2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이 사건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살균성분을 사용한 '세퓨'라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 후 폐질환 등으로 사망 또는 상해를 입었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이 2014년 제조·판매사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1993년 3월 정부의 관보에는 PHMG가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고, 2003년 6월 관보에는 PGH도 '유해성이 없다'고 고시돼 있다. 원고들은 해당 살균제 원료가 유독 물질이 아니라고 고시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피해자들은 2014년 정부의 1차 피해판정에서 모두 피해자로 인정된 폐손상 1, 2단계였다. 사망한 아이는 2011년 사망당시 10개월 영아였다. 2009년생 아이는 폐손상 1단계와 구제법 판정에서 고도장애를 받을 정도로 폐질환이 심각한 상태로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1월 1심 판결에서 기업의 배상책임은 인정됐으나 국가 배상책임에 대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배상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PGH를 넣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세퓨의 설계·표시상 결함이 인정돼 합계 5억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단이 나왔다.
이후 세퓨가 파산하면서 배상금을 받지 못한 원고 일부가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1심 결과를 뒤집고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2심 재판부는 국가는 원고 5명 중 3명에게 300만∼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국가는 가습기살균제 물질의 유해성 여부에 관해 충분히 검증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해 집단적 폐손상이라는 피해를 발생시켰다"라고 말했다.
또 "당시 환경부 장관 등은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화학물질이 음식물 포장재 등의 용도로 사용될 것을 전제로 유해성이 낮고 환경에 마칠 영향이 적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심사 평가했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포장재 용도 외에 사용되거나 최종제품에 다량 첨가되는 경우에 관한 심사는 하지 않았고 안전성도 검증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환경부 장관 등은 화학물질이 '유독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한 다음 이를 10년 가까이 방치했다. 이는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위법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고와 피고 모두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면서 2심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번 대법원 확정판결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은 첫 판례로서 관련 여러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배상 대상을 일부 피해자로 한정했고 배상액도 소액이어서 한계가 크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영아사망 피해사례를 국가배상 위자료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위자료 국가배상금액을 소액으로 한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발생과정에 국가의 책임 있다고 하면서 이렇게 대상과 배상액을 크게 제한한다면 피해자들에게 위안이 되겠는가"라며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양대 책임주체인 기업과 국가 모두에 제대로 된 엄중한 법적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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