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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태봉 전문기자 = 한국인의 재테크에 있어 부동산은 핵심 자산이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은 5억4000만원이고 순자산은 약 4억5000만원이다. 이 중 부동산(실물자산 등) 비중이 무려 75%다.
부동산 가격 등락에 따라 한국인의 재산 가치가 크게 변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산과의 관련성이 밀접하다 보니 부동산 가격 전망은 늘 초미의 관심사다.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심각한 저출산과 노령화다. 이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의외로 실제 한국 인구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인구주택 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수는 총 5177만명으로 전년 대비 0.2%(8만명) 증가했다. 이 중 내국인은 4994만명(96.3%)이다. 내국인만 따지면 5000만명이 붕괴됐다.
이 빈자리를 채운 건 외국인들이다. 한국에는 외국인들이 3.7%인 194만명 거주 중이다. 전년 대비 10.4%(18만명) 증가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점점 더 증가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와중에 2024년의 한국 주택 시장 상황은 어땠을까?
◆ 낙폭 과대로 아파트 반등…서울 지방 격차 극심
2년 전인 2022년에는 금리 급등의 영향으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가 무려 17% 급락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2.1%로 더 가파른 낙폭을 보였다. 2023년부터는 '특례 보금자리론' 등의 저금리 정책 대출이 위력을 발휘해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2023년에 서울 아파트 지수는 10.1% 급반등했다. 이 흐름이 2024년에도 이어져 9월말 기준 추가로 8.1% 더 상승했다. 지난 5년 간 서울 아파트 지수의 누적상승률은 29%에 달한다. 문제는 극심한 양극화다.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 흐름은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핵심지역 급등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나머지 서울 외곽 지역은 전 고점보다 한참 아래다. 서울 내에서도 양극화가 극심하다 보니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 부진은 더 심각하다.
2022년의 지방 아파트 지수는 10.5% 하락해 서울보다 덜 빠진 대신 2023년에는 고작 0.3% 상승으로 부진했다. 2024년 9월말 기준으로는 다시 0.4%다. 지방 아파트 지수의 5년 누적 수익률은 12.5%로 서울아파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향후에도 반등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더 문제다.
◆ 서울 평당 2억원 시대 임박…외곽은 눈물
서울은 총 25개구에 426개의 법정 동이 있다. 이 중 2024년에 거래된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공급면적 약 32평) 아파트를 동별 최고가 순으로 10위까지 나열해 보면 강남 지역 동이 7개로 압도적이다. 그 외 성수동이 트리마제, 이촌동이 한강맨션, 여의도동이 브라이튼여의도를 앞세워 서울 상위 10개 동에 진입한 게 눈길을 끈다.
아실 부동산 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평당 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는 반포동에 위치한 래미안원베일리다.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기준2024년 최고가 거래액은 60억원이다. 평당 1억9000만원에 달한다. 서울 핵심지 아파트의 평당 2억원 시대가 멀지 않은 이유다.
상승률로는 압구정동 현대5차 아파트가 3년전 최고가 대비 57% 급등한 5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3년만에 평가이익이 2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이촌동의 한강맨션도 58% 급등한 39억5000만원에 거래돼 평가이익이 14억5000만원이다. 청담동 건영 아파트도 36% 상승한 35억원에 거래됐다.
반면 일부 서울 외곽지역은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기준 5억원 이하인 아파트도 일부 존재한다. 서울 1위 아파트인 래미안원베일리 60억원과 비교하면 20배 이상의 가격 격차다. 서울 외곽 아파트 중 상당수는 여전히 전고점을 회복 못했다. 서울 내에서도 이렇게 격차가 크니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훨씬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 아파트 1채가 220억원? 빌딩가격 넘어
국민평형이 아닌 대형 평수는 훨씬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2024년 서울 아파트 최고가 거래는 한남동의 나인원 한남이다. 전용면적 273㎡(공급면적 100평)가 220억원에 거래돼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한남동의 장학파르크한남로 전용면적 268㎡(공급면적 97평)가 170억원에 거래됐다. 3위는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로 전용면적 198㎡(공급면적 75평)가 145억원에 거래됐다.
한남더힐과 압구정 구현대 6,7차도 각각 120억원과 115억원에 거래됐다. 이제 서울의 핵심지역 초고가 아파트는 웬만한 빌딩 가격을 넘어선 상황이다.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똘똘한 1주택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다주택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앞으로도 쏠림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변수는 종합부동산세다. 현 정부는 그간 지난 정부의 역점 사업이던 '공시가격 현실화계획' 폐지를 진행해왔다. 반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진행해 왔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공시가격 현실화로 또 다시 종부세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초고가 아파트 상승세도 다소 진정될 수 있다.
◆ 고금리와 공실로 이중고 빌딩ㆍ상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중인 서울 핵심지역 아파트 가격과 달리 서울 중소형 빌딩과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의 수익형 부동산은 고전하는 모양새다. 이는 '고금리'와 '공실'의 이중고 때문이다.
2021년에 0.5%에 불과했던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3년에 3%포인트 급등한 3.5%까지 치솟은 채로 2024년까지 유지됐다. 이 영향으로 3%대였던 대출 금리가 시차를 두고 5~6%까지 폭등하며 건물주와 상가 투자자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실률마저 건물주들을 괴롭혔다. 코로나 영향이 가시지 않았던 2022년 1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7.2%였다. 다행히 2년 6개월 뒤인 2024년 3분기 공실률은 5.3%로 1.9%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서울 오피스보다 취약한 지방 오피스의 경우 여전히 공실률 문제가 심각하다.
인천, 강원, 충북, 전남, 경북 등 지방 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모두 20%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특히 강원도 공실률은 2022년 1분기보다 2024년 3분기에 1.8%포인트가 증가한 26.1%를 기록했다. 충북 공실률은 27%로 전 지역 중 최고치다.
공실률이 높아지면 임대수입 목적으로 대출을 끼고 건물을 매입한 건물주들의 유동성이 꽉 막히게 된다. 오피스뿐 아니라 지방지역 대형 상가나 중소형 상가 모두 20% 이상의 공실률로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공실률이 낮은 서울 상업용 빌딩은 선방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프롭테크 기업 '부동산플래닛'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서울 상업ㆍ업무용 빌딩 거래건수는 631건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49%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매대금도 7조9611억원으로 전년 동 분기 대비 151% 급증했다.
서울 빌딩시장은 초활황기였던 2020년보다는 못해도 거래량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물론 가격 회복세는 더디다. 특히 지방 빌딩의 경우 거래량과 가격 회복 모두 부진하다. 공실률이 워낙 심각한 만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지식산업센터의 몰락…금리 내리면 살아날까
다주택자 규제의 틈새시장으로 최근 몇 년간 각광 받아왔던 지식산업센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초저금리로 최고 활황기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고금리로 경매가 속출한 2024년에는 거래건수와 거래대금 모두 심각하게 위축된 상태다.
지식산업센터의 매년 3분기 거래건수와 거래금액을 확인해보면 3년 연속 감소했다. 2024년 3분기에도 거래건수는 전년 동분기 대비 21% 감소한 699건, 거래대금도 28% 감소한 2869억원의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수도권에 워낙 단기간에 많은 물량이 공급돼 공실률이 40% 이상 치솟은 사업장도 흔하다. 한 때 분양가격의 90%까지 대출해 주던 주요 은행들도 몸을 사리며 대출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호황기에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고가에 분양 받았던 지식산업센터 투자자들이 힘겨워하는 이유다.
◆ 증권사 투자 해외부동산 손실… 국내 리츠는 유상증자가 문제
미래에셋, 한국투자, NH투자, 하나, 신한, 대신, 키움 등 한국의 주요 증권사 및 운용사가 앞장서서 투자했거나 중개한 해외부동산 펀드 손실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의 고금리와 재택근무 활성화로 사무실 및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영향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이 호기롭게 투자했던 해외 부동산 펀드는 대거 평가손실 중이다. 만기가 다가왔음에도 청산할 수 없어 부득이 만기연장에 나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국보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 상업용 부동산 타격이 더 큰 상황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재택근무 비율이 높지 않아 그나마 오피스 수요는 살아 있다. 하지만 국내 상장 리츠 수익률도 역시 부진하다. 이유는 올 하반기에 한화리츠, 삼성리츠, 롯데리츠, 신한알파리츠 등 7개사가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1조원이 넘는 리츠 물량이 쏟아져 시장에서 소화가 안 됐기 때문이다.
◆ 2025년 부동산 시장 전망은?
정리해 보면 올해 부동산 시장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초고가 아파트만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며 초호황을 보였다. 다주택자 규제에 따른 똘똘한 1채 집중 현상 덕분이다. 나머지 부동산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큰 수익을 보기 힘든 시장이었다.
다가올 2025년에 부동산 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뒤엉켜 있다. 호재는 금리인하 시그널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기존 3.5%의 기준금리를 올해 2회 연속 0.25%포인트씩 인하해 이미 3%로 낮췄다. 한국의 저성장이 본격화될 내년에는 기준금리가 최소 2.5% 밑으로 내려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경우 금리에 민감한 부동산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반면 경기 침체로 오피스와 상가의 공실이 증가하는 점은 악재 요인이다. 압도적인 국회의원 수로 입법권을 손에 쥔 더불어민주당이 향후 어떤 세금 정책을 내놓느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국 가구 평균 재산의 75%는 부동산이다. 부동산을 빼 놓고 재테크를 논할 수는 없다. 최근 경기침체 타개책으로 재정지출 확대가 본격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은 강력한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다.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라는 쌍끌이 호재가 살아 있는 부동산 시장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③편에서 계속…
longinu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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