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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채권'에 갈 곳 잃은 돈 몰린다
2020/10/14 00:50 한국경제
[ 박재원 기자 ] ‘제로(0) 금리’ 시대에 연말 각종 불확실성까지
맞물리면서 갈 곳 잃은 자금이 초단기채권 펀드에 몰리고 있다. 기업은 물론
개인도 은행 금리보다 1% 높은 안전한 단기채권형 상품에 돈을 맡기는 게 트렌
드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유동성이 역대 최고치에 달하지만 국내 증시가 박스권
에 갇히면서 은행을 대체할 투자 상품을 찾는 이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인도 기업도 ‘금고’ 대신
13일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초단기채권 펀드인 ‘삼성KODE
X단기채권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에 최근 한 달간 3681억원의 자금이 유입
됐다. 이 상장지수펀드(ETF)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정부 및 한국은
행이 발행하는 1년 미만 국고채권과 통안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1년 수익률은
1.08%에 불과하지만 갈 곳을 잃은 자금이 머무는 일종의 ‘금고’
역할을 한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주식예탁금을 단기적으
로 운용할 때 편리하게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머니마켓펀드(MMF)
보다 간편하고 다소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
다.
이달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거래한 ETF에 ‘KOSEF 단기자금’이 순
위권에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 이후 줄곧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들 외에 거래량 상위 5개 ETF에 이름을 올린 것은 ‘KOSEF 단기자금
’이 유일하다. 줄곧 1~5위는 KODEX200선물인버스X2 등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이 독식해왔다.
‘KOSEF 단기자금’ 역시 만기 시점이 6개월 이내인 초단기채권을 따
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개인투자자는 이달에만 이 상품을 8650억원가량 거래했
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 열풍 이후 증권사를 찾은 자금이 이탈하
지 않고 초단기채권 ETF 등에 머무르면서 다른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는 모습&r
dquo;이라고 했다.
설정액 10조원 육박
실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올 들어 초단기채권 펀드에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올해만 국내 초단기채권 펀드 설정액은 2조6000억원가량 증가했다. 3년
전 6조9048억원 수준이던 설정액은 9조2528억원까지 급증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이 같은 상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수
키움증권 법인금융3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장기채권 대신 단기채권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당장 수익률은 1%에 불과하지만 변동성을
피하고 보자는 의도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앞다퉈 이벤트에 나서면서 일부 단기
채권 ETF에 개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dqu
o;증권사들이 특정 거래액을 넘어선 고객에 한해 일정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하면서 변동성이 낮은 단기채권 ETF 등을 통해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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