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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게임 업계가 어려운 시기입니다. 그만큼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학교 비전갤러리. 게임 그래픽 디자인 전공 졸업 전시회가 열린 이날 현장에는 채용 한파라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졸업생들의 결연한 의지가 묻어났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졸업 전시회에는 34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액션, 어드벤처, 롤플레잉, 퍼즐, 슈팅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 기획안과 아트워크가 전시된 가운데, 행사에 참가한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현실 속에서 미래 게임인을 꿈꾸는 후배들을 응원하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날 졸업 전시회를 방문한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현재 국내 게임 업계는 (산업 생태계 발전을 이끌) 허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인디게임 육성과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서는 독립 투자 펀드 조성 등 투자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백석예술대학교와 졸업전시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학교 비전갤러리. [사진=양태훈 기자] |
또 "영화 산업의 독립 영화 투자펀드처럼 게임 산업도 인디게임 전용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며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도전을 지원하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문화부와 중기청의 전시회나 제작 지원 사업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독립적인 투자 펀드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전시회에서는 실험적인 게임 기획들이 돋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3D 점토 캐릭터로 5대5 온라인 대전을 펼치는 'CLAYMORE - 클레이모어'였다. 이 게임은 점토로부터 태어나 점토로 만들어진 몰드를 입고 팀원들과 더 많은 점토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 점토를 부수고 빼앗아오는 경쟁 요소가 특징이다.
지난 9일 백석예술대학교와 졸업전시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학교 비전갤러리. 학생들이 졸업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양태훈 기자] |
정철화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은 "캐릭터 애니메이션 효과만 잘 살린다면 PC는 물론 모바일, VR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며 "짧은 플레이 시간으로 구성된 스테이지 방식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미래 게임인들의 이 같은 실험적인 시도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경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한파가 이어지면서 현직 종사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게임사에서 해고된 근로자 수를 집계하는 '게임 인더스트리 레이오프(Game Industry Layoff)'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해고된 근로자 수는 약 1만4603명으로 역대급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약 8549명, 2023년의 1만66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본격적인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036570)는 최근 4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넷마블(251270), 컴투스(078340) 등도 인력 감축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게임 업계에서는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넷마블,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7개 게임사에 노조가 새로 설립된 가운데, 노조 측은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 대비 직원 복지는 소홀히 다뤄지고 있으며, 현재 보이지 않는 구조조정으로 2년 사이 감소된 직원 수가 수백 명에 달한다"고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9일 백석예술대학교와 졸업전시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백석예술대학교 비전갤러리. 정철화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부회장이 최근의 게임 업계 동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태훈 기자] |
재취업에 나선 비개발직군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전직 게임사 직원 A씨는 "게임 업계에만 10년 넘게 종사했는데, 유통이나 금융권 등 다른 업종으로 취업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이력서가 통과돼 면접까지 봐도 대부분 거기서 끝이 났는데, 특히 경영 지원과 같은 스태프 부문은 채용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30대 가장으로 부담이 엄청난데, 고용 한파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게임사에서 경영 지원 파트를 담당 중인 게임사 직원 B씨 역시 "최근 특히 스태프 부문은 채용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고, 경력직 한 명을 뽑아 업무를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다수의 게임사들이 신작 실적 부진으로 연말까지 일부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생성형 AI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10년 차 전후의 경력자 한 명에게 업무를 몰아주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넷마블 구로 지타워 사옥 앞.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양태훈 기자] |
비개발직군 대비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개발직군에 대한 구조조정 압박 역시 거세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10월 단행한 구조조정에 개발 직군을 포함한 바 있으며, 컴투스도 지난 1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주요 게임사들의 생성형 AI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추세가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철화 부회장은 이에 대해 "현재 채용 시장이 한파인 것은 맞지만, 국내 게임 산 업계에서는 30년 내내 실력 있는 개발자가 늘 부족했다"며 "AI가 장기적으로 중요한 만큼 사용법을 익히는 것은 필요하지만, 결국엔 AI라는 건 게임 개발에 있어 무한 반복일 수 있는 개발 공수를 효율적으로 줄이는, 단순히 사람이 프로그래밍하는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경계했다.
김동균 다이아몬즈 대표 역시 "요즘에는 개발사들이 AI를 열심히 사용한다. 생성용 AI도 쓰지만 자체적으로 튜닝을 해서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과 다르게 직원을 고용하는 형태도 많이 바뀌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AI는 결국 프로그램일 뿐이며, 게임은 21세기에도 사람의 머리와 손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인간만의 고유한 창의성과 감성은 매력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스타 2024' 펄어비스(263750) '붉은사막' 전시 부스. [사진=펄어비스] |
한편,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과 함께 매출 확대를 일으킬 트리플A 대작 게임 출시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년에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 크래프톤 'inZOI', 넷마블 '일곱 개의 대죄: Origin' 등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출시될 예정이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내년에는 크로스 플랫폼 기조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스팀 플랫폼은 글로벌 마케팅 채널로 활용되며, 이를 통한 신작 출시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남 연구원은 트리플A 게임 개발의 위험성도 함께 지적했다. 남 연구원은 "2024년 트리플A 게임의 기준은 개발비 2억 원 이상으로, 막대한 투자비와 최소 5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된다"며 "게임 그래픽 한계 효용 체감으로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해도 사용자 만족도는 제한적일 수 있고, 개발자 인건비 상승으로 개발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담이 커진다. 성공 시 혁신적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실패 위험도 크다"고 전했다.
dconnec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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