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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환율과 에너지 수입 가격이 함께 수직 상승하면서 에너지 전담 기관인 한국전력(015760)공사와 한국가스공사(036460)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기관은 오랜 기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전기·가스를 공급해 천문학적인 적자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요금이 소폭 인상돼 수익성이 일부 회복됐지만,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다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 '계엄 사태'에 고환율 장기화…한전·가스공사, 수익성 개선 난항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말 1379.9원에서 이달 10일 1426.9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원화 가치 하락률은 3.3%로 통상 수준인 0.5~1% 내외와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돼 왔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탄핵 등 극단적으로 치닫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화 가치를 절하했다.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담화문을 발표한 이후에는 정치 불안이 더욱 고조돼 1430원 초중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탄핵 정국의 불안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12일 오전 9시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3.97포인트(0.57%) 상승한 2,456.48로, 코스닥지수는 5.25포인트(0.78%) 상승한 681.17로 오전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0.15%) 하락한 1,430.00원에 오전 거래를 시작한 가운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4.12.12 yym58@newspim.com |
이로 인해 한전과 가스공사는 1400원대 고환율이란 크나큰 부담에 직면하게 됐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국제 에너지 가격은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한 이후 최근 들어서도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인해 지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관의 재무 사정이 이미 열악하다는 데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장기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전기·가스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22년 러-우 전쟁을 시발점으로 이런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2조9900억원에 달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4조4000억원 수준이다. 미수금은 장부에 달아놓는 외상값 개념으로 사실상 적자를 뜻한다. 이들 기관의 부채와 미수금 등은 해마다 천문학적인 규모로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는 몇 차례 요금 인상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다소 개선됐다. 한전은 ▲1조2993억원(1분기) ▲1조2503억원(2분기) ▲3조3960억원(3분기) 등 연속으로 영업이익 창출에 성공했다. 매 분기가 지날수록 영업이익 폭이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3분기에 3조원대로 크게 뛰어오르면서 흑자 기조를 굳혔다. 3분기 당기순이익도 1조879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가스공사도 올해 3분기에 영업이익 4397억원과 당기순이익 1552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1628억원)의 적자를 딛고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동 기간(-902억원)의 마이너스를 끊고 8154억원 규모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미 천문학적인 부채와 미수금 등이 쌓여있는 만큼 이런 흑자 흐름을 더욱 확대해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계엄 사태로 인한 고환율 위기가 겹치며 더 이상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실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대로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경우 공기업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며 "요금 인상 논의와 환율 안정 등 여러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부가 안정을 되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급…탄핵 정국에 인상 논의 '지지부진'
환율 부담으로 인한 원료비 상승은 전기·가스요금 인상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부터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6.8% 올렸다. 이번 4분기 들어서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했다. 다만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으로 동결했다.
원료비 상승과 누적된 적자난 등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 사정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인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며 관련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절차상 이달 초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3일에 계엄 사태가 발발하면서 요금 논의에 대해서는 진전 사항이 전무한 상태다.
이에 한전과 가스공사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환율이란 악재가 겹친 상황 속에서 요금 인상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막대한 재무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하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겨울철은 에너지 수요가 높은 만큼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회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아직 요금 인상 등의 논의에 착수하기엔 상황이 녹록잖다는 입장이다. 정국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뒤에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에너지 요금에 대해 논의해야 할 시점이지만, 정국이 어수선해 이런 민생 관련 사안들은 상대적으로 뒷전이 됐다"며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정부와 국회가 먼저 안정화돼야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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