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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확정되면서 증권업계는 환영하면서도 복잡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금투세 도입을 대비해 전산 시스템 구축과 컨설팅에 투입한 수백억원의 비용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오락가락한 행보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막대한 매몰비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회가 전날 본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금투세는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유예 종료를 불과 두달 앞두고 폐지가 결정됐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이 지난 수년간 준비한 시스템 개발과 컨설팅 비용이 모두 매몰비용으로 남게 됐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양도 수익이 연 5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초과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해외주식, 채권 등 기타 상품은 250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를 내야했다. 2020년 여야 합의로 통과된 후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시스템 미비와 시장 위축 우려로 2년 유예된 이후 전날 국회의 결정에 따라 202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자본시장이 침체돼 있는데 금투세 폐지가 결정되면서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 분위기가 안 좋은데 금투세까지 시행됐다면 거래량이 줄고 수수료가 감소하면서 증권사 수익이 악화됐을 것"이라며 "폐지가 결정되면서 부담이 줄어든 것은 다행이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는 다행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증권사들은 적지않은 매몰비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증권사들은 그동안 금투세 도입에 맞춰 원천징수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산 개발을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였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가 금투세 시스템 구축 및 컨설팅에 투입한 비용만 422억6000만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비용을 집행한 증권사의 경우 85억9000만원을 집행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별도의 인력과 비용을 들여 시스템 개발을 진행해왔다.
정치권의 갈팡질팡한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가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조속한 폐지를 주장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유예와 보완 시행을 놓고 입장을 번복했다.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증권사들은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오랜 기간 적지않은 비용과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다른 관계자는 "연초부터 폐지 논란이 있는 가운데 최종 결정이 미뤄진 상태로 가다보니 혼란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증권사들이 각자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진짜 폐지가 맞냐'라는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정치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서 예측이 불가하다"면서 "현업부서에서는 향후 정권 교체 후 금투세가 재추진되지 않을까란 의심도 있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투입한 전산 및 인력 등에 대한 고민도 남아 있다. 전산은 폐기되고, 인력은 재배치를 해야만 한다.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쪽으로 의견이 기울면서 인력 재배치 등을 실시한 증권사들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투세 가이드 부재와 마찬가지로 명확한 지침이 없고, 연초부터 시행 논란이 지속되면서 각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며 시스템 개발, 인력 재배치 등을 진행해왔다"며 "다만 정치권에서 일찍 결론을 내렸다면 보다 더 효율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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