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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배임죄는 독일에서 처음 생겨 일본을 거쳐 한국에 도입됐다. 전 세계 최초 배임죄 도입 국가인 독일은 이미 사문화됐고, 일본은 배임죄 적용이 매우 엄격하다.
한국에서도 배임 무죄율은 일반 범죄 무죄율보다 5배나 높다. 법원이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을 인정해 배임 범위를 좁게 해석해 판결하기 때문이다.
◆ 독일·일본 배임죄 있지만 처벌 엄격히 제한...사실상 사문화
21일 재계에 따르면, 배임죄는 자본주의 발달로 사유재산 보호가 강화되면서 1871년 독일제국형법 제266조로 생겼다. 당시 나치 치하의 초기 배임죄는 행위자에 대한 규정이 엄격했다. 배임죄가 성립되는 행위자의 종류를 후견인과 관리인, 재산보호인, 유언집행자 등 한정적으로 열거함으로써 경제상황에서 악덕과 타락에 대한 대책만을 마련한 것이다.
이후 독일은 1930년대 형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경영상 판단일 경우 책임을 면해 주는 등 배임죄 처벌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일본도 형법상 배임죄와 상법상 특별배임죄가 있지만, 처벌 범위는 제한적이다. 특히 일반 배임죄는 남아 있지만 업무상 배임죄는 폐지됐다. 고의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도록 요건을 명확히 했다.
[배임죄 완화 급물살] 글싣는 순서
1. '걸면 걸린다'…적용범위 넓고 기준 모호
2. 美·英 민사로 다뤄…해외 유례없는 '악법'
3. 합리적 경영은 면책…'경영 판단의 원칙' 명문화 필요
반면 미국과 영국은 배임죄라는 범죄 자체가 없다. 대신 미국과 영국은 배임에 해당하는 사안을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사기죄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일찍이 1982년 루이지애나 대법원 판결 이후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을 확립했다. 경영자가 기업 이익을 위해 성실하게 경영상 판단을 내렸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책임을 면하는 내용이다. 그만큼 기업인의 경영판단을 존중해준다.
◆ 韓 배임죄 가중처벌...형법상 살인죄와 같은 수준
한국은 1953년 업무상 배임죄를 포함한 일본의 형법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횡령과 배임죄를 같은 조문(형법 제355조 횡령·배임, 제356조 업무상 횡령·배임)에 규정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별도 조문으로 분리했다. 때문에 일본에선 횡령죄로 재판을 받을 때 우리나라처럼 배임죄가 따라붙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현재 한국의 배임죄는 면책 조항이 따로 없고, 범위도 광범위하다.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죄가 있을 뿐 아니라 상법상 특별 배임죄를 별도로 두고 있다.
게다가 배임으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 의해 가중 처벌된다. 배임죄를 가중 처벌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데, 특경법상 배임으로 인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최고 무기징역(또는 5년 이상 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
형법상 살인죄(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최고형은 사형)와 같은 수준으로, 재계가 대표적 악법으로 꼽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도 살인죄와 같은 처벌 규정 때문에 논란이 있어왔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삼성전자(005930)가 1983년 반도체 진출 선언 이후 1987년까지 14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을 때 주주들이 이를 문제 삼아 소송을 남발했다면 지금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라며 "해외 주요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트렌드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는 결국 국민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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