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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구리와 뻐꾸기 부부
소똥구리는 치매가 없지만, 뻐꾸기는 젊었을 적부터 치매가 온다. 뻐꾸기는 멧새 집이나 개개비 둥지에 알을 낳고는 곧장 잊어버린다. 뻐꾸기 새끼야 어떻게 자라던 아랑곳 않고 죽던지 살든지 그것은 알 바가 없다는 듯 잊어버린다. 치매끼 치고는 고약한 치매임이 틀림없다. 봄부터 뻐꾸기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아내를 목 따갑게 부르짖지만, 그것은 일종의 종자 번식에 의한 자극적인 사랑일 뿐이다. 모든 동물이 새끼를 위한 물불 가리지 않는 모성의 사랑과는 차이가 있다. 뻐꾸기는 치매 때문에 모성애란 아예 없어지는 것인가 보다. 자기의 새끼를 남이 키우도록 버리는 부모가 뻐꾸기 치매에는 통하는 일이다. 뻐꾸기는 종족번식을 위한 감각적인 사랑이지 번식 시기가 지나면 암컷과 수컷이 같이 지내지도 않는다. 들판의 청보리 이삭이 필 무렵이면 그렇게도 울어대는 일도 교미를 즐기기 위한 생리현상일 뿐이다. 새끼를 잊어버리는 것은 치매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매우 고약한 병이다. 이런 고약한 치매를 고등동물인 사람이 앓고 있다는 사실은 퍽 불행한 일이다. 뻐꾸기 새끼는 천덕구니 고아로 남의 둥지에서 살아남기 위해 멧새의 알과 새끼를 밀어내 버린다. 어미 멧새가 알아보지 못하는 허점을 이용할 줄도 안다. 필요악을 뻐꾸기 새끼는 타고나면서 이용하고 있는 일이다. 어미 뻐꾸기의 치매 때문에 저지르는 살해자가 되어버린다.
이웃에 사는 환갑도 되지 않은 나이에 치매가 와서 보호시설에 가는 부인이 있다. 환갑 나이라도 요즘은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기억이 쇠퇴한다더니 나중에는 가족은 물론 자기 남편도 알아보지 못하는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늘 멀쩡하고 육신은 건강한 사람이었다. 이런 부인이 치매가 왔다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매우 심각한 치매 현상은 한 가정의 평화를 망쳐 버리고 말았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그 부인의 남편은 젊은 각시를 만나서 매우 행복하다고 평소에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 관계없이 오는 치매는 막을 수는 없었을까 말이다. 가정사의 내막을 자세히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남편이 신혼 시절부터 부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부인이 힘든 일은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화초처럼 두고만 보고 애지중지 모시는 부인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하는 편이 맞는 말이다. 요즘 말로 과보호로 생기는 현상이다. 농촌에서 사람이 일하지 않으면 운동 부족이 되고 말 것이다. 육신은 제 발로 걸어 다니니 별로 표시가 없지만, 정신은 운동에서 오는 에너지를 받지 못하여 영향을 받은 일이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 화초처럼 가만히 있으면 육신은 물론 정신부터 망가지는 현상을 이런 부인에게서 느끼는 일이다. 타고난 선천적인 치매기라 해도 생활 습관이 가속도 구실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젊어서 농사일을 하면서 부부가 함께 소똥구리처럼 일했다. 리어커를 혼자 끌면 힘이 너무 들어서 밀어야 한다. 아내가 밀면 그래도 도움이 되어 내가 좀 편했다. 주위에서는 우리를 소똥구리 부부라 한다. 나쁘게 보면 아내를 혹사시키는 나쁜 가장의 인상을 받기 꼭 알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아내가 더 나서서 노력하는 바람에 내가 오히려 보채며 따라나서는 형편이다. 아녀자의 미는 힘이 마음에 차지 않아 소를 멍에 미여서 수레를 끌도록 하니 나쁜 인상은 피할 수도 있었다. 당시는 가축의 힘을 빌리던 시절이다. 그러나 우리는 뻐꾸기 부부가 아닌 소똥구리 부부가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팔십 줄에 들어서도 나보다 연상인데도 잠시도 노는 모습이 아니다. 마당에 감나무 낙엽이 날마다 떨어져서 지저분했다. 가을철 며칠 두어도 냄새나는 일도 아닌데 내가 말리면 들은 척도 안 한다. 쓸어도 금방 또 떨어지는 것을 떨어질 때마다 쓸어야 함은 문제다. 낙엽을 밟는 일도 정서에 도움이라고 하면 듣지 않고 더 열심히 날마다 반들거리게 쓸어 버린다. 그냥 두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인상이 역력하다. 우리 엄마가 94세를 사셨는데 꼭 저런 모습으로 살아오셨어도 정신건강도 좋으셨다. 나는 아내에게 엄마의 그런 모습을 읽어낸다. 시어머니한테 그 며느리로 전수 받은 느낌이다. 늙을수록 자꾸 움직이면 정신 건강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게 한다. 90세가 넘은 엄마가 날로 시간마다 골목길을 오가니 낯선 사람이 기웃거리면 이 집에 아무도 없으니 왜 왔냐고 물었다. 도둑이 도망하기 바빠서 우리 골목에는 도둑맞은 집이 없었다. 당시 엄마는 우리 골목의 파수꾼 역할을 한 셈이다.
아내는 치매 걸린 그 부인을 말하며 어쩌면 저렇게 호강하며 사는 여자도 있을까 하고 부러워한 적이 있다. 당시는 화초처럼 대우받고 살 때의 건강한 시절의 이야기다. 거기에 비하면 아내는 농사일을 도맡아 했다. 내가 공직에 나가게 되자 내가 하던 농사일을 자기가 맡아서 작업 인부 관리까지 해냈다. 그런 소리 할만도 한 시절의 이야기다. 이웃 마을까지 일손을 구해와야 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내의 농사 부업 덕택에 나는 깨끗한 공무원 본분을 지킬 수가 있어서 자랑스럽기도 하다. 나의 월급보다 아내의 농사 수익이 훨씬 좋은 시절이었다. 땅값은 평당 4,800원 하지만 마늘 값은 밭에 두고도 평당 10,000 원을 받던 시절의 이야기다. 퇴근해 와서 밤새워 마늘 건조장 마늘 걸기 작업을 하던 생각이 난다. 마늘 생산물 한 평을 팔면 땅을 두 평 사고도 남는 시절이니 공무원 때려치우고 농사나 할까 하고 생각되었다. 그 돈으로 대구 아파트 구입하여 아이들 도회지에 유학시키게 된 일이다. 6남매의 유일한 고시원이 된 29평 아파트다. 현재 대구 동구청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하학길에 딸을 데리러 나가지 않아도 되는 번화가라 안성맞춤이었다. 1,500만 원 가격으로 은행 부채 8백만 원을 떠안았다. 800만 원의 이자가 11.5%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지금도 이 아파트는 인생 기념으로 아직도 소유하고 있다.
아내는 소똥구리처럼 일했다. 6남매를 키우기 위해 궂은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내가 어찌 다른 생각에 허튼수작을 부릴 수가 있었겠나 말이다. 뻐꾸기처럼 다른 예쁜 뻐꾸기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뻐꾸기 새끼처럼 자기 책임의 개척이 이루어지는 삶에는 많이 낳고 볼 일이다. 사람도 태어나면 제 몫을 가지 난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자꾸만 줄어드는 우리 민족의 인구가 걱정이다. 날마다 떨어지는 감나무 낙엽을 보는 애타는 아내의 마음처럼 두고만 보고 지날 수 없는 마음이 건강을 챙겨준다. 수동적인 생각보다 항상 능동적인 행위로 사물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늙으면 욕심이 많아진다고들 한다. 물질적인 욕구를 두고 말하는 듯하다. 거기다가 치매까지 덤으로 떠안으면 설상가상이다. 어쨌거나 정신이 맑은 한도까지 살아야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일인가 말이다. 아내처럼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작업 정신은 절대로 치매가 오지 않는다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늙을수록 움직이는 몸의 행위는 그치거나 줄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지런히 걷고 맑은 공기를 자주 마셔야 하는 일은 나를 지켜주는 일이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부지런히 걷고 온 날은 생각이 맑고 글도 잘 써진다. 치매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호화로운 대접은 좋은 선물이 아니다. 요물단지가 되어 살다 보면 상대의 즐거움만 부추겼지 자기 몸이 망가지는 일은 모르는 불행이 되고 만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팔도 다리도 가만두지 말고 자꾸 움직이자. 그게 지금 살아있다는 증거다. ( 글 : 박용 2018.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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