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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술 어깨너머로 배웠지만… 반도체 장비 ‘세계 1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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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 2024/10/2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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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PSK 회장

박경수 PSK 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기술로 승부를 보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인재 기금으로 2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PSK가 1997년 국산화한 장비는 국내 회사가 반도체

박경수 PSK 회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기술로 승부를 보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인재 기금으로 2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PSK가 1997년 국산화한 장비는 국내 회사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최초 사례로 꼽힌다. /조인원 기자
일본 반도체 장비의 한국 판매를 대리하던 회사가 일본 기업들과 손잡고 1990년 합작회사 PSK를 세웠다. 이 회사의 한국인 대표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해 일본 회사들에 도움을 구했지만, 그들은 기술 전수는커녕 장비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했다. 박경수(72) PSK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억울해서라도 독자 기술로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국산화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 7년 후인 1997년에 PSK는 반도체 핵심 장비인 ‘드라이 스트립(감광액 제거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내 업체가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이룬 최초의 사례다. PSK는 지난 2010년 이 분야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랐고, 올해도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박경수 PSK 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제17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 수훈 격인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실상 독식하던 이 분야에서 반도체 장비 기업 대표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박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성공한 순간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기술로 승부를 보는 K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인재 기금으로 2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1975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미륭건설(현 동부건설) 뉴욕지사에서 근무했다. 당시 웨이퍼(반도체 원판) 공장 설립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반도체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86년 금영무역을 차리고 일본 반도체 장비회사 PSC의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대리점을 운영했다. 이후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목표로 PSK를 설립했다.

자본을 댄 일본 회사들이 기술 이전을 꺼려 국산화 과정이 쉽지 않았다. 박 회장은 전국 곳곳의 대학을 찾아가 이공계 인재 20여 명을 모은 뒤, 사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장비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박 회장과 직원들은 낮에는 일본 기업들 눈치에도 기술을 배우려고 안간힘을 썼고, 밤에는 국내 대학 교수들을 초청해 관련 이론 등을 공부했다. 국내 기업들의 도움도 컸다. 박 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같은 반도체 회사들이 ‘우리 함께 장비를 국산화해보자’며 팹(공장) 안의 장비도 볼 수 있게 해주고, 여러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며 “당시에는 미국, 일본 장비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졌지만 우리 회사에 선수금까지 주면서 발주했다”고 말했다.


장비 국산화에 성공하고 코스닥 상장 1년도 안 되던 때에 위기가 닥쳤다. IMF 외환 위기가 온 것이다. 박 회장은 “지난 40여 년 경영 인생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했다. 당시 직원 30% 정도가 회사를 떠났고 임금도 기존의 70%로 줄여야 했다. 박 회장은 “파리만 날리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고객을 찾아다니는 게 낫겠다 싶어 기술자들과 함께 전국 고객사를 찾아가 무상으로 장비 애프터서비스(AS)를 해줬다”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는 차세대 장비 개발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PSK는 1999년 300㎜ 웨이퍼용 드라이 스트립까지 개발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뒤 2001년부터 대만 기업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과 대만의 주요 반도체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해 이 분야 장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박 회장은 회사 성공의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회사가 크려면 무조건 좋은 인재가 많이 들어와야 한다”며 “갈수록 지방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인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좋은 인재가 잘 오지 않는 데다 들어와도 금세 그만둔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고민에 소부장 인재 확보 기금으로 20억원을 내놓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아무것도 없던 상황에서 PSK가 국산화에 성공했던 것처럼 앞으로 이런 분야에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프로그램과 장학 기금을 마련해 PSK 같은 회사가 계속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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