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하는 대만에 강진이 발생하면서 생산시설(팹)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를 비롯해 UMC, 파워칩, 이노룩스 등 현지 공장 일부시설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TSMC 측은 지난 5일(현지시간) 입장문을 통해 "설비 대부분을 복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가 컸던 지역의 일부 생산 라인은 자동화 생산을 재개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만 매체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규모가 약 84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은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심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1.2%로 2위인 삼성전자(12.4%)와 큰 격차를 유지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이밖에 4위 UMC(5.4%), 8위 파워칩(1%) 등과 합산하면 7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인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이 대만에 집중돼 있다. 최신 아이폰 프로세서, AI 열풍에 수요가 급증하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 GPU) 등 글로벌 최첨단 칩의 80% 이상을 대만에서 생산한다.
하지만 이번 지진을 계기로 대만에 쏠린 생산시설을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계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삼성전자도 실적 성장 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3월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31.25% 증가한 6조6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37% 늘어난 71조원으로 5개 분기 만에 70조원 대를 회복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진에 따른 파운드리 생산 차질은 대만이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의 69%가 집중된 산업 구조, 즉 단일 공급망 리스크를 부각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특히 한국 반도체 생태계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의 최적 대상으로 부상해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생산 차질로 자동차 산업도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 당시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 불안정으로 완성차 출고가 지연되면서 차부품 업계도 타격을 입기도 했다. 대구의 한 부품사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 당시 생산차질로 판매물량이 줄어 지역 부품사들의 매출이 하락했다. 이번 지진의 영향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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