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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 역풍...중국산 값싼 ‘반도체 쓰나미’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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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 2024/02/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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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미국 제재 강해지자, 천문학적 돈 투입해 반도체 생산 늘리고 기술 격차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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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의균
중국 반도체 산업을 옥죄는 미국의 제재가 되레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를 가속화하고, 값싼 중국산 반도체 쓰나미란 ‘역풍’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에 나서면서 가까운 미래에 값싼 중국산 반도체가 물밀 듯 글로벌 시장에 풀리고 반도체 기업들 수익성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칩 워(반도체 전쟁)’의 저자인 미 터프츠대 크리스 밀러 교수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미국 제재에 대항하기 위한) 중국의 넉넉한 보조금 덕분에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공급 과잉 우려 속에서도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며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향후 3년 동안 60%, 5년 동안 두 배 수준으로 늘 수 있다”고 전했다. 밀러 교수는 앞서 중국 업체들이 태양광 패널을 대대적으로 양산하면서 글로벌 태양광 패널 값이 25% 이상 급락하고, 미국·유럽 태양광 업체들이 줄줄이 파산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의 투자도 가속화돼 반도체 기술 추격전도 빠르게 이뤄진다는 진단이다.

그래픽=김의균
◇자급자족 서두르는 중국

중국이 자급자족을 서두르는 건 미국의 중국 반도체 ‘목 조르기(choke)’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22년 10월 수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AI 반도체를 군사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이어 지난해 12월엔 미국 내 중국산 반도체 수급 현황을 조사해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차단한 데 이어 저가 물량 공세를 펴는 중국산 범용 반도체 수입까지 통제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이에 중국도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을 목표로 자국 기업을 위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 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미리 대량 수입하는 등 국가적인 대응에 나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이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반도체 장비는 11억1000만달러 규모에 달했다. 전년 동기(1억1000만달러) 대비 10배 수준의 폭발적 증가세다. 지난해 말 네덜란드가 미국과 손잡고 올해부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기로 하자, 중국이 급히 네덜란드산 반도체 장비를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전년 대비 14% 이상 증가한 396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5년 이후 둘째로 많은 금액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일명 빅펀드)’을 설립하고 1387억위안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어 2019년 ‘빅펀드 2기’ 땐 2041억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고, 지난해 ‘빅펀드 3기’엔 3000억위안 규모로 펀드 몸집을 불렸다. 중국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미국의 수출 통제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는 해석이다.

대규모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 반도체 업체가 너도나도 생산을 늘리면서 반도체 범람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 공급망의 취약성이 노출됐지만, 자급자족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동기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빨라진 중국의 기술 추격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서도 견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기업 SMIC는 지난해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급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는 이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졌다. 한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화웨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2020년 이후 5G폰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는데, 중국이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는 데 성공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개발을 제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 주요 기업들은 이르면 올해 고사양 스마트폰용 칩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중국 SMIC는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상하이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이들이 만드는 소형화된 5나노칩은 현재 삼성전자, TSMC 등이 생산하는 최첨단 3나노칩보다는 뒤처져 있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中 제재, 효과 있었다” 반론도

미국의 고강도 대중국 수출 제재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오히려 속도를 내자, 미국도 대책 마련에 부심한 분위기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해 12월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중국이 자국 기업의 범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 기업이 경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면서 우려스러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를 봐왔다”며 “각 산업의 1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산 범용 반도체 의존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이 여전히 글로벌 선두 수준보다는 뒤처져 있는 만큼, 중국산 반도체 쓰나미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중국이 물량 공세로 범용 반도체 공급망 내 입지를 키워나갈 수는 있겠지만, 스마트폰이나 AI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은 여전히 부족한 데다, 서방국가들의 반도체 수출 통제가 기술 개발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는 중국을 10년 이상 뒤처지게 만들었으며 이 격차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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