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조수아 디자인기자
"삼성전자는 수율 경쟁에서 뒤처졌으며, SK하이닉스는 대만 기업에 칩 생산을 의존하고 있다."
대만 매체들의 기사 내용이다. 파운드리(위탁 생산) 수율이나 고객사 정보, 계약 등 검증되지 않은 소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공격한 셈이다. TSMC·미디어텍 등 지난해 주춤한 자국 반도체 기업을 보호하고,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게 국내 반도체업계의 해석이다.
10일 대만 공시시스템(MOPS)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주요기업의 매출이 일제히 추락했다. 대만 1위 파운드리 TSMC의 연간 매출은 약 92조원으로 전년 대비 4.5% 줄었다. 14년 만의 역성장이다. 마찬가지로 2위 파운드리 UMC도 9조 5305억원의 연매출로 역대 두 번째 높은 감소세인 20.15%를 기록했다. 1위 팹리스(설계 전문) 미디어텍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18조원의 연매출을 거뒀다.
부진한 성적표 탓에 경쟁 상대인 한국 기업을 겨냥한 부정적인 기사가 잇따른다.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의 선단(첨단)공정 수율 문제다. 연합보와 테크뉴스, 싼리뉴스 등 현지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삼성의 3나노 시험생산 수율은 0' '퀄컴·인텔 등 주요 고객사가 수율 문제로 계약을 해지했다' 등의 보도를 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최선단 공정 수율은 TSMC보다 턱없이 낮다는 것이 대만 업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되레 삼성전자가 3나노 2세대에 박차를 가하고, 2나노 공정 첫 수주를 따내는 등 경쟁 준비를 착실히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중상모략에 가깝다. 특히 삼성이 최근 고성장 응용처인 2나노 AI(인공지능) 가속기 신규 고객을 유치한 것은 의미가 크다. 국내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삼성의 신규 수주 확보는 2나노에서도 충분한 수준의 수율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올해 SK하이닉스가 TSMC에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문량을 늘릴 것'이나 '삼성의 기업가치가 모두 하락하고 있다' 등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 고객사 확보가 중요한 파운드리 업종 특성상 수주 물량을 과장하고, 다른 기업을 깎아내려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올해 반도체 시장 경쟁이 한층 격화되면서 이런 뉴스로 인해 주 경쟁자인 한국 기업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한 발 앞서 시작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를 적용한 3나노 공정이나, 2나노 공정은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의 최대 관심 분야다. TSMC의 수주 승전보를 바라는 대만에게는 마뜩잖은 대목이다.
국내 업계는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대만에서 수율 하락·경쟁 실패 등의 소식이 나올 때마다 고객사나 언론의 문의가 쏟아진다"며 "사실무근인 소식이 대부분이지만, 실제 경영에 지장을 줄 수도 있어 상황을 주시하며 전담 대응 인력을 편성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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