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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로 D램 점유율 하락
엔비디아發 수주전에서도 밀려
올트먼 방한때 경영진 총출동
턴키전략 내세워 시장공략 나서

◆ AI 반도체 합종연횡 ◆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선 SK하이닉스에 선두를 뺏기고, 파운드리에선 대만 TSMC에 밀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태세다. 삼성전자가 '유일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 오픈AI와 협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엔비디아발(發) AI 칩 수주전에서 SK하이닉스와 TSMC에 번번이 밀리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TSMC가 엔비디아 H100 생산 계약을 따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D램 점유율은 38.9%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34.3%)와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매출도 TSMC와 인텔에 밀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겪으면서 AI 칩 시장에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삼성전자는 '턴키' 전략을 내세우며 강점을 부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가 범용 AI칩 설계에 참여하고, 파운드리사업부가 위탁생산에 나설 수 있다. 메모리사업부는 HBM3E(샤인볼트) 등을 공급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한 최적의 파트너는 오픈AI라 할 수 있다. 오픈AI는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AI 칩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하자 삼성전자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절박함을 반영하는 대목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의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을 비롯해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턴키 전략을 통해 오픈AI와의 협업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오픈AI로서도 삼성전자와 설계부터 생산까지 함께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메모리반도체 생산·파운드리·패키징까지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칩·패키지 공동 설계를 통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삼성전자만의 강점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표준 제품뿐 아니라 로직 칩을 추가해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커스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어드밴스드패키징사업팀과의 시너지를 강점으로 업계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턴키 전략에 있다고 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파운드리·세트 사업을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업체로서 2~3년 후에는 AI 턴키 솔루션 경쟁 우위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턴키 솔루션뿐 아니라 선단 공정(3~5나노)부터 레거시 공정(14~28나노)까지 다양한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미·중, 양안(중국·대만) 갈등에 모두 노출된 TSMC보다 지정학적 위험성도 낮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도 파운드리 공정에서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은 지난달에 열린 CES 2024에서 "차세대 HBM(HBM4)은 파운드리 공정에서 양산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며 "메모리·파운드리 사업을 다하고 있는 삼성의 장점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