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공급부족 전망에 구매늘어
삼성·하이닉스, 실적 회복 기대
우리나라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반도체 시황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내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달 기준 PC용 범용 D램( DDR4 8Gb 1Gx8 2133㎒)의 고정거래가격은 1.55달러를 기록, 지난달보다 3.3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3달러에서 1.5달러로 뛰며 15.38%의 상승률을 보인 데 이어 이달 소폭 추가 상승하며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고정거래가격 역시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5.41% 상승하며 4.0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1.59% 상승에 그친 것에 반해 이달에는 상승폭을 더욱 키우며 2월 이후 처음으로 4달러대를 회복했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회사들이 대형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할 때 거래되는 가격이다. 원래 고정거래계약은 통상적으로 분기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해당 분기 첫 달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면 나머지 두 달은 보합세를 나타낼 때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두 달 연속 가격이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의 감산 효과와 함께, 경기 회복에 따른 PC 등 수요 증가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싼 가격에 메모리반도체를 사두려는 제조업체들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연말부터 메모리반도체 D램이 공급 부족 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오랜 기간 반도체 업황을 괴롭혀왔던 과잉 재고는 올 연말을 지나면서 점차 해소되고, 대규모 감산 이후 '공급자 우위'로 돌아선 메모리 반도체는 과잉 재고의 소진과 함께 가격의 상승 탄력이 강해지는 업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에서도 "유통 재고의 급격한 소진과 함께 제품 가격의 급등이 이뤄질 전망"이라며, 가격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도 회복 '초읽기'에 들어섰다. 삼성전자보다 일찍 적자가 시작된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D램 부문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4분기에는 분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노조와 올해 임금협상에서 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되는 시점에 올해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아직 분기 흑자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다음달 중으로 소급분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역시 4분기 D램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중 반도체 사업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두 회사의 이 같은 실적 회복은 무역수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공개한 '2023년 수출입 평가 및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무역수지가 14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021년부터 2년 연속 이어진 적자행진을 끝낼 것으로 예상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액이 올해보다 21.9%,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45.6% 각각 늘어나면서 수출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무역협회는 이 같은 반도체 등 IT기기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내년 한국 수출이 지난해보다 7.9% 증가한 6800억달러, 수입은 3.3% 늘어난 66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올해 전체적으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에 3~4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찍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상승 추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감산 기조는 당분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 시장 회복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 HBM) 등 일부 첨단 제품에 그치고 있고,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범용 반도체는 여전히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낸드의 경우 D램에 비해 시장 회복 속도가 느려 생산 하향폭을 더욱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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