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낸드플래시 업계 2·4위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경영 통합 키를 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합병 반대 의사를 표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양사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선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 동의가 필요하다. '낸드 공룡'에게 미래 낸드 시장 주도권을 빼앗기는 부정적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분석이다.
2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간 합병 협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미국계 사모펀드( 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 주도로 조성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통해 도시바메모리(키옥시아 전신)에 약 4조원을 투자했다. 키옥시아가 일본 또는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보유한 전환사채(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최대 15%의 의결권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다. 다만, 합병 등 주요 의사결정 시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계약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 측에 합병 동의 의사를 아직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합병이 무산된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간 재합병 협상은 낸드 시장 불황과 맞닿아 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이미 두 회사는 기술 개발, 설비 투자 등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은 전 세계 낸드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의 합산 점유율은 34.3%다. 1위 삼성전자(31.1%)를 단숨에 뛰어넘는다. SK하이닉스(17.8%·솔리다임 포함)역시 4위로 밀려난다.
두 회사의 합병은 SK하이닉스에게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로 꼽혔다. 실적 부진에 유동성이 악화된 SK하이닉스가 합병회사 상장 시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며 재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낸드 시장이 '3강' 체제로 재편됨에 따라 과점 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요동치는 낸드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공급량을 수월하게 조절해 수익성을 제고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합병 반대로 기운 건 경쟁사에 시장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을 더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중 업계 최고층인 321단 4차원 낸드를 양산하는 등 초고층 낸드 단수 쌓기 경쟁에서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 SK하이닉스가 오는 4·4분기부터 업황 반등이 전망되는 D램 사업 실적을 통해 낸드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술우위를 앞세워 낸드 불황을 극복할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게 강력한 경쟁사의 등장이 반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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