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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산소에 잔디를 잘 크도록 잡풀을 매주고 잔디 보식도 하기 위해 가는 길이다. 산골 농촌이라 하루 두 번씩 벽촌마을 버스가 다니지만 걷는 사람을 간혹 만난다.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가 저만큼 힘들게 걸어가고 있었다. 자동차 속도를 늦춰 조용히 놀라지 않게 지나려다가 가까이 다가가니 늙은 사람이라 멈추었다. 차를 피하기 위해 갓길로 비켜서며 꼬부라진 허리를 힘들게 편다. "할머니 저수지 안쪽 마을까지 가십니까?" "네 거기 살아요." "할머니 제가 태워드릴까요?" "그러면 고맙지요" 오일장 시장에 다녀오시는 길인데 여기 오는 버스를 놓쳐서 다른 버스를 탔다가 큰길 국도에서 내리고 걸었다는 이야기다. 할머니 손에 든 짐을 내차 트렁크에 넣고 할머니는 뒷자리에 편하게 누우셔도 된다고 했다. "아이고 편하고 좋다. 우리 아들도 이런 차를 타고 다닌다오" 뒤편 의자 시트에 편하게 꼬부라진 허리 펴고 누워서 승용차를 타본 경험을 이야기한다. "아들이 어떤 일을 하시나요?" "시청에 근무한다오" "좋은 아들을 두셔서 엄청 좋으시겠습니다." "좋은 게 다 뭡니까. 아들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지요." "아들을 잃다니요?" "말도 마슈! 아들은 한 달에 한 번 와야 자주 오는 셈이지 농사일은 아예 거들어줄 형편도 안 되고요." "근무에 바빠서 자주 못 오시나 보죠." "남의 가시내 호강시키기 위해 며느리도 안 보낸다오. 뼈 빠지게 아껴서 공부시켰더니 결과가 그렇다오." "나는 백미러를 흘금 보며 의아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할머니는 누운 자세로 시큰둥하며 아들 공부시켜서 잘 되면 처가 식구가 되어 버린다는 이야기를 한다. 농사 일손이 모자라 딸들에게 하소연하면 와서 농사일을 도와준다고 했다. 할머니의 딸은 셋인데 세 사람이 교차로 와서 일손이 된다고 한다. 못생긴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옛말이 맞는다고도 한다. 가끔 명절에 만나는 손자에게 들은 말로 외가에는 자주 간다는 이야기다. "할머니 왜 남의 가시내라 합니까? 이제 며느리가 되었으면 내 며느리고 내 가시내지요." " 다 소용없어요. 사장님도 생각해 보세요. 한 달에 한 번도 볼까 말까 한 며느리가 어이 내 가시내와 같겠습니까? 하는 짓 보면 분명한 남의 가시내지." 할머니는 내가 사장님으로 보인 모양이다. "할머니! 왜 쉽게 내 귀한 것을 포기하십니까?" "포기하다니?" "그렇찮아요? 며느리도 이제 내 가시내로 귀여운 며느리가 맞습니다. 잠시 서운하다고 포기하시면 영구히 잃는 일입니다. 할머니 저는 딸이 넷이라 사위도 넷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위도 내 소중한 아들이라 생각합니다. 마누라가 아들 가지려고 딸을 먼저 낳고 늦게 아들 둘을 낳았거든요. 그래서 아들 먼저 낳았더라면 하고 생각하면 딸 넷은 덤으로 얻은 셈이지요. 그래서 사위도 뜻밖의 아들로 얻은 일입니다. 저는 지금 아들이 여섯이라 자랑하는 마음이랍니다. "할머니는 오랜 고집에 얽힌 생각으로 대꾸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내 말이 믿어지지 아니하는 듯하다. 마을 앞에 와서 할머니가 내려서 트렁크의 짐보따리도 내려드렸다. " 집에 와서 아내에게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당신도 아들을 사돈에게 뺏겼다고 생각하나 하고 물었으나 아무 말 없더니 잘못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단다. 그걸 보니 부정의 뜻만 바라고 물을 일은 아닌 듯하다. 사람의 욕심이 자기 핏줄만 생각하는 버릇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일이라 생각된다. 사람을 잃는 일은 마음을 잃기 때문이다. 꼭 사람이 죽어야만 잃는 일은 아니다. "가슴에 품으면 모두가 귀엽고 아름다운 내 새끼인 일을 생각이 거품에 들어서 자기의 보물도 깜박하고 잊어버리는 일인가보다. 내 새끼가 사돈의 품에서 사랑받을 일을 생각하면 형언할 데 없이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OX 문제를 풀듯 세상을 보지 말고 더불어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을 너그럽게 다시 살피는 부지런함이 필요해졌다. ( 글 : 박용 2018.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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