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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을 비롯해 전국이 영하 7~10도까지 떨어진 5일 오전 10시.
최대전력 수요가 7729만5000kW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에 전기가 들어온 이후 우리 국민들이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는 의미다. 예년 같았으면 전력당국에 초비상이 걸렸을테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오히려 다른 날보다 느긋한 분위기였다. 예비전력이 603만8000kW로 전력예비율이 7.8%에 달했기 때문.

통상 예비전력이 400만kW(전력예비율 5%) 미만으로 떨어지면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리는데, 전력수요를 커버하고도 예비전력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산업부 전력담당 관계자는 "올 겨울은 전력위기 없이 넘어가고 있다"며 "전력 경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비상 상황없이 전력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겨울이면 찾아왔던 전력위기가 사라졌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면서 전력수급 상황을 체크하고, 국무총리가 머리를 숙이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던 익숙한 풍경도 올 겨울엔 자취를 감췄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매년 겨울과 여름에 발령되던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이번 겨울 들어 4년만에 한번도 발령되지 않고 있다. 실제 동해안 폭설과 일부 지역 한파에도 이번주(2월2주) 예비전력은 650만~850만kW대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력 사정에 여유가 생긴것은 무엇보다 예년보다 기온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겨울철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7.7도 였는데, 올 겨울 들어선 영하 4.1도로 무려 3.6도나 높다. 날씨가 상대적으로 덜 춥다보니 난방용 전력수요가 예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인상한 전기요금 탓에 전기요금을 줄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난방용 전기를 최소한으로 사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당국은 또 올해 초 신고리 원전 1·2호기와 신월성 원전 1호기 등 각각 100만kW급 용량의 원전 3기가 재가동 되면서 전력공급에 여유가 생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예방정비에 들어가거나 고장으로 장기간 멈춰 있는 발전소가 적기 때문에 예비전력이 충분해 전력위기가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현재 23기 원전 중 △고리 3호기 △한빛 4호기 △한빛 5호기 △월성 1호기 등 4기를 제외하고 19기가 정상 운영중이다.

전력당국 고위 관계자는 "올 겨울은 확실히 전력수급이 안정됐다"며 "평년보다 기온이 높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소 등 발전소들이) 갑자기 고장만 나지 않으면 예비전력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국민들의 절전의식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보다 문열고 난방하는 업체들이 많이 줄었고, 전력 소비가 많은 온풍기나 전기장판을 찾는 사람들도 예전에 비해 줄었다는 게 전력당국의 판단이다.

산업부는 이처럼 안정적인 전력수급 상황을 오는 24일 대통령 업무보고때 부각시킬 방침이다. 최근 몇년간 전력문제로 국민적 공분을 샀는데, 앞으론 전력 문제로 국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나름의 '각서'를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력분야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이나 원전고장 등으로 전력수급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전력수급이 양호하게 이뤄지고 있을때 수급관리 매뉴얼과 각종 비상대책을 꼼꼼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3월에 들어가면 기술적인 문제나 꽃샘추위 등으로 갑자기 전력수급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번 겨울에 기온이 높아 문제가 없었는데, 기온이 계속 올라서 여름까지 올라가면 문제가 또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력예비율은 20%까지 높이는 게 필요하다"며 "전력수급에 문제 없도록 대비를 잘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