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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0명 팔란티어는 어떻게 11만명 록히드마틴 꺾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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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 2025/01/0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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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세상을 뒤바꾸다] [3]

그래픽=김현국·Midjourney

그래픽=김현국·Midjourney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을 받은 후 가장 먼저 만난 서방 기업은 세계 방산 1위 기업 록히드 마틴이 아니었다. 전쟁 발발 3개월 후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팔란티어의 최고경영자(CEO) 앨릭스 카프를 만났다. 팔란티어는 인공지능(AI)으로 방대한 양의 군사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에 맞는 전략 수립을 제안하는 방산 기업이다. 당시 카프는 젤렌스키에게 “다윗이 현대의 골리앗을 이길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카프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팔란티어는 무기 측면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전장에 투입되는 록히드 마틴의 미사일과 F-16 전투기 등을 운용할 때도 팔란티어 AI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는다. 이코노미스트는 “다윗의 돌팔매 역할을 한 것이 팔란티어 AI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전은 물리적 화력 못지않게 정보와 정밀 타격이 중요하다. 팔란티어는 AI를 활용하면 정보 수집과 분석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와 드론(무인기)이 본격적으로 처음 투입된 우크라이나전에서 직원 수 3700명인 팔란티어는 11만명이 근무하는 록히드마틴보다 강력한 위력을 보이고 있다. 팔란티어는 AI가 기존 산업의 판도를 어떻게 뒤집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팔란티어는 전통의 방산 기업이 해오던 전장의 모습을 완전히 바꿨다.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드론은 전파 방해를 받을 수 있는 GPS(위성 항법 시스템)를 장착하지 않고 있다. 드론에 장착된 AI가 비행 중 카메라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지형을 탐색하며 날아가 핀 포인트로 정밀 타격을 한다. 드론이 비행 중 탐지하는 각종 데이터는 팔란티어의 AI가 분석한다. 적의 위치와 화력, 아군의 수 등 전장의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드론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보낼지 전술적 제안을 하는 것도 팔란티어의 AI 시스템이다. 이렇게 출격한 드론은 전선에서 500km 떨어진 러시아 내륙 공군 기지의 전략 폭격기와 석유·정유 시설 등을 정밀 타격했다. 록히드 마틴의 미사일이나 전투기로는 불가능한 곳이다. 록히드 마틴의 수억 원짜리 지대지미사일, 1대에 1000억원에 가까운 전투기의 전투력을 1000만원짜리 드론이 대체하는 것이다.

◇도전받는 구글 제국

팔란티어처럼 AI를 앞세워 기존의 거대 기업을 뒤흔드는 사례는 산업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거의 20년 동안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로 ‘제국’을 건설해 온 구글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작년 10월 세계 검색엔진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89.3%를 기록했다. 구글의 점유율이 90% 아래로 떨어진 건 2015년 3월 이후 10년 만이다. 구글의 글로벌 검색 시장 독점에 균열을 낸 것은 2022년 말 등장한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다. 사용자들이 알고 싶은 내용을 구글 대신 AI에 묻기 시작한 것이다.

오히려 구글을 겨냥한 오픈AI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아예 검색엔진 ‘챗GPT 서치’를 출시하며 구글에 도전장을 냈다. 현재 오픈AI 직원은 1700명까지 불어나고 기업 가치도 1570억달러(약 230조원)까지 올랐다. 반면 구글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다.

◇바이오·로봇에서도 AI 반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처리하는 AI는 기존의 기술 개발 방식을 뒤바꾸고 있다. AI로 무장한 ‘다윗 기업’들이 골리앗에 도전할 수 있는 배경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직원 수가 1000명도 되지 않던 스타트업 모더나는 방대한 mRNA(유전 물질)을 한 번에 AI로 분석·예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2020년 1월 중국 당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를 공개하자, 모더나는 단 11.4개월 만에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보통 4~5년 이상 걸리는 백신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3만명의 대규모 임상 시험 데이터 수집·분석에 AI를 활용한 덕분이다. 반면 당시 직원 9만명을 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는 모더나보다 10개월이나 늦게 코로나 백신 승인을 받았다.

엔비디아, 테슬라,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도 아직까지는 ‘다윗 기업’들이 판정승을 거두고 있다. 직원 130명에 불과한 미국 스타트업 ‘피겨 AI’는 지난달 29일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을 처음으로 고객사에 인도했다. 이 회사가 만든 로봇 ‘피겨 02′는 BMW 미국 공장에서 테스트해 왔는데, AI 추론 능력을 탑재한 로봇이었다. 이전 모델보다 속도가 4배 빠르고, 정확도도 7배 향상됐다. 반면 혼다는 25년 전 ‘아시모’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세계 최초로 내놨지만, 2018년 아시모 개발을 중단하고 관련 조직을 해산시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윗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AI로 클라우드 공격 등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이스라엘 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230억달러에 인수 추진했지만, 거절당했다. 클라우드 보안 분야에서 뒤처진 구글이 역대 최대 인수액을 제시했으나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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