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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와 수뇌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인구 밀집 지역인 베이루트 남부에 설치된 지하 벙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벙커 깊이는 60피트(약 18.28미터) 이상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회의 참석자 일부는 헤즈볼라가 수일째 이어진 이란 공격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을 이란이 막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의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군은 약 80톤의 폭탄으로 벙커를 타격했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공격엔 벙커를 관통하기 위해 연쇄 폭발이 가능한 여러 발의 시한폭탄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전투기의 작전이 끝났을 때 베이루트 상공에는 주황색 연기 기둥이 치솟았고,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나스랄라는 사망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작전 계획은 수개월 전에 마련됐다. 군 당국은 시한 폭탄으로 지하 벙커를 뚫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각 폭발이 다음 폭발을 위한 길을 여는 방식이다. 특히 지난 며칠간 이스라엘 관리들은 나스랄라 살해 옵션을 진지하게 논의해 왔다. 정확한 공습 시간은 헤즈볼라 수뇌부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회의 몇시간 전에 파악한 뒤 결정됐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여러 고위 테러리스트와 만난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입수했다"고 밝혔다. 당시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있었다. 이스라엘 공군의 공습 작전 완료 한 시간 뒤, 이스라엘 총리실은 뉴욕에서 전화로 작전 개시를 명령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2006년 전쟁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나스랄라는 오랫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이동도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 암살은 헤즈볼라에 이스라엘 정보원이 침투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번 베이루트 공습은 이스라엘은 적 수뇌부 제거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시 지역이라도 대형 폭탄 사용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을 또다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7월, 하마스 군사조직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를 살해하기 위해서 2000파운드(약 907kg) 폭탄 8발을 사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 공개 영상을 분석해 공격에는 8대의 전투기가 투입됐는데, 이들은 미국에서 생산된 공중투하 폭탄인 BLU-109 벙커버스터를 포함해 최소 15발의 2000파운드 폭탄을 갖추고 있었다. 또 폭탄에는 정밀 유도 시스템인 JDAM용 키트(kit)가 장착돼 있었다.
NYT는 2명의 이스라엘 군 관계자를 인용해 나스랄라 제거에는 80여 발의 폭탄이 사용됐고, 작전 시간은 몇분(several minutes)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WSJ은 나스랄라의 사망으로, 미국이 테러 집단으로 지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비국가 행위자'인 헤즈볼라의 수뇌부에서 공백이 발생했다면서 이번 일은 "변화적(transformative)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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