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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끝내고 발트3국 침공 노리는 러시아”게시글 내용
독일 빌트지, ‘러시아 유럽 침공 대비’ 국방부 기밀문건 입수해 보도
우크라이나와 중동이 전쟁터가 된 상황에서 세계 주요국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다음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동아시아를 꼽는다. 사실 이런 관측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나 인도태평양사령관, 공중수송사령관 등 고위 인사들이 2025~2027년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두 나라의 충돌 우려는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면서 높아지고 있기에 ‘미·중 전쟁’ 가능성에 놀라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럽에서도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독일 타블로이드지 ‘빌트’는 1월 15일(현지 시간) 독일 국방부의 기밀문건을 입수해 “독일군은 푸틴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의 요지는 독일 국방부가 이르면 올해 러시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침공할 것을 우려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군이 전망했다는 러시아의 유럽 침공 시나리오는 이렇다. 6월까지 어떤 식으로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끝낸 후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의 러시아계 주민을 이용해 분란전(紛亂戰)을 일으키는 것이다. 에스토니아(28.1%)와 라트비아(37.8%), 리투아니아(8%)는 나토와 유럽연합(EU)에 동시 가입한 국가이자 러시아계 주민 비중이 적잖은 곳이다. 러시아가 발트3국 내 러시아계 주민을 이용해 2014년 돈바스 전쟁처럼 내전을 일으킨 후 ‘동포 보호’를 명목으로 군사력을 투입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최근 “발트3국이 러시아계 주민을 박해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국가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분란전 분위기를 고조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빌트가 보도한 독일군 내부 문건에는 러시아가 유사시 발트3국뿐 아니라, 벨라루스를 통해 리투아니아·폴란드 국경 일대 ‘수바우키 회랑’을 공격해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연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한 이에 맞서 나토가 독일군 3만 명을 비롯한 3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해 대응에 나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분석도 담겼다. 러시아는 현재 칼리닌그라드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둔 상태다. 만약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만지작거리며 압박하면 나토로선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다. 서유럽 국가 입장에선 변두리인 발트3국과 수바우키 회랑을 수복하려고 런던·파리·베를린이 핵공격당하는 위협을 감수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폴란드 국가정보국과 외무부는 “러시아가 36개월 내 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슷한 시기 독일 국방장관, 네덜란드·벨기에군 국방참모총장, 에스토니아 총리도 러시아의 전쟁 도발 가능성을 경고했다. 올해 들어선 스웨덴 민방위장관이 “머지않아 러시아와의 전쟁이 발발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안 됐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유럽 각국 최고위급 인사들이 갑자기 러시아의 침공이 가까워졌다며 전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려면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미 유럽은 러시아와 사실상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유럽 국가들은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의 각종 지원을 살펴보면 러시아군과 총칼만 맞대지 않았을 뿐이다. 무기와 탄약, 각종 물자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군을 위해 교육 훈련과 장비 수리까지 해주고 있다. 나토군 조기경보기와 정찰기가 실시간 정찰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등 군사 협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사실상 나토의 참전과 다름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가 자국에 품은 적의를 확인했지만, 새로운 전선을 열 수 없기에 말로만 항의하는 데 그쳤다.
러시아는 지난 2년간 전쟁을 치르면서 전시 경제체제로 전환하고 옛 소련 시절 군사력을 회복하고자 애썼다. 신형 핵무기를 잇달아 배치하는가 하면, 지난해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에서도 탈퇴해 군비 증강 의지를 천명했다. 여기에 중국, 북한의 도움 덕에 러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재래식 무기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대공세’를 주창하던 우크라이나는 현재 완전히 수세에 몰려 힘겨운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러시아가 핵·재래식 군비 증강에 나섰지만 나토 회원국의 대비는 부실하다. 냉전체제가 종식된 후 유럽 각국 군사력은 전면전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쇠락했다. 강대국이라는 영국·프랑스·독일의 정규군은 육해공 모두 합쳐도 각각 20만 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들 세 나라가 보유한 전차는 700여 대밖에 되지 않고, 이마저도 가동률은 바닥 수준이다. 2022년 독일이 나토 연합훈련에 정예 장갑차 부대를 차출했는데, 이 부대에서 제대로 작동한 장갑차는 단 1대도 없었다. 지난해 영국 의회에선 자국 육군이 보유한 전차 220여 대 중 실제로 작동되는 것이 40여 대에 불과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돼 파문이 일었다. 이 같은 전력(戰力) 부족에 따른 문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당초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는 리투아니아에 자국군 1개 기계화여단을 배치하기로 했다. 그런데 독일군은 1개 여단을 자체 편성할 여력이 없어 뒤늦게 나토군 병력을 지원받기로 결정했다. 한때 나토군 핵심 전력을 자임하던 독일군이 이 지경이니, 어지간한 회원국의 군사력 붕괴는 얼마나 심각할지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흔들리는 미국 안보 태세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 군사력은 물론, 동맹과 결속도 크게 약화됐다. 러시아와 달리 미국 핵전력은 탈냉전 기조 속에서 하향 곡선을 그려왔고, 주요 무기 개발 및 도입 사업도 취소되거나 미뤄져 재래식 군사력 역시 크게 약화됐다. 가령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은 정비와 현대화를 위한 공사가 줄줄이 연기돼 최악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수상전투함은 지난 3년간 연평균 2~3척이 취역하는 동안 이지스 순양함을 비롯한 30여 척이 조기 퇴역했거나 퇴역할 예정이다. 공군도 전투기 부족을 호소하는 마당에 바이든 행정부는 세계 최강이라는 F-22 32대와 일선급 전투기 131대를 조기 퇴역하겠다고 밝혔다가 의회와 갈등을 빚었다.
미국과 나토의 군사력이 크게 약화되고 서방 국가의 결속이 느슨해진 지금이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당한 굴욕을 되갚아줄 절호의 기회일 테다. 동시에 러시아가 오랫동안 추구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는 호기다.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不凍港)을 얻고, 유럽대평원에 완충지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제정 시절 러시아가 벌인 전쟁의 목적이 대부분 부동항 확보였을 정도로 안정적 해양 진출은 그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흑해 세바스토폴, 태평양 블라디보스토크와 함께 러시아의 핵심 항구인 발트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최근 위협받고 있다.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했고 스웨덴도 가입 신청을 한 데다 폴란드와 발트3국이 군사력 강화에 나서면서 러시아 최대 무역항인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언제든 봉쇄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발트3국과 스칸디나비아에 완충지대를 확보하고 발트해 제해권을 확보해야만 한다.
유럽대평원은 러시아에 절실히 필요한 너른 육상 완충지대다. 과거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군대가 유럽대평원을 돌파해 모스크바를 위협했다.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된 모스크바를 비롯한 ‘유럽 러시아’는 동쪽으로 천혜의 방벽 우랄산맥, 남쪽으로 천연 해자인 흑해의 보호를 받는다. 반면 독일-폴란드-벨라루스로 이어지는 유럽대평원에는 이렇다 할 자연 장애물이 없다. 모스크바에서 자동차로 8시간 거리인 라트비아 등 발트3국이 나토 회원국이 된 게 러시아로선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 눈에는 발트3국 침공이 모스크바 방어, 발트해 제해권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로 보일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는 러시아의 발트3국 침공 사니라오는 일견 먼 나라 얘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의 유럽 현상변경 시도는 결과적으로 한반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러시아가 유럽에서 전쟁을 시작하면 미국과 나토는 다른 지역 안보를 돌볼 여력이 없어진다. 중국과 북한으로선 각각 대만과 한국을 상대로 고강도 무력 도발에 나설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은 1월 15일(현지 시간) 연설에서 “우리는 5년 내 러시아·이란·중국·북한을 여러 전장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세계 각국에서 무력 충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과 동맹·우방국들이 군비 투자를 늘리고 안보 우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호소였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거나 징병제를 다시 도입하는 등 안보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지형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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