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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우증권에 밀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받았던 현대증권의 몸값이 이번 매각 본입찰에선 시가의 3배에 가까운 1조원까지 치솟아 ‘귀한 몸’대접을 제대로 받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도 5,000억~7,000억원 정도로 평가받던 현대증권의 가치가 갑자기 높아진 원인은 뭘까.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차 매각 추진 과정에 현대증권은 국내 대형 금융사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당시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곳은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 PE(프라이빗 에쿼티)와 국내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초 매각이 예고된 이후 같은 해 말 진행된 대우증권 본입찰에는 KB금융과 한국투자증권은 물론,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주요 국내 굴지의 금융사들이 참여해 뜨거운 경쟁을 벌인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시 현대증권 매각은 증권업계 1위 사업자이던 대우증권에 밀려 시장의 관심 밖에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2차 매각은 달랐다.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액티스 등 큰 손들이 본입찰에 속속 참가하며 현대증권 몸값은 시가총액의 3배에 가까운 1조원 안팎까지 크게 치솟았다. 과거와 달리 이번 매각이 흥행한 가장 큰 이유는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으로 넘어간 이후 현대증권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대형 매물로 매력도가 크게 높아진 덕분이다.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우선매수청구권을 끝까지 쥔 채 본입찰에 참가한 것도 전체적인 입찰가를 끌어 올린 ‘신의 한수’로 평가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진성 매각을 하라’는 압박과 함께 청구권을 포기하라는 다른 입찰 참가자들의 압박에도 끝까지 패를 감췄고 기준가로 최소 7,000억 이상은 써낼 거란 전망이 퍼지면서 헐값 매각의 여지가 차단됐다. 현대증권 매각이 흥행을 넘어 과열 양상까지 보이면서 1조원 넘는 인수가를 써낸 KB금융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선 나온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증권의 작년 말 장부가치는 7,450억원”이라며 “인수가가 1조500억원일 경우 장부가 대비 1.41배로 계산돼 상당히 고가에 사들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KB금융 주가는 이날 우려보다는 기대 쪽으로 무게추가 조금 더 기울며 0.94% 상승한 3만1,95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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