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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힘을 잃고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는 1990대에서 1890대로 100포인트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540에서 상승세가 꺾이며 500선까지 추락했다. 시장을 끌어올릴 수급 주체가 사라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연기금이 사는 종목을 참고하는 것이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일한 순매수 주체로 떠오른 데다 연말로 갈수록 연기금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유일한 매수 주체, 연기금

최근 시장의 특징은 외국인과 자산운용사의 순매수 실종이다. 지난 2주간(15~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9612억원 순매도했다. 자산운용사도 1429억원을 팔았다. 부진한 기업 실적, 원화 강세, 국내외 경기 둔화 등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일하게 연기금의 매수세가 흘러들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 25일과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028억원과 902억원을 사들인 것을 비롯해 최근 2주간 6901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서도 422억원을 순매수해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이 처음 들어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스몰캡팀장도 “코스닥시장에서 연기금이 거래하는 종목은 재무제표나 실적 면에서 검증된 종목이기 때문에 일반투자자에게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은 연간 주식 투자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연말에 활발히 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기금은 12번의 11월 중 9번 매수 우위를 보였다. 12월에는 10번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대형 IT주 ‘선호’

15일 이후 2주 동안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로 정보기술(IT) 업종을 사들였다. 삼성전자(1886억원) LG전자(1490억원) NHN(671억원) LG디스플레이(602억원) 삼성전기(474억원) SK하이닉스(423억원) 등이다.

연기금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지난 2주간 3.3%의 수익을 올렸다. 7개 종목이 올랐고 LG디스플레이(11.0%) SK텔레콤(7.1%) LG전자(7.0%) 등의 상승폭이 컸다.

연기금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은 평균 7.4% 손실을 냈다. 9개 종목이 하락했고 삼성엔지니어링(-14.4%) 대림산업(-12.0%) 호남석유(-9.1%) 두산중공업(-8.5%) LG화학(-8.1%)의 하락폭이 컸다.

○코스닥에선 홈쇼핑 ‘입질’

코스닥시장에선 CJ오쇼핑(84억원) GS홈쇼핑(37억원)이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하반기부터 홈쇼핑주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에 따른 것이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 중저가 물품을 주로 다루는 홈쇼핑주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이 외에는 업종보다 종목별 성장성에 맞춰 매수가 이뤄졌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84억원)는 순매수하고 에스엠(76억원)은 순매도했다.

게임 업종에선 게임빌(12억원)을 조금 샀으나 JCE(77억원)와 컴투스(65억원)는 팔았다. 바이오 업종에선 농우바이오(41억원) 코오롱생명과학(28억원) 젬백스(27억원)를 사고 씨젠(41억원) 바이로메드(18 억원)는 팔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