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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기다렸는데…이참에 사볼까 |
매일경제 2007-07-27 17:23 |
"2000을 넘을 때는 참 배가 아팠죠. 지금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코스피 2000을 넘을 때 환호를 질렀고, 26~27일 조정을 받자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일까. 그러나 실제로 주가가 떨어지자 안도감을 표현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잖다.
이번 하락장을 가장 반기는 것은 아무래도 주가지수 1500 무렵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생각해 물량을 털어냈던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다. 모 은행 운용담당자는 "그동안 물량을 싣지 못해 이익을 못 냈다며 경영진에게 눈총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매수할 시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도 그동안 말하고는 싶었지만 사정상 속으로 앓아왔던 주가 조정 주장을 얘기할 수 있게 됐다.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사석에서 "주가지수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상승세가 워낙 거칠어 말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애널리스트들도 이제는 조정 가능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게 됐다. 풋 ELW에 장기간 투자했던 사람들도 모처럼 웃고 있다.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삼성전자가 60만원을 넘어갔을 때 풋ELW를 사서 아직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직장인 윤 모씨(34)는 코스피가 1500일 때 300만원어치를 샀던 풋 ELW가 모두 온데간데없이 '녹았다'.
남들에게 반가운 코스피 2000시대의 햇살이 그의 소중한 비상금 300만원을 몽땅 녹여 버린 원망스런 존재가 된 것이다. 윤씨는 돈은 잃었지만 27일 조정이 오자 "그것 봐. 내가 조정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라고 동료들 앞에서 큰소리칠 수 있게 됐다.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주식형 펀드에 돈을 묻어놨다가 1800대에 환매하고 자금을 CMA 및 개별 주식종목에 넣어뒀던 손 모씨(34)는 27일 오후 2시께 코스피200을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입했다. 주가지수가 1800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들어가도 2000까지 오른다면 5%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서다. 2000시대까지 급격하게 올라가는 동안 투자 기회를 잡지 못해 괴로웠던 직장인 사례는 끝이 없을 정도다.
중견기업 간부사원인 김 모 부장(48)은 주가지수가 1600이 되자 2년간 가입했던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고 일본펀드로 갈아탔다. 일본 주식시장의 침체로 그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렸다. 직장에서 자신을 보며 '저렇게 투자하면 안 된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지는 게 그에게 가장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김씨는 27일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투자원칙을 직장동료들에게 설명해 줬다. 아예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부모님 말씀 때문에 찍어놓은 종목이나 펀드에 아무런 투자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얼굴 표정이 급변하고 있다.
잠실에 거주하는 주 모씨(31)는 "부모님이 일찍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퇴직금 중 상당 부분을 날렸다"며 "그 이후 주식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 하셔서 투자를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씨는 27일 "부모님이 개별 주식하지 말라고 한 게 맞았던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적립식 펀드 투자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 2000시대가 괴로웠던 것은 한국인뿐만이 아닌 듯하다. 외국인도 일부 배가 아팠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외국계 딜링룸 관계자는 "주식대차거래 물량이 최근 들어 많이 늘었다"며 "주가가 계속 올랐기 때문에 증권주를 공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대차거래 물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말부터 외국인들이 특히 증권주들을 많이 빌려서 미리 매도하는(공매도) 거래를 했다. 이 때문에 최근 증권주 공매도를 한 외국인들은 이익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0이 돌파했을 때 웃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목재상을 하면서 조선주에 투자해 큰 돈을 번 개인투자자 정 모씨(54)는 25일 주가지수가 2000을 돌파하고 26~27일 다소 조정을 받는 이 시점에도 "주가란 게 원래 그런 거죠.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니 더 크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현규 기자 / 이재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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