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場에도 사상최대 순매수… 외국인은 사상최대 순매도 증권사에 투자문의 빗발 펀드수탁고도 사상최고치 “너무 오른게 폭락 원인”
“상상할 수 없는 투자자금이 들어오고 있어요.”(한국증권 분당지점 손승현 차장)
27일 국내 주식시장은 4.09%나 떨어졌지만, 증권사 객장에는 오히려 투자 문의가 빗발쳤다. 손승현 차장은 “다음주까지 지켜보자고 말려도 고객들이 싸게 주식을 산다며 계좌에 돈을 더 집어 넣고 있다”며 “투자자금의 끝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펀드 수탁고도 26일 기준으로 262조7000억원으로, ‘바이 코리아’ 열풍이 불었던 1999년 7월의 종전 기록 262조5000억원을 8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주식시장은 ‘검투장’으로 변했다. 외국인이 8400억원의 사상 최대 순매도 공세를 벌이자 개미(개인투자자)는 7100억원의 사상 최대 순매수로 받아쳤다. 슈로더투신운용의 장득수 전무는 “도저히 설명하기 힘든 일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핑계일 뿐=이번 주가 폭락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키워드) 문제가 도화선을 당겼다. 그러나 이 문제는 올 연초부터 끊이지 않고 제기됐던 것이고,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지난 25일 호주의 한 헤지펀드가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로 고객들에게 오는 10월까지 상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사모펀드 서버러스에 인수된 미국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의 120억 달러 대출이 지연되면서 불안감을 더욱 자극했다. 이 때문에 전날 미국 다우지수는 -2.26%, 영국 -3.15%, 독일 -2.39% 폭락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문제는 전 세계 주가 급등을 식혀줄 하나의 ‘빌미’일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세계적인 급등장 속에서 세계 증시가 떨어질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벼락 상승한 한국증시가 문제=문제는 우리 증시가 왜 4%나 폭락할 정도로 과민반응을 했느냐는 것이다. 이날 낙폭은 역대 두 번째(최고는 2000년 4월 17일 -93.17포인트)에 해당된다.
슈로더투신운용 장득수 전무는 “지난 25일 주가가 2000을 돌파하기 직전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이 무려 16%에 달할 정도”라며 “1975년 이후 주가 움직임으로 계산해 봐도 이 같은 급등이 일어날 확률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폭락의 이유가 급등한 우리 증시 자체에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이 최근 10일(영업일 기준) 동안 4조2000억원 이상 순매도 한 것도 외부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한국 증시의 고평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정영완 투자전략센터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의 이익 수준을 고려할 때 적정 주가는 1800 정도”라며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지금이 차익실현의 적기”라고 말했다.
◆“지루한 조정장세 계속될 수도”=전문가들은 아직 투매나 추가적인 폭락의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9%에서 5.2%로 상향 조정한 것을 보면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가급락에도 불구,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도 꾸준해 증시의 든든한 바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올 상반기처럼 강한 상승 탄력을 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금증권 정인지 연구원은 “미국도 1987년 9월 2000포인트까지 오른 뒤 급락해 한때 1616포인트까지 내려간 뒤 약 9개월간의 조정기간을 거쳤다”며 “우리 증시도 내년 3~4월까지는 1850~2050포인트를 오가는 지루한 조정장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해주는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사람들은 앞다투어 이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를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금융기관들이 빌려준 돈을 받아내기가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기업에 대한 대출에도 몸을 사리게 돼 자금시장이 막힐 것이란 우려가 높아진 것이 이번 주가 폭락의 발단이 됐다.
[조의준 기자 joyju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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