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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시밀러 도전장 낸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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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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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062 2009/08/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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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앱지스(086890)

 

설비도 기술도 반도체와 ‘판박이’… 제2 신화 창조한다

바이오 시밀러 도전장 낸 삼성전자
 
‘21세기 신약 시장을 주도할 제약업계의 블루 오션’ ‘한창 달궈진 증시에서 주가 상승을 이끄는 첨단 미래 산업’. 요즘 바이오 시밀러(Bio Similars)를 언급할 때 어김없이 따라 나오는 표현들이다.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뜻하는 바이오 시밀러는 세포나 유전자를 이용해 만든 약이다. 일반인에겐 아직 생소한 분야다.

삼성전자가 이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난달 15일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삼성전자가 앞으로 5년간 바이오 시밀러 생산 설비에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는 물론 이 분야 전문가 사이에서도 뜻밖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창사 이래 가전제품과 정보기술 기기에만 매달려 온 삼성전자에서 생명공학·제약 부문의 연결 고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의 셈법은 과연 무엇일까. 바이오 시밀러가 D램 반도체→휴대전화→ 발광 다이오드(LED)로 이어지는 성공 신화의 바통을 이어갈 주력 업종이 될 수 있을까. 설령 그렇다 해도 내로라 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행여 기술 부족이나 잘못된 판단 탓에 무모한 도전으로 막을 내리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바이오 시밀러를 향한 삼성전자의 행보를 놓고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이에 삼성의 차세대 먹을거리 발굴을 전담하는 이 회사 신사업팀(팀장 임형규 사장)이 마침내 답을 내놨다. 신사업팀 김태한 전무는 “바이오 시밀러에 승부를 걸 만하다는 내부 결론이 내려진 만큼 이르면 2013∼2014년께 첫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바이오 시밀러는 반도체의 판박이
신사업팀이 바이오 시밀러를 챙기면서 가장 세심하게 들여다본 것은 당연히 시장성이다. 한 해 매출이 121조원(2008년 말 기준)인 삼성전자에 웬만한 덩치가 되지 못하면 섣부르게 주력사업이란 이름을 붙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론은 오케이(OK). 삼성종합기술원이 내놓은 바이오 시밀러 시장 전망에 따르면 2015년엔 250억 달러(약 3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73억 달러(약 58조원)에 달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이 분야에서 133억 달러(약 1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이오 시밀러의 성장성이다. 김 전무는 “바이오 시밀러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 가는 분야”라며 “제품 1g의 가치가 최소 10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부가가치도 높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후발 주자의 진입을 가로막아 온 장벽이 곧 허물어진다.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들이 갖고 있는 주요 바이오 신약의 특허 기간이 대부분 2012∼1015년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다른 경쟁사에도 해당되는 진입 조건들이다. 삼성전자가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김 전무는 “사업 진출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바이오 시밀러가 삼성전자의 유전자와 딱 맞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1등을 고수 중인 메모리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공정과 바이오 시밀러 생산 공정이 ‘판박이’처럼 비슷하다는 것이다. 바이오 시밀러 생산 공장은 최첨단 청정·집진·무균시설은 물론 고도로 정제된 공업 용수인 초순수 공급시설, 부산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시설 등을 갖춰야 하는데 반도체 공장(Fab)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반도체와 LCD 생산 라인에서 먼지 등 불순물을 걸러 내는 첨단 집진 시스템을 최고 등급인 ‘클래스 1’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클래스 1’은 입방피트의 공간 내에 0.1㎛(1㎛=1000분의 1㎜) 크기의 먼지 입자를 1개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여의도 크기만 한 면적에 먼지가 500원짜리 동전 크기보다 적게 남도록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를 다루는 초미세 가공이 들어가는 것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원료만 실리콘에서 유전자·단백질로 바뀔 뿐이다.

삼성이 더욱 자신하는 것은 세계 최고의 가격과 양산 경쟁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여 년간 다져 온 반도체 공장 시공 경험과 양산 노하우를 결합시키면 경쟁사가 들이는 비용의 반값에도 공장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장 설립 뒤 시동에 걸리는 시간이나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수율 역시 업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독보적인 양산 능력은 업계 판도를 확 뒤바꿀 만한 전략 무기가 될 수 있다. 그간 바이오 시밀러 시장은 몇몇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가 특허를 내세워 시장을 쥐락펴락해 온 독과점 시장이었다. 하지만 관련 특허가 대거 풀리는 2, 3년 뒤쯤엔 더욱 싼값에 제품을 내놓는 회사가 승기를 잡는 ‘완전 경쟁 시장’ ‘양산 우위의 시장’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동양종금증권 오승규(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시밀러는 고분자 단백질을 나노 기술로 다루기 때문에 수율이 무척 낮다. 바꿔 말해 엄청난 물량이 투입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거두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자금력과 연구인력 확보가 가능한 삼성전자가 최적격이다”고 분석했다.

바이오 시밀러의 설비투자 비용은 메모리 반도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삼성전자가 산정한 바이오 시밀러 팹(Fab) 건설비는 4000억원 안팎. 첨단 플래시 메모리 공장 건립 비용(약 4조∼4조5000억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해외 접근성이 좋은 곳에 바이오 시밀러 공장을 세울 방침이다. 외국 기술진이나 미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수시로 생산 시설과 상품 검증을 하는 게 필요한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서다. 삼성의료원·종합기술원·삼성전기·삼성정밀화학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의 공조 체제도 구축한 상태다.

삼성의료원 관계자는 “바이오 시밀러는 제네릭(복제약)과 달리 1차, 3차 임상을 거쳐야 한다”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리 병원에 임상시험을 위탁할 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어 개발에서 임상까지 국내 ‘원스톱 공정’을 갖추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여러 제품을 동시 출시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단시일 내 마켓 셰어를 끌어올려 입지를 굳히겠다는 포석이다. 김태한 전무는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후발주자로서 30여 년간 업계를 장악한 글로벌 메이저들과의 싸움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양산시설 구축 못지않게 연구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신수종사업으로 준비
삼성의 바이오 시밀러 사업 진출 준비는 길게 잡으면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은 그룹 차원의 신수종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작업을 했다. 삼성 관계자는 “2001년 9·11 테러 사태로 미국 등 세계 경제가 급속히 위축되자 TF를 해체했지만 그때부터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 왔다”며 “계열사별로 바이오 분야의 우수 인재 영입과 기술 개발에 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바이오 시밀러 사업 진출의 밑그림을 그린 삼성종합기술원과 삼성의료원에 60여 명의 연구진이 있는 것을 비롯해 그룹 전체로 250여 명의 관련 연구 인력이 확보돼 있다. 삼성전자는 계열사에서 차출한 전문 인력들로 ‘드림팀’을 따로 꾸릴 생각이다.

삼성전자의 최종 목적지는 바이오 시밀러가 아니다. 바이오 시밀러는 등산으로 치면 정상 공략을 준비하는 베이스캠프다. 궁극적인 고지는 독자 기술로 바이오 신약 개발이다. 글로벌 메이저에 견줄 바이오 메디컬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항체 치료제 부분이다.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고 암이나 바이러스만 표적 사살하는 단백질의약품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려면 조(兆) 단위의 연구개발비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진이 필요하다. 이런 핸디캡을 넘기 위해 관련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전자-중공업·기계-금융-화학-서비스 등 5개 축으로 이어진 ‘펜타곤(pentagon) 체제’의 삼성 주력 사업군이 바이오·의료를 결합한 ‘헥사곤(hexagon) 체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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