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진정되더라도 이 같은 금융위기는 주기적으로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파생금융상품의 부실이 주가와 환율 등에 연동된 다른 파생상품으로 전이될 위험도 있어 이번 위기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와 통화당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번 위기의 연쇄파급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미국 소비 부진 징후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모기지 부실로 인한 소비 부진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좀 더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지표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거대 유통업체의 실적악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월가 예상에 못 미친 2분기(4∼6월) 순이익을 발표하면서 순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홈디포도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4년 만에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 부진 징후가 나타나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모기지 부실이 소비 위축으로까지 이어지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해진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7년 중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현행 5.25%에서 4.5%까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 금리 인하는 또 다른 뇌관 FRB가 금리를 조기에 내리면 경착륙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세계 금융시장에는 또 다른 ‘위기 촉발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줄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 최근에는 일본도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란 예측이 국제금융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주택금융 부실, 중국의 금융감독 강화 움직임, 일본의 금리 인상 움직임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이 생길 때마다 금융시장의 불안한 모습은 재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불확실성 속의 한국 경제 문제는 국내로 유입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 발표하는 곳마다 기준이 달라 제각각이다. 정부는 “2005년 이후 집중적으로 늘어난 엔화 대출 규모가 50억∼60억 달러”라고 밝혔으나 산은경제연구소는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온 엔화 자금에 국내 기업의 엔화 차입 규모까지 더해 약 6조7758억 원(72억 달러)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규모도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모기지를 자산으로 만든 자산담보부채권(CDO), CDO를 자산으로 만든 CDO 스퀘어드 등 파생상품의 연결고리가 복잡해 피해 산정이 어렵기 때문. 현재 국내 금융권의 평가손은 8500만 달러로 추산되지만 이 같은 파생상품들의 부실이 확대되면 다른 금융상품도 영향을 받아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주가, 금리, 환율 변동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에 이들과 연계된 파생금융상품의 부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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