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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ㆍ 기아차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 대거 포함됨에 따라 이들 기업의 대북사업 구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가 여러 차례 "대북사업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업들을 방북단에 포함시켰다"고 밝힌 만큼 꽤 심도 있는 경협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해당 기업들은 북한 자원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조선소 건설, 판문점 남쪽 임가공 단지 조성 등 구체적인 대북사업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현대ㆍ기아차그룹과 포스코는 이번 방북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특히 정몽구 회장이 직접 방북하는 현대ㆍ기아차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 영향으로 대북사업에 관심이 큰 데다 계열사인 현대제철을 통해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대북사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북한 광물개발 사업의 최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북한의 풍부한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회사가 다름 아닌 현대ㆍ기아차그룹과 포스코다. 철광석과 유연탄은 철을 만드는 데 필수 원료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자원이 포스코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설사 원료의 질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에도 최신 설비인 파이넥스 공법을 이용하면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이구택 회장 방북을 계기로 북한 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현재 중국법인인 포스코차이나를 통해 연 20만ｔ 규모 북한산 무연탄을 도입하고 있다.

이번 이 회장 방문을 계기로 도입 품목이 철광석 등으로 대폭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스코는 2005년 대한광업진흥공사에 북한 철광석 실태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당시엔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해 도입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고 파이넥스 등 신공법이 개발됨에 따라 도입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 가동을 목표로 일관제철소 건설에 돌입한 현대제철 관계자도 "일관제철소 사업을 처음 준비하는 입장에서 원재료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북한 자원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

현대ㆍ 기아차그룹은 제철 사업 외에 다른 분야에서 대북사업을 진행할 여지가 있는지 검토 중이다.

현행 적성국교역법에 따라 자동차 관련 교역은 원칙적으로 방산 물자로 취급돼 사업이 불가능한 만큼, 자동차 관련 대북사업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계열사인 로템과 글로비스를 통해 철도 차량ㆍ물류 분야 대북사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정은 회장이 직접 방북하는 현대아산은 답보상태에 빠진 개성관광 성사 문제를 푸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강산관광특구 개발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북한 남포지역에 수리조선소 투자를 검토 중인 대우조선해양도 남상태 사장 방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수리조선소는 선박을 수리하는 조선소다. 현재도 남포에 수리조선소가 있으나 시설과 기술이 매우 낙후된 상태다.

남 사장은 지난 5월 남포 수리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측으로부터 `협력`을 요청받은 바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아직 검토단계에 있으나 남 사장 방북을 계기로 실제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 SK는 통신ㆍ건설ㆍ주유소 등 인프라스트럭처 주도형 비즈니스가 많은 만큼 정치적 이슈들이 해결돼야 투자가 가능하다"며 "최태원 회장이 이번 방북을 통해 대북 사업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돌아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LG, SK는 윤종용 부회장과 구본무 회장, 최태원 회장의 방북 이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가능한 분야를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철도공사와 한국전력은 북한 철도망 건설 등 SOC 협력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건설시장 개방에 물꼬가 트이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