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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Timer] 위기 속에서도 희망은 자란다
비관론이 인터넷을 뒤덮고 코스피가 천포인트를 기준으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은 어제 개별종목처럼 하루에 9% 가까이 폭락하였다. 코스피 기준으로 고점대비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고도 여전히 시장의 변동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도대체 미스터마켓은 언제쯤이나 흥분을 가라앉힐런지. 상승을 하든 하락을 하든 변동성이 줄어들 때까지는 지켜보는 것이 최선일지 모른다.
이번 금융위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10년전 한국의 IMF외환위기와 유사하면서도 본질적으로 다른 면이 존재한다. 당시는 외환위기를 겪는 동아시아 몇 국가를 제외하고 다른 나라들은 매우 정상적이었다. 처음에는 환율급등과 펀드멘털의 악화를 우려한 해외자금의 유출이 발생했지만 환율과 이자율이 급등한 이후에는 오히려 해외자본이 대거 유입되었다. 결과적으로 외환위기 이전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해외자본이 한국에 투자하기 위하여 몰려들었다.
부실하다고 알려진 대부분의 기업들이 문을 닫은 후 살아남은 기업들은 높은 환율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게다가 실리콘밸리에서 불어닥친 기술주 열풍은 사상 유례없는 증시호황을 단기간에 선사하였다. 꽉 닫힌 지갑대신에 카드를 제공하여 소비를 진작시켰다. 기술주 랠리와 카드정책는 나중에 상당한 후유증을 발생하게 되지만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돈이 돌아가게 하는데 엄청난 기여를 하였다.
10년 전보다 더 안 좋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참 많이 다르다. 여전히 단기외채의 상환압력은 만만치 않지만 외채가 순조롭게 연장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한국의 은행 또는 기업의 펀드멘털이 미덥지 못해서라기 보다는 채권자입장인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사정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또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반토막이 나더라도 해외자본의 사정이 더 절박하기 때문에 한국시장에 유입될 여유가 없다.
게다가 10년전에는 대우, 기아, 시중은행 등 굵직한 대기업들마저 예외없이 신속한 구조조정을 하였지만, 지금은 어느 중견기업 하나 처리된 사례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서브프라임과 이에 관련된 CDO 등을 배제하더라도 국내 경제에서 처리해야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비롯되는 건설업계의 도산위기와 건설관련 PEF에 투자한 금융권의 문제이다. 하지만 정부는 구조조정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주단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서 살고자 하면 죽게 되는 묘한 상황이다. 부동산의 침체는 건설업계 뿐만 아니라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 금융권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은 키코에 의해서도 결정적인 탈이 생긴 한 기업만이 수면위로 떠올랐을 뿐이며 이마저도 살려주는 입장이다. 몇십년만에 불어닥친 조선호황의 이면에서 보험사들도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 미국 3대메이저 자동차회사가 동시에 파산상태에 몰릴만큼 자동차시장도 어렵다.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은 반사이익이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더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시장이 침체하다 보니 수출기업도 높아진 환율을 즐길 형편이 아니다. 게다가 수입에 의존하는 내수기업들은 수입원가 상승과 소비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소비자들은 10년전의 경험을 떠올리며 지갑은 물론 카드마저 꽁꽁 닫아버리고 있다.
해외자본도 우리에게 도움을 줄 형편이 못되고, 내부적으로도 자생적으로 회복할 기미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각 부문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하려는 정책의지의 부재다. 다들 우려하는 건설업계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나 값의 고하를 떠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서 자금이 회전되도록 하는 정부의 대책이 존재하지 않는게 문제이다.
마치 응급실에 실려왔는데 의사가 손놓고 구경만 하는 상태인 것이다. 주식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다리가 썪어가면 다리를 잘라서라도 목숨은 살려야 하는 것이다. 안되는 것은 빨리 정리하고 되는 것은 과감히 살려내는 결단력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중견건설사와 금융기관 일부가 파산상태가 되어야 이번 주식시장의 하락은 멈출 것이라는 견해들은 이런 시각에서 비롯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한국이 10년전에 IMF외환위기를 미리 겪은 경험은 오히려 지금은 약이 되는 면도 있다. 즉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이런 위기 속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체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더구나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그 동안 체질적으로 매우 건강해져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 번 살아난 경험이 있는데다가 더욱 단도리를 해두어 그리 쉽게 무너질 상태는 아니다.
또한 개인들도 이미 허리띠를 꽉 조이며 장기전에 돌입하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강남 재건축으로 상징되는 부동산의 실타래가 조금이라도 풀리게 되면 희망이 보인다. 이 부분은 레버리지를 경매로 소화하는 강제청산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걸리면 점차 해결될 것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보다도 한국의 주식시장은 더 많이 하락하였다. 원화기준으로 반토막인데, 달러기준으로는 이미 3분의 1토막이다. 즉 달러로는 이미 700포인트를 하향돌파한 상태이다. 주가도 하락하고 여기에 눈높이를 맞추어 부동산도 하락한다면 모든 자산가치가 동시에 하락한 셈이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하락하였기 때문에 한국만 특별히 억울할 것도 없다.
즉 작년에 10억원이라고 부르던 것을 이제부터는 5억원이라고 부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말해서 화폐단위의 변경이 발생한 것과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특별히 불리할 것이 없다. 그러나 부채를 보유한 사람들은 매우 불리해진다. 반면에 현금을 보유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장래에 현금을 보유할 사람 즉 소득이 발생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유리하다.
그러므로 부채가 없는 한 주식투자손실 또는 부동산 가격하락에 너무 가슴아파 할 것 없다. 오히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현금의 구매력을 발휘할 기회가 된 것이다. 우리 국민의 전체재산대비 현금보유비중은 아마도 10%수준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현금보유비중이 10%이상이라면 매우 유리한 입장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자.
지금의 금융위기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파악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문제이지 해결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면 늘어난 구매력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현명한 선택을 해야하는 시점인 것이다. 주식시장의 바닥을 잡으려는 노력이나 단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자세보다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차분하게 자산설계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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