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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빵 메이커 삼립식품은 2010년 12월20일 1만원 근처에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이듬해 1월 중순까지 50% 이상 급등했다. 이후 2011년 말까지 별다른 움직임 없이 게걸음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겨울테마주의 흐름을 보였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9월 중순 1만4000원대에서 일찌감치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23일에는 2만6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립식품뿐만 아니다. BYC 남영비비안(속옷) 경동나비엔(보일러·온수기) 지역난방공사(난방) 등 겨울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 가운데 상당수가 계절과 상관없이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필수소비재 열풍 등에 힘입어 재조명받고 있는 덕분이다.

○겨울을 박차고 나온 겨울테마주

8월9일 장중 6900원으로 저점을 찍고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속옷업체 남영비비안은 10월4일 장중 7980원을 기록한 뒤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종가는 7580원이다. BYC도 8월 초 장중 15만원대에서 상승 흐름을 타 이달 16일 장중 21만6500원으로 전 고점을 찍을 때까지 별다른 조정 없이 강세를 이어갔다.

경동나비엔은 6월 초순 5400원 근처에서 오르기 시작해 6개월 가까이 꾸준히 상승했다. 이날 종가는 1만2100원으로, 이 기간 상승률은 124%에 달한다. 8월 초부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난방공사도 이날 8만1400원으로 마감해 이 기간에 45% 이상 올랐다.

○계절 상관없이 강세 보이는 이유는

겨울테마주로 분류되던 종목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각광받는 이유로는 대부분 종목이 필수소비재 및 유틸리티 업종에 포함돼 있다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개별 종목의 성장스토리가 부각된 것도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이 써내려가고 있는 성장스토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저성장 시대에 소비 패턴 변화가 가져온 구조적인 성장세다. BYC 남영비비안 등 속옷업체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불황 때 싼 값으로 만족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잘 팔린다는 ‘립스틱 효과’가 속옷시장에도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내의류 매출은 1조3762억원으로 전년(1조2345억원)보다 11.47% 늘어날 전망이다.

두 번째는 신성장 동력을 개발해 퀀텀점프를 꾀하는 부류다. ‘비시즌’인 겨울에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겨울테마주로 분류되는 골프존은 골프용품 유통사업,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퍼블릭 골프장 사업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이다. 이를 통해 정체기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존 골프장 시뮬레이터 사업의 매출 비중을 2014년 말까지 30%대로 줄일 방침이다.

경동나비엔처럼 해외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는 유형도 있다. 강은표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온수기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경동나비엔은 9월부터 북미지역에 새 모델을 수출하면서 미국 수출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 경동나비엔 골프존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겨울테마주는 계절에 상관없이 중·장기 투자 목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 고평가 우려 제기

일부에서는 “해당 종목의 주가가 최근 수개월간 급등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고평가 단계에 진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유의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5일 경동나비엔에 대한 지분율을 최고 12.55%까지 끌어올렸던 가치투자 ‘명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이후 보유 지분 매도에 나서 이달 8일 지분율을 9.97%로 낮춘 것도 이 같은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