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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도 장사가 안되나보네요
하긴 요즘은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으로 싸고 편하게들 많이 사는거 같더라구요
백화점 위기감 돈다
세일해도 매출 2년째 뒷걸음
2004년10월31일 17:25
"올해는 정말 `행사` 없이 정상적으로 영업한 날이 하루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마이너스 성장이니 말 다했죠." (대형백화점 P부장)
"매출을 늘리려 발버둥쳐봐야 이제 백약이 무효입니다.
더 쓸래야 쓸 방법도 없습니다.
" (대형백화점 K부장)
"10월 매출이 당초 목표치(할당액)보다 좀 저조하게 나왔습니다.
백화점측 숍 마스터(층별 관리책임자)가 행사를 하든 뭘 하든 방법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통에 아주 잠이 안올 지경이에요." (대형백화점 브랜드매니저)
백화점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하 다는 소비침체가 지속되면서 백화점업계에 불황의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 다.
할인점 패션아웃렛 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점들이 최근 10년 간 급속도로 시장 을 잠식한 것도 백화점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위기의 징표는 곳곳에서 쉽게 감지된다.
백화점 매출은 지난 2002년 11월 이후 24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중이다.
중간중간 `반짝` 증가세를 보인 달이 있긴 하 다.
하지만 지난해 업계 전체적으로 -3%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4%대 마 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된다.
경청호 현대백화점 부사장은 "백화점업계 사상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잘 나갈 때와 비교해 누계로 따지면 10% 이상 역신장한 셈"이라는 게 경 부사 장의 진단이다.
올해도 올해지만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일본이 10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백화점 역시 1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는데 한국도 같은 길을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 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은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안 좋고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악 화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금년만큼만 돼도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신헌 롯데백화점 상무(수도권판매본부장)는 "올 10월을 기점으로 기술적 반등 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한층 악화되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만큼 어렵다고 보고 전략을 수립중"이라고 밝혔다.
수수료(특정 매입) 매장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백화점업 특성상 아직은 매출 역신장이 손익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2006년부터는 도태되는 업체가 속 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백화점도 백화점이지만 더 죽어나는 것은 입점업체들이다.
최근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대형 백화점들은 입점업체 대상으로 일부 수수 료를 상향 조정했다.
백화점측은 "요즘 같은 때 어떻게 수수료율을 올리느냐"고 펄쩍 뛴다.
그러나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 말은 전혀 다르다.
의류 브랜드 한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수시로 다른 백화점과 비교해서 수수료 율을 올린다.
최근에도 롯데가 정장 매장을 중심으로 올리자 현대가 바로 뒤따 랐다"고 말했다.
일별 월별 층별 브랜드별로 목표 매출을 주고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는 업체는 매장 개편 때 퇴출하거나 뒤쪽으로 밀어내는 건 업계 관행 중에서도 지극히 통 상적인 일에 속한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백화점 바이어는 생사여탈권을 가진 신(神)이나 다름없 다"고 표현했다.
매출 증대 압력이 커지면서 한동안 업계 자정 노력으로 사라졌던 `매출 부풀리 기(일명 찍기)` 역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찍기`는 입점업체가 판매사원들 통장에 돈을 넣어주고 해당 백화점 매장에서 구매하도록 함으로써 매출을 부풀리는 방법. 한 여성복 브랜드 매니저는 "본점은 매장당 연 1억5000만원은 올려야 붙어 있 을 수 있다"면서 "월말만 되면 층별로 바이어들이 다니면서 `이 매장이 꼴찌야 `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 소리 들으면 머리카락이 쭈뼛해질 정도"라고 털어놓았 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롯데호텔에서 패션쇼를 열면서 고객 초청 비용(1인당 5만원 )을 패션쇼에 참가한 7~8개 브랜드에 분담시켜 눈총을 받았다.
백화점 관계자는 "경쟁 백화점 사이에 매출 비교는 물론 경쟁 브랜드간 매출까 지 꼼꼼히 비교해 입점업체들을 닦달하는 상황"이라면서 "매출 자료 교환에 따 른 부작용이 커지다보니 올 상반기에는 롯데 현대 신세계가 그 동안 관행적으 로 해오던 매출 자료 교환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행사와 이벤트 등이 너무 잦아 정상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백화점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도 나온다.
백화점의 보다 근본적인 위기는 업종 자체가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급성장한 할인점으로 고객 이탈은 심각 한 수준이다.
백화점들은 "그래도 할인점과 백화점은 고객층이 다르다"며 부인하지만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백화점과 할인점 고객이 50% 이상 겹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 이다.
지난 9월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월별 매출 분석에서도 백화점 구매 고객 수는 3 % 줄어든 반면 할인점 고객은 2.2% 증가했다.
"이제는 중상 정도 고소득층조차도 백화점 쇼핑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 로 보인다"는 게 산업자원부측 설명이다.
한영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백화점은 목표 고객층과 취급 상품 두 가지 측 면에서 역할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 다.
그는 "과거에는 백화점들이 영업 외에 지가 상승분만으로도 적지 않은 이익을 올렸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가치가 그렇게 급상승하기 어렵다"며 "백화점 가치 창출 기능이 상당히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백화점 업계는 최근 위기는 업종 자체의 한계라기보다는 경기침체, 소비침체 등 외생적 변수가 더 크다고 주장한다.
이영재 신세계백화점 영업본부장(부사장)은 "일본은 인구 20만~30만명 정도만 되면 어김없이 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이 들어서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아직도 무 주공산(無主空山)이 적지 않다"면서 "경기가 좀 살아나고 소득 수준이 개선되 면 삶의 질을 추구하는 고객들은 백화점으로 오게 돼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신헌 롯데백화점 상무는 "워낙 불경기라 그렇지 상위 5% 이내 고소득층은 조금 만 나아지면 돈을 쓰게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형 백화점 3개사 모두 수수료 매장 위주의 손쉬운 영업 관행에 길들 여져 있는 데다 `고급화=명품관 확대`라는 획일적인 비전을 추구하고 있고 입 점 브랜드 70~80%가 겹치는 취약한 상품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은 백화점의 어 쩔 수 없는 한계라는 지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백화점이 처한 위 기의 심각성이 더하다는 분석이다.
<채경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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