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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 이길여(한국경제신문.5/27)게시글 내용
인물 탐구 -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경원대 총장
골프 200야드 넘기듯 미래성장에 2000억 배팅
의료 여걸서 교육으로 '열정의 바람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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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경원대를 10년 내 국내 10대 사학으로, 길병원은 뇌질환 암 당뇨병의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키운다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쉼없이 뛴다. 바람이 불어주지 않으면 스스로 달려야 돌아가는 바람개비처럼 없는 일은 만들어서라도 벌이는 그의 천성이 발휘되고 있다.
◆일과 결혼한 여자
이 회장은 밤 12시에 자고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오전 7시50분쯤 보고서를 검토하는 것을 시작으로 수시로 실무진을 불러 논의하거나 전화로 물어 보느라 쉴 틈이 없다. 단지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의사결정에 반영한다. 따라서 이 회장의 부름을 자주 받지 못하는 간부는 노심초사하게 마련이다. 외부 약속이 없을 경우 점심이나 저녁식사는 평소 만나고 싶었던 의사 교수 관리직원 등 내부 인사와 같이한다. 병원 학교는 물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건강 상태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밤 11시부터 1시간 동안 집안에 설치한 운동기구를 이용해 땀이 흠뻑 나도록 달리고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한다. 200야드가 넘는 골프 드라이버 비거리와 20년쯤 젊어 보인다는 칭송이 여기에서 나온다.
◆절묘한 타이밍에 '지를 줄' 아는 경영인
이 회장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의료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1969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재개원한 산부인과에 당시로는 드물게 초음파진단기를 도입했다.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들은 산모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보증금 없는 병원'을 내세워 수술비가 없어 돌아가는 산모를 치료해주기도 했다. 당시 백화점이나 호텔에 가야 구경할 수 있었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몸이 무거운 산모들로부터 호평받았다.
투자 타이밍도 절묘했다. 1987년 원내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배추밭이던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중앙길병원을 지었다. 현재 인천 최대 규모인 가천의대 길병원(1200병상)의 전신이다. 이곳은 지금 인구도 늘고 땅값도 수백배 오른 번화가가 됐다.
길병원은 이후 1994년 여성센터,1995년 심장센터 등 해마다 한두 개의 전문 치료센터를 세웠다. 환자가 늘어나는 질환을 예상하고 센터를 지은 게 적중해 병원 수익이 크게 증가했다. 2006년 뇌과학연구소,지난해 암 · 당뇨연구원을 개소한 데 이어 현재는 암센터를 짓고 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기초의학 연구에 투자한 돈만 자그마치 2000억원이다. 10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짓고도 남을 돈이지만 미래의 성장동력을 구한다면 이 시점에 이 정도의 돈은 써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운도 따랐지만 추진력도 대단하다. 2006년 가천의대와 가천길대학을 가천의과학대학교로,2007년 경원대와 경원전문대를 경원대로 통합했다. 이질적인 대학 간의 통합은 효율이 있어도 자기 영역의 침해를 우려하는 교수들의 저항으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교육과정 혁신 의지를 굽히지 않고 해당 교수를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 '화학적 융합'을 이끌어냈다. 향후 2~3년 안에 경원대와 가천의과학대학의 2차 통합도 추진할 방침이다.
◆직원에겐 신뢰,자신은 검약
이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게으름이다. 선이 굵어 잔소리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부하 직원들의 안일함은 모아놨다가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을 낸다. 대신 일을 열심히 하다 실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1987년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직원들의 임금과 보너스를 제때 지급하기 어렵자 1970년대 말 간호대학 부지로 사들인 용인 수지 일대 1만1000평을 10억원이 안 되는 돈에 팔았다. 두세 달 뒤 용인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돼 큰 손해를 봤지만 한번도 임금 지급 시기를 미루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자신에겐 검약해서 지금도 동네 미용실만 다닌다. 1999년 14년간 살던 아파트를 내놓고 이사했는데 이를 구입한 의사는 한번도 도배하지 않은 벽지에 못하나 박힌게 없을 정도로 소탈한 인테리어에 놀랐다.
◆인재 양성에 '올인'
이 회장은 요즘 경원대의 경쟁력 제고에 '올인'하고 있다. 2007년 경원대 통합 이전만 해도 대학교 및 병원의 업무 집중도가 각각 3 대 7 정도였지만 지금은 80% 이상의 열정을 경원대에 쏟아붓는다. 병원은 내버려둬도 잘 굴러가지만 학교는 아직 인큐베이팅할 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경원대 캠퍼스는 서울 8호선 지하철역과 학교를 연결하고 컨벤션센터 첨단전자도서관 등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영어말하기 인증제'가 도입돼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은 졸업이 어렵게 됐다. 교수들도 강의 평가 결과가 3회 연속 70점 이하면 퇴출시키는 '삼진아웃제'로 겪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이 회장이 캠퍼스를 걸어나오면 많은 여대생들이 그를 종종 따른다. 같이 사진 찍자고 아우성이다. 성공한 이 회장의 기를 좀 받자는 듯하다. 이들이 사회에 나올 10년 후 경원대의 위상이 궁금해진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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