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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이 마모루 철학의 집대성 <이노센스>게시글 내용
회상1. 2004년 2월 말. 일본 동경의 중심가 록본기 힐즈 모리 타워에 자리잡고 있는 버진 시네마. 이날 전세계가 기다려온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신작 <이노센스> 완성을 기념하기 위한 기자회견과 시사회가 열렸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마쓰히사 이시카와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 마케팅 프로듀서,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이토 미키코와 성우진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았고 2월의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 기자회견장과 극장 안은 거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회상2. 지난 5월 개최된 세계 최고의 국제 영화제인 칸.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장편 경쟁부문에 초대된 <이노센스>의 수상 가능성이 조심스레 흘러나왔다. 결과적으로 수상에 대한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완벽한 비주얼과 묵직한 철학적 내용, 발군의 사운드 디자인 덕분에 '역시! 오시이!'라는 감탄이 여기저기 흘러나왔다. 회상3.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시아 판타스틱 부문에 초청된 <이노센스>는 올해 처음으로 제정된 아시아 영화상(EFFFF Asian Award) 부문중 '특별언급'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다시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인간은 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으로 시작되는 <이노센스>는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의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이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네트워크 속으로 사라진 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국가 개념이 사라진 가까운 미래가 배경으로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직속기관 공안 9과의 사이보그 형사 버트. 그는 신체의 일부분을 제외하고 전뇌화(電腦化)한 인물이다. 어느날 애완용 여자 사이버그인 가이노이드(소녀형 로봇)가 갑자기 이상을 일으키며 자신의 주인을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에 버트는 자신의 파트너인 토그사와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 로봇을 만들어낸 제조업체 로커스 솔루스사의 내력을 조사하던 중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왜 로봇을 인간의 모습과 감정을 지닌 존재로 만들려고 하는가' 등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안드로이드, 로봇에 더 가까워 진 여성, 축제 기간에 인형(로봇)을 불태우는 인간들, 스스로 육체를 버리고 네트에 융합해 인간을 초월했다고 자만하는 KIM, 그리고 폭력 조직인 홍진회 등을 만나면서 버트와 토그사의 혼란은 점점 가중된다. 두 사람은 결국 실제 생명체의 고스트(영혼)를 로봇에 복사하는 불법행위인 '고스트 더빙'을 통해 생명체의 모습을 띤 '가이노이드'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처럼 <이노센스>의 이야기 구조는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더 심오한 주제를 지녔다. 특히, 현재 인간의 사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밀턴과 데카르트, 공자와 성경 등 수 많은 텍스트들을 인용한 철학적인 대사가 끊임없이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오시이 마모루의 만만치 않은 철학적 내공을 짐작케 한다. 즉, <이노센스>는 한 번 보고 버리는 1회성 팝콘 무비가 아니라 상당히 집중해서 감상해야 비로소 메시지에 접근할 수 있는 영화다. 또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 영화다.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는 물론, 전편인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의 감상은 필수. 여기에 수많은 철학적 텍스트들을 이해해야 비로소 영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노센스>의 테마라 할 수 있는 구체관절 인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그럼, 오시이 감독은 왜 인형을 테마로 삼은 것일까? 그의 영원한 테마인 '인간은 왜, 자신과 닮은 모습을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에 이보다 더 부합하는 예술 분야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 시절 폴란드의 유명한 인형작가 한스 베르메르(1920∼1975)가 만든 구체관절 인형의 사진을 접한 후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이미지에 매료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이노센스>에 도입하기 위해 오랫동안 수많은 사진 자료를 검토했다. 덕분에 일본의 요츠야 시몬의 자화상적인 등신대 인형에서 영감을 받아 KIM(일본의 유명 배우이자 감독인 다케나카 나오토가 목소리를 맡았다)이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으며 아타미의 인형 미술관에서 전시된 바 있는 돌하우스와 오르골 박물관의 거대 자동 연주기에서 힌트를 얻어 KIM이 거주하는 거대한 저택의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미국 뉴욕 사진 미술관과 독일의 파 스페코라 등을 방문, 인형 피부의 질감을 연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노센스>의 개봉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의 동경근대미술관에서 구체관절 인형전을 열기도 했을 만큼 구체관절 인형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하지만 <이노센스>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미래 도시의 정경(情景)이라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과거와 미래, 그리고 경건함과 불안감, 희망이 융합된 거대 도시를 사실적으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오시이는 이러한 도시 창조를 위해 일본뿐 아니라 해외 로케이션을 감행했다. 특히, 스페인과 홍콩, 뉴욕, 상하이, 타이페이, 라오스 등의 로케이션을 통해 얻은 이미지, 즉 건물들로 인한 원경 없는 폐쇄성과 솟아오른 마천루의 단호한 수직선, 그 틈으로 비치는 도시의 불빛 등은 영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다. 전편에 비해 많은 진보를 거듭한 강렬한 액션도 볼거리.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버트와 인형들 간의 총격전 시퀀스(이 시퀀스를 통해 쿠사나기 소령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깜짝(?) 등장한다)는 물론, 조직 폭력배인 홍진회와의 총격전 등이 바로 그에 대한 결과물이다. 가장 압권인 장면은 편의점에서의 총격전 장면. <매트릭스>를 능가할 만큼 강렬한 이 장면을 위해 무려 6개월을 쏟아 부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노력이 집약된 작품인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2D와 3D의 절묘한 조화도 상당히 돋보인다. 특히, 영화 중반 펼쳐지는 도시 축제 장면은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저 황홀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장면들은 언 듯 보기에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90%이상 아날로그 기법으로 완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배경이 대부분 애니메이터들이 각 요소들을 끔찍할 만큼 세밀하게 계산해 일일이 손으로 그려낸 장면들이다. 한 마리 새를 연상시키는 비행정과 물빛에 반사된 도시의 간판들과 불빛, 그리고 책상에 꽂힌 책들과 어두운 도시의 뒷골목 등 극도로 사실성이 돋보이는 배경들이 쉴새없이 등장, 관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만들고 있다. 이처럼 <이노센스>는 점차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편되고 있는 애니메이션계에 2D와 3D의 절묘한 조화와 사람의 작업이 얼마나 섬세하고 감동적일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역동적이면서도 장중한 배경 음악도 감상포인트. 아직까지도 잊기 힘든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오프닝 뮤직의 변주가 <이노센스>의 도입부를 장식하고 있으며 마지막 엔딩 타이틀롤에서 만날 수 있는 이토 키미코의 '나를 따라오세요(Follow Me)'도 인상적이다. 특히, 영화 후반 쿠사나기가 버트 앞에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가와이 겐지의 음악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여실히 증명해 보인다. <이노센스>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사운드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dts-ES의 웅장한 사운드를 충분히 경험하고 싶은 관객이라면 필히 사운드 시설이 완벽한 극장을 찾아 감상하시길) 이 작품의 사운드 디자인은 미국의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것으로 유명한 스카이워커 사운드 스튜디오에서 담당했다. 덕분에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사운드 디자인을 선사한다. 오시이 감독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바셋 하운드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제로 대단한 애견가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자신의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 바 있는 바셋 하운드, 가브리엘과 잡종견 다니엘을 키우기 위해 10년 전부터 자택을 아타미로 옮기고 온천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예외 없이 바셋 하운드가 등장한다. 주인공 버트가 기르는 개가 바로 바셋 하운드. 자신의 모든 개인 시간을 애견과 함께 보내는 오시이 마모루는 "세상이 점점 기계화, 문명화, 도시화되면서 인간은 자신의 신체라고 하는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현대인에게 있어서 신체라고 하는 것은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현대인이 개를 키우는 것은 잃어버린 신체의 대체물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하고 역설한다.(사실, 그는 "믿을 수 없는 인간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개 한 마리를 상대하는 편이 더 편하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한 바 있다) 이처럼 철학적인 내용에 완벽한 기술을 더하기 위해 드림팀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최고의 스태프들이 참여했다. 우선,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이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오른팔 스즈키 토시오가 특별히 초빙되어 영화의 전반적인 마케팅을 조율했으며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프로덕션 I.G의 대표 마츠히사 이시카와가 전체 프로듀서를 담당, 최고의 제작 환경을 제공했다. 여기에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작품에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거장, 가와이 겐지가 음악을 맡아 완성도에 무게를 더했으며 뛰어난 가창력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유명한 일본인 재즈 가수, 이토 키미코가 자신의 음악을 기꺼이 헌사했다. 이 외에도 <인랑>으로 널리 알려진 오키우라 히로유키가 캐릭터 디자인이자 작화 감독을,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스왈로우테일>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 Vol.1> 등을 통해 명성을 얻은 바 있는 타네다 요헤이가 전체적인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 최고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이노센스>는 프로덕션 I.G와 스튜디오 지브리와 한 제작 협력으로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두 거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협력에는 마츠히사 이시카와 프로듀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는 <천사의 알>로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작업을 한 후 18년만의 재회였던 만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이노센스>라는 타이틀과 주제곡 'Follow Me'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도입되었다)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합류 덕분에 수많은 마케팅 제휴사를 끌어들일 수 있었으며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물론, 흥행에서도 오시이 작품중 최고의 성적을 거뒀음은 물론이다. 제임스 카메론과 쿠엔틴 타란티노, 워쇼스키 형제 등 세계적 감독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이노센스>가 과연 얼마만큼 국내 성적을 기록할지는 미지수지만 전작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보다 한층 더 심오해지고 진일보했다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다. 영화의 전체적인 진행을 담당한 마쓰히사 이시카와 프로듀서는 인터뷰를 통해 "처음 <이노센스>의 완성본을 봤을 때에는 오이시 마모루 감독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하지만 10번쯤 보니까 그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이노센스>가 쉽게 접근하기에 다소 난해한 작품이지만 "모든 말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고 대신 영상이나 음악에 치중하면 훨씬 재미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황홀한 영상과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애니메이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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