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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구리
저는 1995년 4월 1일 자로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8년 반을 남기고 퇴직하려니 예산이 있는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했습니다. 당시 시청예산서에는 2명의 명예퇴직 예산이 준비되어 있었지요. 예산이 계상되어 있지 않거나 신청자가 많으면 명예퇴직도 마음대로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는 외환위기 전이라 명예퇴직자의 퇴직수당의 혜택이 많았습니다. 공무원 연금규정에 20년을 넘는 근무를 해야 연금대상자가 된다는 규정 때문에 퇴직을 늦추었던 일입니다.
사과농원을 일구어 농사에 남은 인생을 값지게 살기 위해섭니다. 공직에도 붙잡을 때 떠나야 유종의 미라 생각했습니다. 진급의 적체현상이 극심해서 후배들에게도 호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내와 땀 흘리며 사과농사를 가꾸어 알찬 열매를 거두는 재미가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사과나무와 좋은 생각만 하니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도 아름다움만 이끌리었습니다.
내 나이 스믈 여덜 살 공무원 발 들여놓기 전에는 일반 농사를 하였습니다. 생풀 나무와 꼴짐 속에 강의록 책을 돌돌말이 속에 넣고 쉬는 시간 책을 읽는 습관을 버리지 않아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하여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문학 공부도 열심히 하여 월간 현대문학지를 김의자라는 직원에게 인상되지 않은 값으로 장기구독자의 혜택으로 문학 공부에도 열중했습니다. 당시 현대문학지는 오래도록 구독했습니다. 천리안 시인통신에 추천받아 회원이 되면서 열심히 시 쓰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이전의 농사에는 부부가 소똥구리 벌레처럼 리어커를 밀어라 당겨라 일을 했지만, 나중에는 트럭을 구입하여 쉽게 나르는 방법이 좋았습니다. 탑차라는 트럭은 사과를 실어도 밧줄이 필요 없고 천장이 있는 차라 비가 와도 매우 편리했습니다. 그러나 리어카는 몹시 힘이 드는 중노동이었습니다. 앞에서 내가 당기는 힘과 뒤에서 마누라가 미는 힘이 조화를 이루어야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습니다. 아내가 열실히 힘을 다할 때 내가 쉬어 버리거나 내가 열심히 당겨도 아내가 쉬어 버리면 오르막 길에는 헛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소똥구리 벌레가 보이지 않지만 어쩌다 TV에 소똥구리 나오는 걸 보면 마치 우리 부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부가 합심하여 저렇게 부지런히 일하는 소똥구리는 인간에게 많은 시사를 합니다. 지금도 대학 졸업하고 직업을 못 구해 허덕이는 젊은이를 보면 농촌에 일자리가 널렸다고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마을에는 젊은이들 부부가 해마다 억 원을 능가하는 수입을 올리는 집들이 여럿 있습니다. 농지세도 없습니다. 저가 처음 농사지을 때는 농지세와 수세가 엄청 많아 고역인 때가 있었지요.
불평하는 사람은 그 불평 때문에 시들어만 간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너무 호화스럽게 온상에서 자랐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농사지은 결과 품인 과일은 1등과 2등의 가격 차이가 현격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3배의 차이가 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농사는 1등의 결과 품을 만들어야지 2등 이하는 돈이 되지 못합니다. 1등품을 만들려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부부가 손질해야만 합니다. 농사에도 기술의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적절한 공기 유통과 태양의 유입으로 음지식물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과일의 꽃눈 시기 가을부터 축적한 저장양분을 최대로 결실시킬 과일로 에너지를 모아 줘야 합니다.
소똥구리 부부는 사막에서도 살아갑니다. 물이 모자라면 땀을 닦아서 기계로 짜서라도 갈증을 피할 줄 압니다. 남의 주머닛돈을 탐내지 말고 자기 주머니에 채울 수 있는 돈을 만드는 노력이 참된 일꾼입니다. 그래서 소똥구리는 열심히 소똥을 먹이로 저장합니다. 절벽에 떨어지면 짝을 찾고 또 옮기던 먹이를 찾아서 다시 갈무리 할 장소를 선택합니다. 별과 별이 부딪혀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걱정도 아니합니다. 로또복권이 당첨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도 아니합니다. 먹이를 안전한 장소까지 가져가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후손까지 안전보장이 되는 이치를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늙은 소똥구리가 되면 아내의 졸음도 알아차립니다. 아내는 영감의 자크가 잘못 꿰인 줄을 알게 하여 남의 눈길에 밟히지 않게 합니다. 나는 등산길에 아내가 나의 걸음 자세를 반듯하게 고쳐주려 애써 함을 봅니다. 허리 구부러질까 염려하는 그 마음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이제 먹이가 걱정 없어졌으니 몸 간수가 더 소중해졌나 봅니다. 자식을 위한 먹이 걱정이 없어졌으니 다른 방향의 잔소리가 늘어나나 봅니다. 내 몸이 몸살로 여간 아파도 아프다 말을 못합니다. 큰 병으로 넘겨잡아 병원에 가자 조르는 마누라가 병보다 더 겁이 납니다. ( 글 : 박용 에세이제4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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