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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시장에서 이른바 ‘땅 테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개발이 예정된 지역 인근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한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로 과거 ‘세종시 테마’라는 이름으로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던 관련주들은 수급이 줄어들자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다.

골판지 원단 등을 생산하는 대영포장(014160)은 지난 18일까지 최근 4거래일 동안 3번이나 상한가로 장을 마감하는 기염을 토했다. 12일만 해도 697원에 머물던 주가는 단 나흘 만에 54.2% 급등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화성시에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영포장이 인근에 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대영포장과 마찬가지로 화성시 주변에 토지를 보유한 통신장비 업체인 한창(005110)도 상승 대열에 동참했다. 한창은 16일부터 18일까지 3거래일간 35.2% 올랐다. 한창이 최근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에도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일부 투자자들은 한창의 부동산 보유 소식을 주식 관련 포털 사이트 등에 실어나르며 주가 상승을 부추기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 전문가들은 세종시 관련주와 같이 수급에 의존한 주가 상승은 언제 거품이 끊어질지 모르는 만큼 무리한 추격매수는 위험하다고 충고했다. 땅값이 꼭 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데다, 설사 오른다고 해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기업 가치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자동차 내장재와 건축용 보온재, 건축용 층간소음완충재 등을 생산하는 영보화학(014440)은 올해 초 충북 청원군 강내면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세종시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2월 들어서는 668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이 쏟아지면 주가는 하락했고, 이달 18일 기준으로 영보화학은 3260원을 기록 중이다.

충남 연기군에 보유한 부동산을 보유한 플라스틱 배관 생산 기업인 프럼파스트(035200)와 본사가 연기군에 있는 자동차용 플러그 제조 업체 유라테크(048430)도 같은 기간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축산 사료 업체로 충남 서천군에 토지를 가진 대주산업(003310)은 해당 기간의 주가하락률이 57.2%를 넘어섰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테마주에 대해 아무리 경고를 한다 해도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은 듣지 않는 모습”이라며 “회사 소유 부동산의 위치와 기업의 실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도 “보유 부동산의 가격이 오른다면 자산 가치가 상승해 기업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이러한 가능성이 주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화성에 조성된다고 해서 주변 땅값이 꼭 오른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