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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초록뱀미디어 대표 | |||||
히트 '대작 드라마' 선구자 '올인'이어 '불새' | |||||
김기범(43) 대표는 드라마 제작자로서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방송과 무관한 현대그룹이다. 법대를 졸업한 뒤 고시공부를 했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범한 길을 택했다. 그렇다고 그의 톡톡 튀는 ‘끼’는 감출 수 없었다. 회사측은 ‘아이디어 맨’의 진가를 알아봤고, 그를 종합기획실에 배치시켰다. 이후 6년간 그룹의 굵직굵직한 로드맵을 그려가며 종횡무진했다. 1991년 고 정주영 회장이 국민당을 창당했을 때 부대변인까지 맡으며 ‘왕회장’을 보필했다. 몸을 회사에 맡기다보니 생뚱맞게도 정치권 경력까지 갖게 됐다. 그러던 중 1995년 김 대표는 현대그룹을 홀연히 떠난다. “향후 영상시대가 도래하니 프로듀서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진로를 방송국으로 급선회했다. 그때 나이가 34살. 늦은 나이지만 그는 SBS 경력공채에 지원 PD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SBS는 드라마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작자 개념의 PD직을 신설했다. 트렌드를 읽어내고 부가사업을 진행, 드라마의 수익모델을 만들어내는 역할이다. 김 대표는 ‘선구자’라는 신념하에 수년간 이같은 임무를 맡았다. 현대그룹도 인정한 그의 기획력은 여기서 또 한번 빛을 발한다. 드라마를 통해 옷, 구두, 액세서리 등을 노출시키는 대신 업체 협찬을 받는 방식을 개발한 것. 이는 초기의 PPL(간접광고) 형태였다. 1999년 그는 독립을 결심하게 된다. 현재 초록뱀미디어 공동대표로 있는 김광일 PD와 ‘올인’ 감독 정세호 PD와 손을 잡고,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초록뱀미디어 사무실을 냈다. 자본금은 단 3억원. 인테리어 등 초기 비용을 쓰고 나니 수중엔 6000만원만 남았다. 그는 이 돈으로 50억원 가량을 쏟아부은 ‘올인’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낼 작정이었다. 사실 처음 그린 밑그림은 더욱 컸다. 2001년 중국 왕가휘 감독측과 SBS에서 각 100억원씩을 투자받아 50억원 규모의 24부작 미니시리즈 4편을 기획하려 했다. 하지만 왕 감독 측이 펀딩에 실패하면서 ‘올인’으로 시작해야 했다. 주위에서는 정말 ‘올인’해서 다 말아먹겠다며 만류했다. 그러나 뚝심으로 버텨냈고, 결국 한국 방송사에 획을 긋는데 성공했다. 이는 드라마가 최고의 마케팅 툴이 강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드라마 노출로 마케팅을 원하는 파트너가 있다면 그는 누구든지 자신의 편으로 설득해냈다. 앞으로도 드라마를 활용한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올해 초 예기치 않은 ‘늑대’ 촬영 사고로 주춤했지만, ‘삼한지-주몽편’, ‘올인2’ 등 대작을 잇따라 제작하며 드라마 마케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올해는 다작”이라며 힘주어 말하고 있다. 제작 및 기획 중인 드라마만 6편이 넘는 상황. 이를 통해 2006년에는 기록적인 드라마 매출도 올리며 또 한번 사고를 칠 작정이다. 그 ‘사건’의 복선이 지금 깔리고 있는 셈이다. 글 우한울, 사진 전경우 기자 erasmo@sportsworldi.com [SW분석]김기범대표의 드라마 수익모델은
장시간 술잔 권하며 '올인' 이병헌 설득' 소금인형' 제작중단 이은주 '불새' 합류 ●캐스팅 뒷 이야기
초록뱀 미디어 김기범 대표는 ‘올인’ 제작 당시 이병헌을 캐스팅하기 위해 대단히 ‘공’을 들였다고 회상했다. 이병헌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그와 장시간의 술자리를 통해 설득을 시도했고, 결국 동의를 얻어냈다. 이병헌이 캐스팅되자 다른 배역의 캐스팅도 술술 풀려나갔다. ‘이병헌 효과’는 촬영장소를 섭외하는 순간에도 빛을 발했다. 보통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들은 장소협찬비를 요구하는 것이 관례. 게다가 이름도 없는 한국의 작은 드라마 제작업체가 싼 가격에 장소협찬을 요구하다 보니 문전박대 받기 일쑤였다고. 그러던 중 김 대표는 가까스로 베니시안 호텔 회장을 만날 기회를 얻어냈다. 다행히 회장 비서가 재미교포였고, 그녀는 주인공이 이병헌이라는 말을 듣고는 회장을 설득시키기 시작했다. 그녀는 “우리 호텔이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병헌을 꼭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고, 회장도 흔쾌히 승낙했다. 회장의 승낙이 떨어지자 오히려 상황은 반전됐고 고작 100달러 지폐 한 장으로 장소 협찬을 마무리지었다. ‘불새’의 이은주도 캐스팅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케이스다. 남자 주인공으로 일찌감치 이서진과 문정혁이 캐스팅된 상태였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배우 캐스팅이 차질을 빚었던 것. 마침 한석규와 촬영 중이던 이은주의 영화 ‘소금인형’이 제작 중단된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은주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 장진영도 관심을 보였지만 영화 ‘청연’ 촬영이 길어지는 바람에 캐스팅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고인이 된 이은주가 너무 일찍 떠나 아쉽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이은주를 선택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홍동희, 이혜린 기자 mystar@sportsworldi.com
●향후 전략은 '올인2' 등 다작에 역점 영화·뮤지컬에도 관심 ‘늑대’ 방송 중단으로 몸살을 앓았던 초록뱀미디어는 올해에만 5편의 지상파 방송 드라마를 제작한다. 김기범 대표는 “올해는 본격적으로 사전기획 드라마 제작을 실천하는 시기다”며 “‘내 이름은 김삼순’ 김윤철 PD의 차기작과 이병헌이 주인공으로 유력시되는 ‘올인2’ 기획에도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먼저 방송이 연기된 ‘늑대’는 현재 MBC와 재방영 시기를 논의 중이다. 이번엔 아예 사전제작 형태로 거의 제작을 마무리한 뒤 방영을 하겠다는 입장. MBC의 일정 협의 이외에도 배우들의 스케줄 문제 등 아직 난관이 남아있는 상태다. 송일국, 한혜진, 전광렬 등의 주연 배우진으로 이뤄진 ‘주몽’(최완규·정형수 극본, 이주환·김근홍 연출)은 5월8일 MBC를 통해 첫 테이프를 끊을 예정이다. ‘주몽’은 기원전 동명성왕 주몽의 신화를 다룬 60부작 사극으로 제작비 300억원이 투입된다. 이어 MBC 미니시리즈로 편성이 마무리된 ‘불꽃놀이’(가제) ‘상처’(가제) 등이 배턴을 잇는다. 또한 시트콤 두 편도 잇따라 제작된다. 첫 작품의 메가폰은 ‘순풍산부인과’의 김병욱 감독이 잡는다. 올해 중 새로운 시트콤으로 안방극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는 DMB용 시트콤 ‘얍’을 잇는 ‘얍2’를 선보인다. 김 대표는 “올해는 다작(多作)의 한해이지만 양으로만 승부하진 않겠다”며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함으로써 내실을 다지는 것이 또 다른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드라마와 연계한 새로운 ‘마케팅 툴’을 전략적으로 구상중이라고. 김 대표는 “우선 다양한 드라마 콘텐츠를 확보한 뒤에 수익을 내 우량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발판으로 영화 뮤지컬 공연 쪽으로 제작 콘텐츠 종류를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홍동희 기자
●'올인2' 어떤 내용인가 제주도·마카오 대결구도 전작 '올인'과 다른 느낌
초록뱀미디어는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드라마 ‘올인2’ 기획에 힘을 쏟고 있다. 사전제작 방식으로 제작될 ‘올인2’는 빅히트를 쳤던 ‘올인’과 유사한 드라마를 보고싶다는 팬들의 요청에 의해 기획된 드라마다. 최근 24부작 시놉시스 초안을 완성했으며, 촬영을 위해 대규모 카지노와 테마파크를 세우기로 제주도 측과 협의를 끝낸 상태다. ‘올인2’는 전작 ‘올인’과는 상당히 다른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초록뱀미디어의 김기범 대표는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은 똑같지만 ‘올인’ 원래의 컨셉트는 5% 정도만 유지한 채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스토리는 한국, 일본 자본의 제주도와 미국, 중국 자본의 마카오의 대결 구도로 이뤄질 예정이다. 방송 3사와 방영 여부를 의논 중인 ‘올인2’는 2007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대표는 “한국과 일본 양측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 두 명을 섭외하면 나머지 캐스팅도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올인’의 극본을 맡았던 최완규 작가는 ‘삼한지’ 집필에 열중하고 있어 ‘올인2’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김대표는 “작가와 연출자가 따로 정해졌지만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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