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않고 단독으로 4조원 안팎의 자금을 조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키로 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사모투자펀드(PEF)와 투자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모두 4조∼4조5천억원 내외의 자금을 마련, 대우건설을 인수하기로 했다.
PEF를 통해 3조∼3조5천억원을 조성하고 SPC를 통해 1조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것이다. PEF는 투자자금을 모집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SPC를 설립해 출자자금의 최대 200%까지 차입(레버리지)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일단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부동산 경기와 대우건설의 주가가 회복하면 투자자들에 지분을 다시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재무적투자자(FI)들을 끌어들여 2조9천억원 규모의 PEF를 조성해 대우건설 지분을 주당 1만8천원에 사들일 계획이었다. PEF가 매입하는 대우건설 지분은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한 39.6%와 함께 금호타이어와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등의 금호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합친 총 50%+1주이다.
산업은행은 그러나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대우건설 주가가 떨어져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자 단독 인수와 차입 방안을 마련했다.
대우건설 주가는 올해초 1만3천원대에서 최근 1만원대로 떨어졌다가 3일 종가 기준으로 9천990원까지 내려갔다. 이는 산업은행이 매입키로 한 가격인 1만8천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일부 참여할 수도 있지만 일단 산업은행이 우선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 대우건설 가치를 끌어올려 지분을 다시 매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자 모집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인수 작업은 당초 계획인 이달 말에 마무리되기 어렵고 내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 구조를 다시 만들어 펀드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우건설 인수 작업을 이달 말까지 마치는 것이 목표이나 최종 마무리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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