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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근소장이라는분의 인터뷰내용인데요..재밌게 읽어서 올립니다..게시글 내용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국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가로 꼽힌다. 1948년생인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한국갤럽연구소 이사, 미디어리서치 전무,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위원을 거쳤다. 그는 현재 중앙일보에 <안부근의 대선 표심읽기>를 연재하고 있다.
경력만 보면 안 소장은 대단한 달변가일 것 같다. 그러나 막상 만나본 그는 차라리 눌변에 가까웠다. 여론정치가 과잉인 시대에 그가 좀체 방송에 모습을 비추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게 아닐까 짐작됐다.
그의 화법은 독특했다. 느릿하고 어눌한 말투는 많은 내포를 담고 있는 듯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토목사업가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자기를 일으켜 세운 것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실질'이란 말을 자주 썼다. '실질'이란 그가 읽은 대선의 민심이면서 정치현상을 분석하는 그 자신의 입각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현실 정치의 '실질'을 상당부분 규정하는 건 지역 변수다.
이를테면 그는 대선 이후 통합신당이 친정동영과 비정동영으로 쪼개질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비정동영 세력의 명분이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정동영을 간판으로 해서는 수도권 선거를 못 치른다고 말하는 (통합신당) 의원을 여럿 봤다. 명분이 뭐가 중요한가. 그건 둘째 문제다. 한 시간만 하면 다 만들어진다. 문제는 (통합신당) 저걸로는 선거 못 치른다는 거다. 진다는 거다. 그런 건 안 한다."
이제 며칠 후면 대선 투표함이 열린다. '정치와 사람들'의 대선 전 인터뷰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무리 국면에서 이번 대선을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다. 안부근 소장과 함께 지난 대선의 과정을 돌아보는 한편 대선 이후의 정치 구도를 가늠해봤다.
인터뷰는 이명박 후보의 2000년 광운대 특강 내용을 담은 소위 'BBK 동영상'이 공개되기 이전에 이뤄졌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 등장한 막판 변수, 그로 인한 파장 역시 안 소장이 강조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지지)'의 영역에 들지 지켜볼 일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패배자는 노 대통령"
프레시안 : 대선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안부근 : 다 아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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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정동영-문국현 단일화에 대해 어떻게 보나.
안부근 :문국현으로 단일화 돼야 시너지가 크다. 문국현은 경제다. 범여권이 취약한 부분을 갖고 있다. 물론 이명박보다는 약한 경제지만.
프레시안 : 지금 판세대로 대선 결과가 나온다면 최대의 정치적 패배자는 누구인가.
안부근 : 노무현 대통령 아닐까. (범여권 패배의) 베이스는 노 대통령이 다 깔았다. 장시간 유지되는 지지율은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거다. 이명박의 지지율이 높은 건 '무엇'(노 대통령)에 대한 역작용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명박은 벌써 무너졌다. 문제가 한 두 가지였나.
프레시안 : 차제에 노 대통령과 친노세력의 정치적 행동반경이 좁혀질 거라고 보는가.
안부근 : 그렇다. 사람들이 용납을 안 해준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는 역할 안 한 것도 그 때문일까.
안부근 : 역할을 안 했나? 몇 달 전까지 막 하지 않았나. 범여권 후보 가운데 노 대통령 욕 안 먹은 사람 있나? 그게 개입이다.
프레시안 : 그게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줬나.
안부근 : (노 대통령은) 남을 키우지는 못하지만 망칠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었다.
프레시안 : BBK 문제를 비롯한 도덕적 하자가 이명박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유가 뭔가.
안부근 :(이명박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정서는 한 마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는 거다. 노 대통령에게 하도 데었으니까. 경제만 살리라는 거 아니냐.
프레시안 : 정동영 후보가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는 게 현명했을까.
안부근 : 범여권은 돌고 돌아 처음 헤어질 때보다 더 많은 의원을 끌어 모았다. 그게 잘못됐다. 잘라낼 건 잘라냈어야 한다. 특히 노 대통령을 끝까지 안고 가자고 한 세력은 잘라냈어야 했다. 왜 그들을 안고 덤터기를 쓰나. 현 지지율이 노 대통령 때문이라는 내 가정이 맞는 것이라면 (친노 세력을) 잘랐어야 한다는 얘기다. (통합신당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잡탕이 됐다. 친노 세력 내보내고, 나머지가 노 대통령 욕할 거 욕하고 평가할 거 평가하고 했어야 그들이라도 살지. 지금은 다 죽고 있지 않나.
프레시안 : 정동영 후보의 가족행복 시대, 평화경제론 모두 맥을 못 추고 있다.
안부근 : 대선의 주요 구도가 노 대통령과 이명박 사이에서 형성됐다. 노 대통령에 대한 거부 반응이 이명박에 대한 높은 지지로 갔다. (일반 국민들은) 노 대통령이 그냥 싫은 게 아니라 기겁을 하는 거다. 무엇 때문에? 예를 들어 나쁜 성적표를 보여주면 '그게 아니다'면서 역공을 한다. 또 '뭘 잘못했는지 리스트를 내놓으라'고 한다. 일반 사람들은 그걸 용납 못하는 거다. 역공을 취할 게 아니라 스스로 깨치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안 했다. 논쟁만 하려고 했다.
중요한 건 실질이다. (대선 화두가) 왜 경제인가. 만져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퍼센트가 나오는 거다. 내 생활에 녹아드는 거다. (국민들은) 그걸 내놓으라는 건데, (노 대통령은) 번번이 눈치를 못 챘다. 이제 다른 사람(정동영)이 나와서 자기는 (노 대통령과) 다르다고 하는데 이 사람이 어느 편인지도 모르겠고…. 이게 국민들 시각인 거다.
"이념이 중요하지 않은 대선이 됐다"
프레시안 : 이회창은 이명박의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했다. 이명박의 정체성이 뭔가. 혹은 지지자들이 이명박에게 기대하는 게 뭔가.
안부근 : 이명박을 찍으려는 사람들에게 대북정책은 관심사항이 아니다. 표만 놓고 보면 지금 대북정책 별로 안 중요하다. 사람들은 노 대통령이 보인 행태의 어떤 대칭점으로서 이명박을 보고 있는 거다. 그들은 이명박의 정체성에 대해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않는다. (정체성이) 오락가락한다고 지지율 내려가지 않을 거다. 보수층 가운데 정체성 때문에 이명박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미 이회창에게 갔다.
프레시안 : 사람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가 이념에 있지 않다는 얘기겠다.
안부근 : 그렇다. 때문에 이념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대선이 됐다. 나는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이 확 줄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럼 뭐가 달라졌나. 이념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거다. 실질, 실용이 중요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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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이번 대선의 결과를 놓고 국민 의식의 보수화를 끌어내는 건 잘못된 접근법이겠다.
안부근 : 난 잘못됐다고 본다. 그런 잣대로 보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이 기존 대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뭔가.
안부근 : 여론, 구도, 인물, 세 가지를 봐야 한다. 먼저 여론은 여당에 안 좋다. 이건 어느 대선이나 마찬가지다. 다음은 구도인데, 여권은 구도 짜기에 실패했다. (구도 짜기에서) 여당이 이렇게 죽 쑤고 실패하는 건 처음 봤다. YS의 3당 합당, 지난 대선의 후보 단일화 같은 게 구도 짜기다. 여권이 구도 짜기에 실패했다는 것, 그게 이번 대선의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마지막으로 인물. 사람들이 범여권의 인물이 별로라고 보기 때문에 지지율이 저런 거 아니겠나. 문제는 그나마 괜찮은 인물 찾아내는 데도 실패했다는 거다. 보통 여당이 안 그렇다. (YS가) 이회창을 찾아낸 건 게 중 나은 사람을 찾아낸 거다. 찾아낸 다음 다른 것을 핸들링 잘못한 게 문제였지.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가. 2~3개월 전에 통합신당 국회의원만 놓고 여론조사 했으면 정동영 지지율이 결코 높지 않았을 거다. 국회의원 다수가 A를 지지하는데, B가 후보가 된 꼴이다. 범여권은 구도 짜기에도 실패했고 인물 찾기에도 실패했다.
프레시안 : 대선레이스에서 여론의 고비가 있었다면.
안부근 : 작년 추석이 한 고비다. 북핵 문제 터진 이후 이명박의 지지율이 확 올라갔다. 그러나 그 때는 고건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이명박의 지지율이 나머지 후보 전부의 지지율의 합과 같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금년 1월 고건이 빠지면서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 합이 60%가 됐다. 그게 경선까지 지속되다가 경선 이후 이명박 지지율이 40%가 되는 흐름을 거쳐 이제 다시 (이명박과 이회창) 둘이 합쳐 지지율 60%가 됐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여론 가운데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이 있다면.
안부근 : 나는 지난 대선 전까지 지역이라는 변수가 강하다고 봤다. 그런데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좀 생각을 바꿨다. '(지역) 플러스 세대'구나 생각했다. 세대가 지역만큼은 아니지만 변수로 등장했구나 하는 거였다. 그런데 이번에 이게 좀 깨졌다. 연령 대결이 잘 안 나타난다. 20대가 이명박을 지지하고 있다.
프레시안 : 그 이유가 뭔가.
안부근 : 20대의 일자리가 없다. 그래서 자살까지 하고 있다. 이건 손에 잡히는 문제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현 정부처럼) '경제가 너희들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 않다'면서 논쟁하자고 들면 되겠나. (논쟁 할 것 없이) 내 일자리만 만들어주면 되지.
프레시안 : 그런 현상을 20대의 탈정치화로 이해할 수 있나.
안부근 : 장기적인 현상이라면 그런 이름을 붙여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일지 확신이 없다.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거다. 그 사람들이 보수가 아닐 텐데 보수 정당 후보를 지지한다. 그래서 이번 대선을 보수-진보의 구도로 보면 안 된다는 거다.
프레시안 :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고전하고 있다. 환경의 문제인가, 주체적 대응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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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근 : 범여권도 진보를 표방하고 민노당도 진보를 표방한다. 둘은 물론 내용은 다르지만 스펙트럼 상 가깝다. 민노당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범여권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게 민노당에 이로울까 해로울까. 나는 이롭다고 본다.
프레시안 : 과거에 비해 선거 환경은 좋았다?
안부근 : 그렇다. 그런데 과거보다 못 먹을 것 같다. 왜 그럴까. 후보 문제다.
"박근혜-이회창 연대하면 TK와 충청은 석권할 것"
프레시안 : 내년 총선은 다자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겠다.
안부근 : 이회창은 대선을 완주할 거다. 그렇게 되면 충청도 당으로 갈 거다. 통합신당은 한꺼번에 같이 못 갈 거다. 나는 정동영과 비정동영으로 나뉠 것으로 본다. 그럼 민주당은 정동영과 제휴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통합신당은 한꺼번에 같이 못 간다. 이건 주로 수도권을 말하는 거다.
프레시안 : 비정동영이면 친노를 말하는 건가.
안부근 : 함수관계가 복잡할 거다. 어떤 사람은 세 개로 쪼개진다고 말을 하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심하게는 찢어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 (비정동영은) 친노까지 포함한 뭐가 될 거다.
프레시안 : 비정동영 그룹이 내걸 명분은 뭐가 될까.
안부근 : 정동영을 간판으로 해서는 수도권 선거를 못 치른다고 말하는 (통합신당) 의원을 여럿 봤다. 명분이 뭐가 중요한가. 그건 둘째 문제다. 한 시간만 하면 다 만들어진다. 문제는 (통합신당) 저걸로는 선거 못 치른다는 거다. 진다는 거다. 그런 건 안 한다.
프레시안 : 창조한국당은 총선까지 독자적으로 갈까.
안부근 : 범여권의 큰 줄기는 두 개다. 문국현은 비정동영과 제휴할 거라고 본다. 세력이 분산되면 몰살당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내년 총선은 크게 한나라당, 이회창당, 정동영당, 비정동영당, 4자구도로 짜일 것으로 보나.
안부근 : 그렇다.
프레시안 : 한나라당 내부 사정도 복잡할 것 같다.
안부근 : 두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먼저 이명박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박근혜를 압박하는 경우다. 이명박은 하고 싶지 않은데 이재오가 나선다거나 하는 경우다. 혹은 옆에서 누가 콧바람을 넣거나 해서 이명박이 박근혜의 목을 조르는 경우다. 어느 경우건 총선 구도가 복잡해질 거다. 이명박이 박근혜를 핍박하면 이회창과 최소한 연대는 할 거다. 박근혜-이회창 연대가 되면 TK와 충청은 거의 석권할 거다.
프레시안 : 그렇게 되면 소수여당이 되는 건가.
안부근 : 그렇다. 이명박이 먹을 곳은 수도권과 PK 정도다. 수도권은 항상 만만치 않다. PK만 가지고 장사가 되겠나. 과반수를 넘겨야 되는 게 여당인데.
"범여권, 꼴통 친노 세력, 지역주의 세력 잘라내야"
프레시안 : 통합신당의 BBK 공세를 총선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정권견제론의 고리로 삼으려는 계산이라는 건데.
안부근 : 나도 총선용으로 본다. 대선용으로는 참 잘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여권인데 검찰 발표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목 매달고 밀어붙인 것 아닌가. 그게 헛방이 된 거다. 그런 면에서 대선용으로는 실패한 거다. 실패한 걸 계속 끌고 가는 것 보니까 다른 속셈이 있겠구나, 총선용이겠구나 생각은 하는데, 집권 후 두 달도 안 돼서 총선하는데 BBK에 대해 뭐가 더 나올까? 이명박이 나오게 할까? (범여권의) 의도는 알겠으나 나라면 다른 걸 선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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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내년 총선의 주요 변수를 꼽는다면.
안부근 : 우선 여론은 당선자에게 크게 안 나쁠 거다. 구도는 4파전이면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하고가 없을 거다. 인물은 피차 그저 그럴 거다. 다만 구도에서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뛰쳐나온다든지 현 범여권이 성공적으로 뭘 한다든지 하는 건 변수가 될 거다. 여기서 범여권에 성공적인 것이란 이런 거다. 통합신당이 있다고 치면 꼴통 지역주의 세력, 꼴통 친노 세력을 잘라내야 한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외부에서 수혈을 받되 DJ의 지원까지 받아서 호남을 장악하는 모양새가 되면 수도권도 해 볼만 할 거다.
프레시안 : 4자 구도를 말했는데, 내년 총선에서 지역주의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안부근 : 그렇다. 두세 달 전까지 전북 대 비전북의 구도였다. 전체에서 전북 유권자의 비중은 3.8%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역주의라고 안 불렀다. 그런데 느닷없이 누군가 충청을 떼어갈 가능성이 생겼다.
프레시안 : 호남에서 현 범여권의 정권 견제론에 힘을 실어줄까.
안부근 :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과거 87년 이후 2002년까지 나타났던 높은 수준의 지지율 결집은 나타나지 않을 거다.
프레시안 : 4자 구도로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 전망했는데, 다자구도를 기존 양당체제의 해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안부근 : 나는 일시적으로 보는 쪽이다. 이명박과 이회창도 같은 세력인데 분화한 거다. 이해관계가 맞으면 다시 합할 거다. 정동영과 비정동영도 결국 합칠 거다.
프레시안 : 그 경우 과거 양당제로의 단순 복귀가 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지반 위에 선 양당제가 되는 건가.
안부근 : 중요한 문제다. 내가 말한 양당은 지역구도와 관계 깊다. 지역은 잘 안 깨질 거라고 보지만 다른 요소가 섞일 것 같다. 게다가 갈수록 수도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 지역의 비중은 낮아진다.
프레시안 : 그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재정립이 동반될까.
안부근 : 나는 새로 나타날 균열은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아닐 거라고 본다. 마치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처럼 정책을 가지고 이 쪽 저 쪽을 따지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미국의 경우 양당이 정책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자로 두부 자르듯이 하는 이데올로기 싸움은 아니다.
"이명박은 토목사업으로 성장한 사람, 눈높이가 거기에 맞춰져 있을 것"
프레시안 : 이명박이 집권하는 경우 집권 초반기 핵심 이슈가 뭐가 될 것으로 보나.
안부근 :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 경험의 틀을 잘 못 깬다. 이명박은 토목 사업가다. 그래서 위장전입도 하고, 위장 취업도 시키고 하며 살아온 거다. 땅값 엄청 올랐는데도 서초구청에 세금 깎아달라고 재판 걸었다. 그때면 공인이었는데도 그랬다. 사업가로서는 그게 당연한 거다. 그런 걸 당연한 걸로 아는 거다. (앞으로도) 그런 것에서 많이 못 벗어날 거라고 본다. 물론 그것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시각에서 어떤 이슈나 정책을 던질 거라는 얘기다.
프레시안 : 예를 들어 어떤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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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근 : 대운하는 날아갔다. 그러나 그런 비슷한 유형일 거다. 대규모 토목사업 같은. 이명박이 잘 하는 게 뭔가. 청계천, 시청 앞 정비, 뉴타운, 다 토목사업이다. 지도자를 볼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자기가 능한 부분 하나 잘 한다. 대통령은 이 것 저 것 다 잘 할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 통일, 통일 했고 그거 하나 잘했다. 이명박도 자신의 장기에 집중하려고 할 거다.
프레시안 : 지역 기반을 보건 의회에서의 세력을 보건, 이명박이 집권하더라도 그 기반이 상당히 취약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안부근 : 내가 MB 캠프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당신들 주축이 누구냐고. TK 플러스 고대라고 대답하더라. 그런데 그 말을 하면서 우물쭈물 하기에 재차 물어봤더니 자신들은 소위 정통 주류 TK가 아니라고 한다. 자기들 말로는 포항 TK라고 하더라. (이명박의) 지역 기반이 그렇다. 그리고 국회의원 수도 적다. 그러나 막상 집권 하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빨려 들어간다. 앞에서 꼼짝 못하지. 단 박근혜만은 그렇게 안 될 거다. 끝까지 뻣뻣하겠지. 뻣뻣하게 나올 경우 죽이느냐 살리느냐는 (이명박의) 판단에 달린 건데, 만약 죽이려고 하면 사건이 커질 수 있다는 거다.
프레시안 : 지지율은 오름세가 있고 내림세도 있다. 이명박 개인의 지지율이 꺾인다면 어떤 요인 때문일 가능성이 큰가.
안부근 : 국민들이 이명박을 찍어주는 이유가 한 세 가지 있다고 치자. 그러면 그 중 두 가지 때문에 무너진다고 본다. 자기를 일으켜 세운 것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거다. 그게 뭘까. 먼저 이명박은 토목 사업가다. 토목사업은 비리가 판치는 데다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 아니다. 이명박은 거기서 성공한 사람이다. 그 사람의 눈높이가 거기에 맞춰져 있을 거다. 그 눈높이에서 사람을 뽑았을 거다. (그 사람들로 인해) 비리 문제가 생길 소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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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국민들이 지금까지는 그런 도덕적 흠결에 대해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안부근 : 지금까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그래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하도 꼴 보기 싫으니까. 그러나 그게 어느 순간에는 한계에 이를 거다.
프레시안 : 대선 이후 유권자들이 유심히 봐야 되는 게 있다면.
안부근 : 정당과 인물이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인물이 곧 정당인 경우다. 김대중, 김영삼이 그랬다. 지금 범여권은 인물 요인이 너무 적다. 나는 이게 살아날 걸로 본다. 어떤 괜찮은 인물이 떠오른다고 치자. 그 인물 요인이 정당과 맞붙게 된다. 그리고 그게 통합의 요소가 된다. 그래서 양당구도가 되는 거다. 지금까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던 사람이 총선을 거치면서 성장해 3~4년 후쯤 당을 대표하게 될 거다. 예를 들어 심상정 있지 않나. 민노당 경선을 치르면서 심상정이 스타가 되지 않았나. 총선도 (다른 정치인들에게) 그런 기회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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