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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가 지구촌을 동·서로, 좌·우로, 신·구로 가르는 지표가게시글 내용
슬로베니아 수도 루블라냐에서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제약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시위자가 경찰과 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옛 공산국가에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정부 불신은 더 크다. [로이터]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마스크’가 지구촌을 동·서로, 좌·우로, 신·구로 가르는 지표가 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방역 반대 시위가 여전히 거센 가운데 시위자 상당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노(No) 마스크’다. 유럽에서 매주 수천, 수만명의 시위자가 모이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물대포와 최루가스까지 동원되고 있다. 과거 잦은 시위로 몸살을 앓던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 시대에 되레 평화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마스크는 미국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사이에서 자유권 침해 논쟁의 불쏘시개가 됐다. 또한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방역 회의론과 음모론이 퍼지면서 마스크는 뉴미디어에 친숙한 젊은 세대와 그렇지 않은 구세대를 갈라 놓았다.
서구 사회에서 노 마스크는 ‘리버타리안’(Libertarian·자유방임주의자)의 상징이 됐다. 리버타리안들은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 강제적인 방역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던 ‘나치주의’나 ‘스탈린주의’ 시대로의 회귀라고 주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보수 거물 정치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당당하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들은 개인의 자유 극대화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리버타리안의 정서와 닿아있다.
영국 보수당 내 리버타리안 성향 의원들이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며 방역 조치를 재개하는 ‘플랜B’ 도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 영국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만명 안팎으로 쏟아져도 새 방역 조처 실행에는 매우 신중하다. 프랑스 역시 지자체나 공공 방역에 힘을 줄 뿐 사적 모임까지는 크게 옥죄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영국과 프랑스는 자유주의 문화와 전통이 발달했는데, 프랑스인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면 영국은 클럽, 펍, 축구장 등 공동체가 모여 함께 즐기는 문화가 강하다”면서 “마스크 착용 거부 정서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존슨 총리가 제약 조처에 주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가 실은 굉장히 불편하고 비정상적인 거다”며 “서구는 개인의 선택이나 자유의 가치를 공동체의 안정 만큼 중요시 여긴다. 유럽인들이 시위가 잦은 건 자유를 박탈 당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긴 기간 자유가 박탈된 데 대한 좌절과 분노를 그만큼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코로나 사태 극복의 열쇠는 결국 백신 개발 등 과학으로서가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를 좁혔다 늘렸다 하는 새로운 사회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는 서구와 다르게 동아시아에선 순순하게 받아들여진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구는 개인의 권리와 독자성을 추구하는 오랜 전통을 지녔고 개인을 드러내는 게 더 자연스럽다. 반면에 동양은 중앙집권체제 속에 정권교체가 덜한 역사를 지녀 정부의 지시 명령을 따르는 전통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신규 확진자 200명대로 방역 모범 국가로 꼽히는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은 폐쇄적인 섬나라인데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뒤 국가적인 위기가 있을 때 국민이 권력자와 집권 세력을 의심하지 않고 따르는 경향을 보인다”고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점을 짚었다.
서구에선 백신 의무 접종 등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불신도 많다. 영국의 입소스 모리 최신 조사에서 응답자 26%는 국가의료체계(NHS)를 ‘못 믿겠다’고 답했으며, 공공보건이 코로나19 환자를 잘 처리한다는 긍정평가는 15%뿐, 그보다 약 세배인 41%가 잘 못 다룬다고 부정평가를 내렸다.
독일 DPA통신과 유고브 공동 조사에서 지난 12개월간 방역 대응이 어땠는지 질문에 응답자 19%가 “매우 불만족”, 31%가 “불만족”이라고 답해 부정 평가가 더 많았다. 젊은 세대들의 불만은 더 많다. EU 집행위원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봉쇄 조치에 대해 30대 미만에선 43%가 ‘회의적’이라고 한 반면 60세 이상에서 이 비율은 28%로 낮았다. 이 조사에선 또 30대 미만 57%가 팬데믹으로 일상이 영향을 받았다고 한 반면 60대 이상에선 35%만 인정했다. 한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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