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RS, PED 등 소모성 질병이 양돈농가 생산성에 극심한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백신 외 대응전략으로 '집단면역'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 접종 및 자연감염을 통해 인구의 80% 이상이 면역을 갖추자 감염 확산이 둔화됐다는 점에서 착안해 나온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 3월 7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상욱(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사)한국언론사협회, 제이비바이오텍 중앙기술연구소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한국 양돈산업 소모성질환의 효율적 집단면역 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를 주관한 주동담 한국언론사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미국은 PRRS로 인한 연간 손실이 12억달러에 이르고 우리나라도 연간 2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오늘 토론회가 양돈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본 토론회에 앞서 '한돈산업에 큰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성 소모성 질병의 심각성과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국내 양돈산업의 중요성 △돼지 바이러스성 소모성 질병과 PRRS △PRRS 백신의 효능 및 한계 △백신 이외의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국내 양돈산업의 PRRS로 인한 연간 피해액은 약 2,7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PRRS바이러스는 유전자 변이가 빠르게 일어나는 특성을 가져 기존 백신의 효과는 좋지만 대응하기는 어려워 장기적 면역 형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방역 체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집단면역 형성의 중요성을 제안했다.

이어 민희태 KIST 박사도 실제 양돈장에서의 집단면역 실증 사례를 발표하며 "고초균 포자항원 사료 첨가를 통해 감염돈의 바이러스 배출 기간을 단축하고 배설되는 바이러스 양을 줄여 새로운 감염 가능성을 감소시킨 결과, 자돈 폐사율이 25%에서 1.8%로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송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서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조제열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고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유광수 원광대학교 동물보건학과 교수, 박영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교수, 민희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과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박영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교수는 "포자 항원 발현 사료첨가제를 활용해 PRRS바이러스 집단면역 효과를 확인했다"면서 "아직 산업에 적용하기까지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조만간 산업화해 집단면역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민희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는 "여태까지 진행해온 테스트를 통해 대규모 임상을 진행했을 때 굉장히 높은 확률로 긍정적인 집단면역 반응이 확인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는 3년만에 종식된 반면 돼지의 질병은 지속되고 있다는 질문에 유광수 원광대학교 동물보건학과 교수는 "PRRS바이러스 변이주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오미크론에 비해 PRRS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전염성이 모두 높아 백신 개발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송대섭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도 "최근 PRRS바이러스의 변이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싶으나 돼지의 경제적 수익성에 비해 백신 개발 비용이 높고 사람에게 적용하는 mRNA 백신과 같은 최신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면서 "정부에서 농가에 도움되는 집단면역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현장에 적용되게끔 설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과장은 "농가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수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신고 시 이동제한 규제로 인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이에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 중에 있으며 규제가 아닌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좋은 백신 및 제품들이 개발되어 상용화까지 이르러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R&D 자금이나 제품 상용화 인허가 절차와 같은 부분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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